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과 대학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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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과 대학 개혁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06.2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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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살인적인 등록금에 허덕이던 대학생들이 드디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의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며 거리로 나섰다.

국민소득에 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절대 금액으로도 미국 다음으로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대학생 1인당 학업지원비는 세계에서 가장 적은 우리나라의 실상이 다시 한 번 드러나면서 어떻게 해서든 이 문제에 대해 이제는 정치권이든 정부든 해답을 내놓아야 하는 임계점까지 오게 되었다.

대학 교육의 문제는 등록금만 있는 게 아니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실제 대학 강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불안정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많은 비정규직 교수들,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졸업해서도 정규적인 취업기회를 얻을 수 없는 수많은 졸업생들, 사학재단의 비리와 부정 등 한국의 대학교육은 이제 대대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한 지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의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2000년대의 노무현 정부, 모두 대학교육의 개혁을 주장하였고, 실제 대학의 모습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그런 변화 모두가 부정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교육과 연구에 대한 교수의 책임윤리를 강화한다든지, 대학교육의 국제화를 진전시키는 노력을 했다든지 하는 점에서는 지난 교육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역대 정부가 주도한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은 결과적으로 대학을 시장주의적으로 개편함으로써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잉태시켰다.

우선 문민정부 때부터 시작된 대학자율화는 실제 연구와 교육의 자율화와는 거리가 멀고 사학재단이 공공적 감시로부터 이탈하게 만드는 작용을 하였고, 천정부지의 사립대 등록금 인상을 가져오게 만들었다.

또한 문민정부 말기 때 입안된 대학설립의 자유화는 대학을 장삿속으로 경영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악용되었고, 군단위에 대학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대학을 양적으로 팽창시켰다. 대부분의 사학재단은 이른바 교주의 금고 역할을 하였고, 설립자들은 거의 돈들이지 않고 수많은 교수를 고용하고 수많은 학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질적인 악화가 뒤따랐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정규교수를 임용하는 대신 계약직 교수나 시간강사를 쓰게 되고, 교수 충원율이 문제가 되자, 객원교수니 겸임교수니 하는 명목으로 교수 충원율을 편법으로 올리는 방법을 동원하였다.

등록금은 국·사립을 가릴 것 없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일부 벌기 위해 저임금 아르바이트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대학교육에서 시장주의가 강화되자, 일부 기초과학 분야는 자연스레 학생충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많은 대학에서 천대되었다.

이제 대학교육에서 반시장주의적 전환이 필요할 시점이다. 교육을 인적 자원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적 기능주의에서 탈피하여 대학교육은 민주적 사회를 이끌고 갈 능력과 자질이 있고, 나아가 기초적인 자연과학적 연구능력과 소양을 기른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본래적 목표를 복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교육을 수익자 부담이라는 시장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책임져야 할 공공적인 사업으로 인식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이런 인식의 복구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보다 과감한 해결책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우선 국립대학의 등록금은 국가재정을 이용하여 당장 50%이상 낮출 수 있다. 국민소득 대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학비를 내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학교로부터의 지원은 가장 적게 받는 한국 대학생들의 처지를 생각할 때 그 정도의 국가재정 부담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많은 학교들이 재단 적립금을 쌓아 놓은 채 학생들의 등록금을 계속 인상해 왔다.

재단 적립금을 등록금 인하에 사용하고, 재단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전제로 국가로부터 등록금 인하를 위한 보조를 받는 방책이 필요하다. 대학교육의 공적인 성격을 강화하면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능할 뿐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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