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 전하는 예술가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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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식 전하는 예술가들을 만났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4.03.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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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굿패 씨알누리·놀이마당 ‘울림’·김재관 청주대 교수

봄, 봄이 왔다. 우리가 매일 밟고 있는 이 도시의 아스팔트 아래서도 지금 생명들은 돋아나고 있다. 죽어있는 듯이 보이는 겨울나무들도 그 안에서 치열하게 생명을 잉태해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충청리뷰는 희망찬 봄을 예고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만났다. 그들이 뿜어내는 ‘예술혼’을 느껴보자.

예술공장으로 이사가는 ‘씨알누리’
“새 터전에서 예술적 역량 보여준다”

풍물굿패 씨알누리가 ‘예술공장 두레’로 이사를 간다. 4월 3일 개관식때 ‘굿한판’을 벌인다는 씨알누리는 요즘 새집꾸미기에 한창이다. 씨알누리 라장흠 대표(39)는 “그동안 도심 변두리 지하실을 전전했지만, ‘소음’을 참아줄 인내심 많은 주민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향후 몇년은 이사 걱정을 덜기 위해 이번 공장행을 선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들이 이사간 ‘예술공장 두레’는 공간의 이름이자 민족예술집단을 일컫는다. ‘예술공장 두레’는 지난 2000년 내수면 광암리 부도난 공장을 인수해 조립식 건물 세동을 각각 사무실, 연습실, 창고로 꾸몄다. 현재 놀이패 열림터와 춤패 너울이 공동창작을 하고 있고, 상근 10명과 비상근 20여명의 단원들이 있다.

‘예술공장 두레’는 이름처럼 ‘예술’을 ‘상품’처럼 찍어내고, 팔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단체다. 물론 서울 작품을 답습한 아류작이 아니라 예술공장 두레표를 확실히 새긴 레파토리를 만들어냈다. 올해 도내 제1호 전문예술법인단체로 지정됐고, 이는 예술단체로서는 드물게 탄탄한 재정자립을 확립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씨알누리, 놀이패 열림터, 춤패 너울은 수년동안 통합과 분리를 반복해온 끈끈한 관계이기도 하다. 90년 씨알누리, 놀이패 열림터, 춤패너울이 통합 공연을 해오다가, 94년에 씨알누리, 열림터, 너울이 각각 독립한다. 그리고 99년 춤패 너울과 열림터가 다시 통합하고, 2000년 ‘예술공장 두레’의 현 터전을 일구는 족보를 갖게 된다. 그래서 씨알누리 이번 입주는 ‘통합’을 예고하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기대의 목소리들도 있다. 이에 라대표는 “통합이 된다 하더라도 ‘자연스럽게’진행될 것입니다. 각각의 전문성을 공유하며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90년도 창단한 씨알누리는 전문풍물굿패로, 풍물 창작으로 확실한 자기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초창기때부터 일반인 대상 풍물강좌를 열어왔고, 2000년도부터 여름방학을 이용해 전국단위의 풍물강습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신입단원들을 모집해서 새집에서 새 살림을 알차게 꾸려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단원들이 각각 자신이 배우고 싶은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풍물의 매력은 죽을때까지 배울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또한 풍물굿패의 가장 큰 매력은 ‘교감’입니다.” 라대표의 말이다.

씨알누리는 물품창고였던 40여평 공간을 공동연습실, 개인연습실, 음향실등으로 만들었다. 또 올해는 무대지원 사업과 또한 국비지원을 받아 전국 5일장을 돌며 ‘난장문화’를 보여준다고 한다.

해외에서 풍물을 울리는 놀이마당 ‘울림’
독일 프랑크푸르트 카니발 5년째 참가

놀이마당 ‘울림’은 5년째 매년 2월과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카니발에 참가하고 돌아온다.  55년 전통을 자랑하는 종교축제인 프랑크푸르트는 일주일간 음식과 풍류를 즐기고, 마지막날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 나와 거리공연을 펼친다. 축제는 독일 전역에서 벌어지며 가면과 분장을 한 시민들은 정치인들을 향해 심한 욕설을 퍼붓지만, 이날 모든 행동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받는다고 한다. 수십만의 군중과 공연팀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데, ‘울림’은 몇몇 안되는 해외초청공연팀중의 하나다.

