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학원 현대 향한 '때늦은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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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학원 현대 향한 '때늦은 구애'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6.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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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百 인수포기 의사에 김병일 이사장 "정지선 회장 만나겠다"
현대百 "만날 일 없을 것… S교수 40여 차례 상경집회 손사래"

   
▲ 서원학원 S교수가 서울 현대백화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초까지 아들 등과 함께 자극적인 문구와 소복까지 입어가며 무려 40여 차례의 시위를 벌였다는 것이 현대백화점그룹의 설명이다.
결혼 날짜를 잡아놓고 파혼을 당한 꼴인 서원학원이 현대백화점그룹에 끊임없이 구애를 보내고 있지만 역부족인 듯싶다. 혼사를 치르기도 전에 집안 갈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지칠 대로 지친 현대백화점그룹도 집안단속의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다. 특히 학내 구성원들이 학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끊임없는 헤게모니 싸움 속에 송사가 끊이지 않자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용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교수회 화합을 이끌어 줄 것으로 믿었던 총장은 교수채용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하고 검찰의 조사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여기에 믿었던 교수 회장마저 성추문으로 몰락하는 상황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원학원을 인수해 인성과 취업위주의 중부권 중심대학으로 키워 나가려던 당초 포부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감은 서원학원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가 발표된 지난 21일 오후 현대백화점그룹 긴급 사장단 회의에서 결정됐다. 이례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은 비난을 각오하고 지역 일간지 하단 광고를 통해 입장표명을 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서원학원 인수에 대한 마음이 떠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육영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끈을 잡고 있다가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끝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복심을 읽지 못해서 일까. 서원학원 김병일 이사장은 23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재고요청을 위해 자신이 정지선 회장을 직접 만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돌아선 현대백화점그룹의 마음을 되돌리려 비방과 비난은 극도로 자제 했다.

그는 일단 △현대백화점그룹의 재단 인수 포기 선언 재고 △학원 내 암적 환부 철저 제거 △모범적 사학분위기 확립 △지역사회와 공동대응이란 대책을 제시했다. 이면엔 학칙과 교수회 규정을 바꿔서라도 현대백화점그룹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헤게모니 싸움에 시달린 현대백화점그룹이 교수회 권한을 축소해 줄 것을 인수 조건으로 내세운 것을 또다시 들어주기 위한 제스처였다. 실제로 '총장이 전체교수회의를 소집하고 의장이 된다'는 학칙이나 교수회를 의결기구가 아닌 단순 '심의자문기구'로 하는 교수회규정 개정은 교수회 권한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조치이다. 더욱이 현대백화점그룹의 제안에 따라 학내구성원의 동의에 따라 대학의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결정까지 내렸다. 한마디로 무장해제 당한 것이다.

"학원 길들이기 아닌 피로감에 인수포기"

이를 두고 항간에선 '현대백화점그룹의 또 다른 서원학원 길들이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3년간 공언하며 최대 채권자로서 서원학원을 인수하려 공들여 온 현대백화점그룹이 쉽게 포기할리 없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포기 선언은 불미스런 일로 총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을 희석시키려는 포석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이 정 회장을 만나겠다 고 기자회견을 한지 하루 만에 서원학원은 교수채용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백화점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께서 김 이사장을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며 "지난 1년 넘게 기회를 줬지만 개선되기는커녕 불미스런 일만 계속 터졌다. 회장의 마음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정리되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기업 이미지를 위해 육영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동향인의 주요 간부들이 만류해서 지금껏 왔다. 그런데 최근 불미스런 일이 계속 터지면서 회장이 직접 직인을 찍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날 오후에 통보하도록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럼 서원학원은 차 순위 협상 대상자인 에프엑시스(회장 손용기)가 있는데 추석 전(오는 9월12일)이란 말미를 두면서까지 현대백화점그룹에 연연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개인이 재단을 인수하면서 10여년 넘게 파행을 겪어온 서원학원의 전례도 있지만 학원 인수 희망자에 대한 실사결과가 너무도 확연히 차이가 났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부동산 개발회사로 알려진 에프엑시스는 제안서 제출 시 현금 383.5억 원, 공시지가 부동산 158억 원을 합쳐 541.5억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실사과정에서 현금 자산 278억 원, 부동산 76건 145억 원 등 총 423억 원으로 제안서 내용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제안서 제출자가 제시한 부동산 시가 350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총 재산규모는 628억 원으로 올라가지만 현금성 자산에서 105.5억 원의 차액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3개 법인은 실질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지 않는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실례로 에프엑시스는 연간 매출액 200만원, 비용 1.5억 원, 당기손실 1.5억 원으로 페이퍼 컴퍼니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물의 일으킨 교수들 나서 해결해야"

반면에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홈쇼핑, 종합유선방송, 식자재유통, 단체급식, 여행사업 등 총 26개의 계열사를 지닌 재계 30위 안에 들어가는 대기업이다. 최근 5년간 현대백화점그룹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 8.4조 원, 매출 7.1조 원, 당기순이익 7559억 원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원학원 인수 조건으로 당초 308억 원의 부채를 현금담보로 일시에 해결하고 전 이사장의 출연재산 반환을 교과부가 승인해 줄 경우 추가로 재산 감소분을 고려한 99억 원 안팎을 출연하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또 학교 발전을 위해 향후 10년 간 500억 원을 출연하고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영이 지속되는 한 같은 수준의 출연을 지속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한 바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김 이사장은 "학내 구성원 모두가 현대백화점그룹을 원하기 때문에 차 순위 협상 대상자와의 대화 이전인 9월12일까지 현대백화점과 대화를 계속해 되돌리도록 하겠다"며 "최종적으로 결렬되면 에프엑시스와의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서원학원 임시이사회는 학원 정상화를 위한 대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교수들의 헤게모니 싸움에 지쳐 인수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S교수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아들까지 대동하고 서울 현대백화점 일원에서 자극적인 문구와 상복시위 등 모두 40여 차례의 1인 시위를 벌였다"며 "이를 바라본 정 회장께서 지난해 말부터 이미지를 먹고 사는 현대백화점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학원 인수 포기의사를 밝히셨다. 서원학원은 대학이 주가 아니다. 학원 산하에는 5개 중고교가 있다. 오죽하면 재단 인수 시 대학을 제외한 산하 중·고교만 인수하자는 말이 나왔겠는가. 되돌리기 힘들겠지만 물의를 일으킨 교수들이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 교수들이 고향에서도 이 같은 헤게모니 싸움을 했을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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