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권 강조… 충북학생인권조례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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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권 강조… 충북학생인권조례 '윤곽'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8.2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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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개 조항 2개 부칙… 차별받지 않을 권리·체벌 금지 조항 등 명시
각계 의견수렴 거쳐 최종안 결정…현 교육시책과 상충돼 진통 예상

   
▲ 지난 5월 충북도교육청 현관앞에서 43개 충북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충북학생인권조레제정운동본부 발족식이 열렸다.
충북학생인권조례 시안이 나왔다. 지난 5월 도내 43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발족식을 가진 뒤 3개월여 만이다. 이번 충북학생인권조례 시안은 전북학생인권조례를 기본으로 서울, 경기, 광주학생인권조례안을 참조해 우리 실정에 맞게 만들어졌다.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는 23일 오후 4시 전교조 충북지부 회의실에서 2차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 오는 31일 오후 3시30분에는 청주교대 원격영상연구원 도서관에서 홍성학 교수의 발제로 이광희 도의원 등이 참여하는 '충북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릴 계획이다. 이번 충북학생인권조례 시안의 특징은 '휴식을 취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북학생인권조례 시안 10조를 살펴보면 '학생은 건강하고 개성 있는 자아의 형성·발달을 위해 과중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취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학교 간 경쟁, 성적 지상주의에 내몰려 '0교시 수업, 방과 후 수업' 등으로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문 10조 2항은 '학교장 및 교직원은 정규교과 시간 이외 교육활동을 강요해 학생의 휴식을 취할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현행 충북교육 시책과 상충되는 면이 있어 통과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도교육청은 최근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설치 조례 개정안에서 학교 운영 과정에 반드시 학생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거나 필요할 경우 학교 운영위원장이 학생대표를 출석시킬 수 있도록 하는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도의회에 상정한 상태다. 도교육청은 현행 학교생활규정 등을 통해 충분히 학생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어 여전히 학생인권조례제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아동권리 협약 등 근간
헌법,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을 근간으로 하는 이번 충북학생인권조례 시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단 제3조 ‘학생의 인권은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로 규정하고 조례에 열거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또 제4조에서 교육감과 학교 설립자 및 경영자, 학교장, 교직원, 학생의 보호자는 ‘학생이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적합한 교육시설’과 인권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제5조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통해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적 조건, 가족의 형태, 가족의 상황, 경제적 지위, 피부색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갈수록 다문화 가정이 많은 상황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예방적 조항으로 보인다. 제6조는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 성폭력, 모욕 등 모든 물리적, 언어적, 정신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일부 보수 교원단체에서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논란이 됐던 학교교육과정의 체벌 금지 조항이 바로 제6조 2항에 명시돼 있다. 여기엔 책임 조항으로 교육감과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과 체벌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폭력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 또 단순 긴급조치에서 벗어나 전문상담기관과 연계한 치유에도 신경을 쓰도록 하고 있다.

이어 51개 조항 2개 부칙으로 구성된 충북학생인권조례 시안에는 ‘학습권을 보장’해 정규교과과정 이외의 교육활동을 학생 스스로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보장하고 ‘휴식권’까지 명시하고 있다. 또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고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압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학생은 가족, 교우관계, 성적, 징계기록 등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조항을 연이어 달고 있다.

인권 실태조사등 교육감 책임 명시
표현의 자유로 양심과 종교의 자유는 물론 학교 안팎에서 집회를 열거나 참여할 권리도 부여하고 있다. 또 학생이 학칙 등 학교 규정의 제·개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참정권도 보장하고 있다. 학생 건강권은 물론 소수학생의 권리도 보장하고 있다. 교육감과 학교의 장은 빈곤, 장애, 한 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외국인 학생, 운동선수, 성 소수자, 근로학생, 학교부적응 학생 등 소수자 학생이 그 특성에 따라 요청되는 권리를 적정하게 보장 받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충북 학생인권의 날' 제정과 인권교육 실시, 교직원에 대한 인권 연수 실시, 인권교육원 설치, 정기적인 인권실태조사, 실천계획 작성, 충북학생인권심의위원회 구성과 인권옹호관 임명 등에 대한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충북의 한 학교장은 “학생의 학습권뿐만 아니라 교권과 부모의 보육권 모두가 보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기적인 인권실태조사와 실천계획을 세워야 한다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 된다”고 전했다.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는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수렴을 마치는 대로 이기용 교육감으로부터 주민대표 인증서를 배부 받아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교육감의 인증서 배부도 관건이지만 앞으로 도내 만 19세 이상의 유권자 110만명의 10분의 1인 1만 2000여명의 서명을 받는 일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주민발의 된 학생인권조례가 충북도의회를 통과할 지도 의문이다.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허건행 (전교조 충북지부 수석지부장)집행위원장은 "시안에 불과하며 각계 의견 수렴을 통해 첨삭 되면서 완성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도교육청이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의견수렴을 통해 참여하도록 하거나 학생인권선포식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학생인권의식에 대한 견해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관련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하기까지 진통이 예상되지만 각계 의견수렴을 통해 우리지역 실정에 맞는 조례안이 탄생하길 바란다. 특히 충북학생인권조례는 학생 휴식권을 강조해 청소도 외부 위탁을 주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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