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데 우산은 빼앗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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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데 우산은 빼앗지 말아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1.06.29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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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정경부 기자

경제계에서는 은행을 두고 햇볕이 나면 우산을 내어주고 비오면 우산을 뺏어가는 곳이라고 말한다. 호시절에는 좋은 조건에 대출을 해주겠다며 서로 손을 내밀지만 기업에 조금이라도 악재가 드리우면 앞 다퉈 자금 회수에 열을 올린다.

건설경기가 수년째 바닥을 치면서 업계 이곳저곳에서 통곡소리가 나온다. 끝없이 성장할 것만 같던 기업들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당좌거래가 정지되는 등 운명을 달리한다.

일명 페이퍼 컴퍼니라 불리는 유령회사를 필두로 모든 점에서 부족한 부실기업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의 어려움만 이겨내면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가치 있는 기업들의 이야기다. 이런 일들로 최근 흑자도산 업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을 애국심에서 찾는다. 대부분의 시중은행 지분 상당수가 외국자본들이다. 외국자본에 의해 국내 금융이 잠식당한 뒤로 애국심으로 호소할 수 있는 여지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의 은행을 두고 사채시장과 다를 것 없다는 말이 공연한 트집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일부 은행들은 키코 소송을 포기해야 대출을 해주겠다고 슬며시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대출을 해줄 때 속칭 ‘꺾기’ 등의 신규 상품 가입을 요구하거나 지나친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을 약속해도 실행할 은행들이 협조하지 않으니 무용지물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이 그렇고, 건설업체 관련 지원책도 그렇다. 자금난을 겪던 지역의 한 건설업체는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해야 했다. 다행히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져 회생절차를 밟고 있지만 다시 예전처럼 회복하려면 곱절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건설업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저축은행 부실의 원흉으로 부각되면서 상환압박도 강해졌다. 3년 공기의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많게는 10차례의 상환연장이 일어나기도 하는 PF의 성격상 상환 연장은 기업활동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상환 연장이 되지 않아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잇다.

민주화 봉기로 내전을 겪고 있는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정부는 P-CBO(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 증권) 발행 때 우선 포함해 자금난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본드 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 위험을 보증사와 금융사와 연계해 경감해 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다. 도내 업체인 원건설도 선정됐지만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가 아무리 요구해도 보증사와 금융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권을 강제할 수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기업가들은 정부의 힘이 강력했던 군부독재 시절을 그리워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강한 정부가 정답은 아니다. 가치의 문제다. 기업의 가치를 담보력만으로 평가하는 은행이 변해야 한다. 최소한 비가 올 때 우산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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