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이 필요한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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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이 필요한 사회복지사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8.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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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철수 사회문화부 기자
   

살림살이 많이 나아지셨나요. 얼마 전 제가 좋아하는 동네 사회복지사와 점심을 먹게 됐습니다. 놀랄 정도로 늘어난 새치에 쑥 들어간 눈, 짙은 쌍커풀, 보기에도 너무 피곤해 보였습니다. 연유를 물어보니 기초생활수급자 일제조사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공직비리와 부정수급자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새롭게 도입된 사회복지통합전산망(사통망)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 탈락자가 속속 나타나면서 항의가 빗발쳐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수급자) 조사도 피곤한데 민원인까지 상대하려니 피로가 누적될만합니다. 그는 국민의 혈세로 충당되는 사회복지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제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수급자에서 탈락한 민원인의 거친 항의에 노출돼 있는 사회복지사를 위한 정부의 대책이 전무한 듯 해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재산 소득 변경과 부양자가 뒤늦게 나타나 수급자에서 탈락한 민원인들이 동 주민센터를 찾아 거칠게 항의하면서 힘없는 사회복지사들 만 ‘죽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는 한 때 ‘남의 돈으로 생색내니 보람도 크다’고 멋 적은 농담을 건넸던 이였습니다.

하긴 ‘기초생활수급자 3만 명 탈락 논란’을 얼마 전 신문지상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도 엄격한 기준에 수급자에서 탈락한 세대의 항의가 빗발친다는 얘기였죠. 충북 청주에서도 수급자에서 탈락한 노인이 자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가족관계의 단절이 확인될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하거나 차상위계층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혔던 것이 생각이 납니다. 문제는 불철주야 이들 소외계층을 위해 힘쓰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을 위한 정부 대책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사회복지전달 체계가 이원화 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발굴과 상담서비스만 동네에서 할 뿐 수급자 선정여부 심사는 현재 지자체 구청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잘 모르는 ‘수급 탈락자’들이 동주민센터로 몰려 거칠게 항의하면서 업무에까지 지장을 받는 것입니다. 심지어 일부 사회복지사는 협박 전화에 시달리고 떼 법이 통한다는 식으로 장시간 상담창구 의자를 독차지하는 민원인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사회복지사는 ‘경호원이라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웃지 못 할 농담을 한다고 합니다.

충북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일제조사가 시작된 지난 5월말 현재 수급자는 3만1592세대 5만5907명이었지만 한 달이 지난 6월말 현재는 3만864가구 5만4669명으로 728세대 1238명(2.2%)이 줄기도 했습니다. 도내 기초생활수급자 조사는 오는 9월까지 계속됩니다. 억울하게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부족한 나라 살림에 공무원이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여지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들의 노력이 ‘떼 법’에 무너지도록 방관해선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동네 사회복지사들은 정부의 ‘7000명 인원보강 방침’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성난 민원인을 다독거려 줄 인력이라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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