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이미 북한에 밀가루 5만톤을 무상 제공하고,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해 500만 달러의 식량도 제공하고 있다. 사실 러시아는 중국보다 먼저 북한과 밀접한 경제협력을 해왔다. 라진항의 두 개 부두를 50년간 임대하고 핫산-나진 간 철도 개보수 사업도 러시아가 모두 자금을 대 추진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북-러 만남이 중국에 대한 적절한 견제 효과를 노린 북한과 러시아 간 의중이 시기적으로 결합된 외교 이벤트라고 평가하지만 이는 지극히 왜곡, 절하된 평가이다.
현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북-러 정상회담은 단순하게 북의 어려운 식량,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회담이거나 아니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라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중차대한 일로써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미 북에 대해 유럽연합(EU) 집행위의 1000만유로(약 155억원) 긴급구호식량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 역시 이명박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대북지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 내 NGO들을 통해 이미 지원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전쟁 당시 미군유해 공동 발굴, 미국 내 교포 이산가족 상봉까지 북-미간 합의가 되었다. 또한 BRICs중 브라질과 친미국가로 알려진 인도까지도 북과의 협력 확대를 논의 하고 있고, 6자회담 기간 내내 소위 왕따(?)를 당했던 일본도 6자회담 전 북-일대화를 선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실무급 북측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지하자원과 관광자원, 지리적 요건을 충분히 갖춘 북에 대해 세계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반도를 함께 운영해 나가야 할 남북관계는 어떠한가? 얼마 전 북측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금강산 내 남한의 모든 재산에 대한 법적처분을 단행한다”면서 금강산 특구 안에 있는 우리 남측 성원들에게 72시간 내에 나가라고 밝혔다. 통일부 대변인은 모든 법적·외교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지만 남한정부가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뚜렷하게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북은 남쪽과의 협력을 끊고 다른 해외사업자를 통한 시범관광에 나선다고 발표하였고, 이에 중국과 홍콩의 투자기업 및 관광회사, 미국, 영국, 일본의 투자가들까지 금강산 시범관광에 참여한다고 한다. 그만큼 금강산 관광은 해외의 투자가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남북화해의 상징이자,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었던 금강산에 남쪽은 막대한 투자만 해놓고 빈손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기에 남쪽에서는 북을 공격, 점령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종북세력을 척결하겠다는 한상대 검찰총장의 취임, 대북적대정책론자인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장기집권 등 갈수록 막장의 길로 치닫고 있다.
동북아에 새로운 협력의 시대, 평화의 시대가 올 때 남쪽 정부는 그냥 먼 산 불구경 하듯 낙동강 오리알로 머물 것인가?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도 전향적인 대북관계를 표방했고, 보수언론까지 ‘제2의 북방정책’을 펴야한다고, 이미 때가 늦었다고 법석을 피우는 걸 보면서 남과 북이 동반자로서, 한반도의 주인으로서 당당한 역할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 있음을 절절하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무엇이 실리(實利)인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