기사의 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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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격에 대하여
  • 현대HCN충북방송
  • 승인 2011.06.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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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이 칼럼의 지향점은 기본적으로 기사문장의 기능적 측면이다. 문장기술상 실수를 줄임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사 완성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이유는 기사가 때로 교육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완성도에서 팩트, 시각, 구성 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밖에도 기자가 추구해야 할 것이 많다. 필자는 ▷어휘 구사 ▷맞춤법 ▷문법 3가지를 꼽고 싶다. 앞에 열거한 것이 ‘요건’이라면 뒤의 것은 품위와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이런 측면의 실수가 드러났다면 그 기사에 대해 ‘고품격’을 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낱말은 정확하고 정제되고 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흔한 실수가 유음이의어(類音異義語)다. 그러나 전혀 엉뚱한 말을 갖다 쓴 예도 보인다. <이 지사가 이 같이 지시한 것은 적관계인 윤진식(충주)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동양일보 6월10일자 3면)에서 연적(戀敵)은 정적(政敵)의 오용이다. 연적이 맞는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스캔들 뉴스가 터져 나왔어야 하지 않나. 또 <교육정책의 심각선은 그 악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지경~>(충청매일 6월3일자 12면)에서 패악(悖惡)은 해악(害惡)의 잘못이 아닌가 싶다. 사전적 의미는 아주 다르다.

충청매일 6월10일자 12면의 <이들 간의 협상에는 견차이란 있을 수 없다.>를 보자. 이견(異見)과 의견(意見)의 뜻 구분을 못하는 기자는 없겠지만 ‘차이’가 들어가면 이처럼 헷갈릴 수 있다. 여기서는 의견으로 가야 한다. 견차이가 이견 아닌가. <핵심 관계자인 H씨의 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충청타임즈 6월14일자 3면)에서도 향방은 행방으로 고치는 게 낫겠다. MBC 13일자 기사<자동차 질소화합물과 여름철 강한 햇이 주 원인입니다.>를 보자. 초교시절 배운 대로 햇과 햇은 다르니, 가려 쓸 일이다.

다음은 맞춤법. 극단적으로 말해 맞춤법 실수를 전혀 하지 않고 기사 쓰기는 불가능하다. 그만큼 어려운 게 우리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걸맞는(→걸맞은), 치룬(→치른)을 틀리거나 접미사 율/률(率)의 용법(모음 뒤나 ㄴ받침 뒤에서는 ‘율’, 나머지는 ‘률’로 쓴다)을 모르는 사례가 많다—하도 틀려서 이미 몇 차례 지적했다. KBS 6월10일자 <충북도민들도 도시발전에 걸맞 문화공연 시설을 가질 권리가~>, 동양일보 6월14일자 1면 <정 이사는 아들의 결혼식을 앞당겨 치 후 사퇴했다>, 충북일보 6월11일자 1면 <교육비 환원 90% 등 4가지 지표 가운데 ~)가 그랬다.

문장도 되도록 우리말다워야 한다. 자동사와 타동사 구분은 기본이고 주어와 술어는 호응되도록 꼭 살펴야 한다. <답보상태를 걷던~>(충청타임즈 5월26일자 1면→답보상태 있던/~를 면치 못하던), <한복판은 차량이 꽉 막혀 있고~>(동양일보 6월3일자 19면→차량들로 꽉), <현충일의 참뜻은 빛을 바랜 하루였습니다.>(CJB 6월6일자→빛 바랜), <부부간 관계나 친구간 관계를 어찌 고등수학이라고 해답이 나올 것입니까.>(동양일보 5월31일자 2면→ 어찌 고등수학인들 풀 수 있습니까)

이 밖에 오타나 잘못된 외래어 표기 또한 ‘옥의 티’로서 마땅히 걸러내야 할 것들이다. 야관경관(충청매일 14일자 2면 제목→야간), 폐활령(동양 7일자 3면→폐활량), 희생량(충청일보 3일자 4면→희생양), 보텔(CBS 13일자→보탤) 등은 오타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이 뜨질을 해 나무마다 뜨질 작품을 통한~>(CBS 13일자)과 <유용지물 주제에 맞는 전시작품을 컨하고 있다.>(충청타임즈 14일자 4면)에서 ‘뜨게질’(→뜨질) 과 ‘컨텍’(→섭외/교섭, 컨택트)이라는 표기는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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