이들이 해외공연에 초정된 배경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지 한인회가 카니발 참여 의지를 주정부에 나타냈고, 때마침 이곳을 방문한 나기정 시장과 연결이 돼 공연참가가 성사됐다는 것. 현재 청주시의회에서 매년 800만원에서 천만원 가량의 차량비, 물품비 의상비등을 보조받고 있다.

이전까지 카니발에서 아시아권 참여가 한번도 없었을 만큼 까다로운 선정절차를 통과해야만 했는데, 우리 풍물을 울리는 ‘울림’은 그 인기가 높아, 주정부 신문에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놀이마당 울림의 이윤로 사무국장(34)은 “풍물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게 보았는데, 이제는 우리팀들을 알아보고 기다렸다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공연때 풍물패를 뒷따르는 독일인들도 많이 늘어났죠”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여름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독일 8개도시를 순회하며 교인과 독일학생들 대상으로 한 강습프로그램을 열었다. 그는 “독일내에서 풍물을 정착시킨후, 유럽으로 전파하고 싶습니다. 2005년도는 독일에서 정한 ‘한국의 해’이기도 합니다. 분명 한국과의 문화공연교류를 적극 지원해 줄 텐데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관심을 갖고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고 강조했다. 놀이마당 ‘울림’은 지금 4월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이야기를 담은 놀이전통형식 ‘태평천하’을 무대에 올리기에 연습에 한창이다.

청주대 김재관 교수 해외전시 잇따라 
“작업은 나를 설레게 만드는 일”

청주대 미술학과 김재관 교수(58)는 요즘 연이어 잡힌 해외전시일정으로 분주한 봄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화단계에서 쏟아지는 관심을 전시일정에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작품을 시작한지 35년 됐습니다. 앞으로 정년퇴임이 7년 반 남았으니, 나에게 작품을 할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약 15년정도 남았죠. 나는 지금 시점을 열정을 불사르는 시기로 정했고, 앞으로의 만들어지는 내작품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차있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교수는 작업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공직자리’는 다 내려놓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를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라는 것.

김교수는 1월말부터 2월 초까지는 나가사키 시에서 주최한 현대미술특별전에 지역작가 5명과 함께 초청 초대전을 열고 돌아왔다. 이어 10명의 국내 중진작가들이 모여 한강아트포럼 창립전을 2월 1일 열었으며, 2월 8일부터 17일까지는 사라예보 아트 페스티발 20주년을 맞아 열린 ‘한국현대미술전’을 기획하고, 국내 14명의 작가를 선정해 전시를 개최했다.

그리고 3월 5일부터는 박영덕 화랑과 아트컴퍼니 미술시대가 공동기획하는 제 4회 한국현대미술제 전시를 준비중이다. 국내 90명의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돼 ‘아트페어’를 벌이는 것이다.

그는 12월부터 겨울내내 굵직굵직한 국내외 전시에 초청받았고, 기획자로 나섰다고 한다. 그에게 봄은 또한 교수로서와 작가로서의 줄다리기를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숙제이죠. 남들보다 철저히 계산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것이 내 작업과 삶에 책임지고 살아가는 것이 습관이 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김교수는 99년 폐교된 소전분교를 개인 스튜디오이자 갤러리로 꾸몄고, 현재 이곳에서 전시를 앞두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그의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성적 사고를 푸는 방법으로 기하학을 택했지만 절대이성이 아닙니다. 감성적인 요소가 녹아져 있으며, 이것이 결합돼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작품이 묘미이죠. 또한 나의 작업이 나를 설레게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의 회화는 평면해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평면에서 원근법이 살아나는 사상이 근저에 있다. 그는 올해 또한 현대미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아트포럼’도 계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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