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포세대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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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포세대다. 하지만…
  • 염귀홍 기자
  • 승인 2011.06.2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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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귀홍 사회문화부 기자

퇴화 혹은 박제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제 ‘연애세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아니면 애초부터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애 못하는 변명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스물여섯, 제 또래와 그 아래세대의 이야기입니다.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 이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느덧 ‘88만원’ 세대가 자라 결혼과 출산까지 생각하게 된 걸까요. 그보다는 88만원를 규정짓던 특징인 저임금과 높은 대학등록금, 학자금 대출이자 등으로 고통 받는 세대가 넓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하긴 ‘88만원세대’라는 책이 나온 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책이 나온 것은 2007년. 07학번 여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습니다. 왜 그들은 세가지를 포기했을까요.

‘반값등록금’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청주대학교 총학생회가 부총장실을 점거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오른 촛불이 청주 철당간에도 피어올랐습니다. 간혹 주변을 보면 시위에 참여 학생 수가 적다거나 학생회가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의견과 보도를 봅니다.

8~90년대 ‘학생운동’의 시각으로 보자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전국 대학생이 400만 쯤 된다니 사실 촛불집회를 비롯해 시위에 나오는 학생들을 통계적으로 본다면 무의미한 숫자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목소리를 소수라고 무시해도 될까요.

삼포세대의 ‘비공식대변인’으로 변명을 하자면 그들은 바쁩니다. 참 바쁩니다.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학원도 가야합니다. 한창 이슈화되던 시기는 시험기간과 겹쳤습니다. 장학금과 학점이 눈앞에서 점멸합니다.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

일단 자기 앞의 급한 불은 꺼야 했을 것입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위에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만 하는 것은 그들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대학가를 보면 최저임금을 지키는 곳을 찾기 힘듭니다. 하겠다는 사람은 많고 자리는 제한적이니 ‘알바시장’의 가격은 내려갑니다. 고등학교 졸업자와 대학교 졸업자의 임금격차는 아직도 현격합니다. ‘대학이라도 나와야 사람취급 받는다’는 자조 섞인 소리도 들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진학률을 탓하고 몇몇 부실대학을 구실로 ‘반값등록금’이 불가함을 말합니다. 대학 진학률이 왜 높아졌을까요. 사학들은 왜 그렇게 많아졌을까요. 정부가 근시안적인 정책을 펼친 결과라고 봅니다.

입시경쟁이 문제되니 대학을 늘리고 본 정책과 늘어난 대학은 대부분이 사학이었다는 것을 곱씹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고졸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예전과 다르지 않으니 어떻게든 대학을 보내려는 부모의 마음도 여전합니다. 그들에겐 비싼 등록금보다는 사회적 차별이 더 큰 고통입니다.

날이 덥습니다. 시원한 소나기 같은 소식은 없나요. 적어도 저는 연애를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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