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도로 때문에 바람잘 날 없는 장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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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도로 때문에 바람잘 날 없는 장성동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8.3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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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주민 104명 청주시에 사유지 매입 포장·계획道 설치 요구
청주시 "관습도로 보상전례 없는데다 막대한 예산 필요" 난색

▲ 마을 진입로가 주민간 갈등을 불러오자 인근주민 104명이 연대 서명해 청주시에 예정돼 있는 도시계획도로 등을 하루 빨리 설치해 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민원이 된 비좁은 마을 진입로에 인근 청소업체 차량이 힘겹게 빠져 나가고 있다.
마을 관습도로를 두고 갈등이 극에 달하자 인근 주민들이 최근 청주시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장성동에 사는 H씨는 지난달 19일 마을주민 104명의 연대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청주시장 앞으로 접수했다. 마을 진입로(152·155일원)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생기고 있으니 청주시가 나서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40여 년간 이어온 관습도로의 일부 구간이 개인 소유의 논에 포함되어 있으니 시가 매입해 도로 개설을 해 달라는 것이다. 아니면 청주 이마트에서 아름다운 웨딩홀 방향으로 나아 있는 도시계획도로를 앞서 설치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였다. H씨는 152번지 일원의 대지를 유명 생수업체에 대여해 줬었다. 홀로 공부를 시킨 자식들이 결혼해 분가하고 생계비라도 벌어 보려 지난 2009년 보증금 3000만원에 월 200만원을 받기로 3년 간 계약을 했다.

하지만 계약 1년여를 앞두고 마을 진입로로 인한 갈등으로 해지당하고 보증금은 물론 월세로 받기로 했던 수백만 원을 손해 보게 생겼다. H씨는 "임대야 새로 놓으면 되지만 창고 신축 바닥 공사에 보증금으로 받은 3000만원을 모두 쏟아 부어 당장 빚을 져서 돌려 줘야 하는 형국이다"며 "이번 달 받은 월세도 이용 기간을 제한 140여만 원 안팎을 되돌려 줘야 하는 상황이라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H씨는 "문제가 된 마을 진입로는 40여 년간 지역주민이 이용해 온 관습도로로 이용에 제한을 준 땅주인 아버지가 사용 승락을 해 준 바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도로 보강작업을 하면서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이 마을 진입로는 주민 차량은 물론 인근 청소대행업체, 공장 차량들도 이용하는 도로였다"고 말했다.

도로 일부 사유지에 포함
사실 마을 진입로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7월 발생하기 시작했다. 생수업체에 땅을 빌려준 H씨가 차량이 드나들기 쉽게 마을진입로를 보강하면서 부터다. 자신의 논 일부를 도로로 사용하도록 허락해 준 B씨는 H씨가 도로 보강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논에 흙이 떨어지고 허락 없이 전봇대를 세우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H씨를 고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다행이 이 사건은 법원의 중재로 H씨가 300만원의 피해를 보상하는 대신 도로 상태는 보강작업 상태로 유지하고 관리보수는 B씨가 하는 선에서 합의를 보았다. 일단락되는 줄 알았던 이 사건이 다시금 불거진 것은 지난 7월말쯤이다. 집중호우로 마을 진입로가 울퉁불퉁해 지자 H씨가 청소대행업체와 경비를 합쳐 평탄화 작업을 하면서 비롯됐다. H씨는 "도로 폭에는 변동이 생기지 않도록 사비를 들여 평탄화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B씨는 "흙이 밀려 내려오는 등 피해가 커 원상복구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H씨는 도로 폭이 좁아져 생수업체의 차량 진입이 어려워졌고 결국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H씨만이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업체들도 불편을 겪기는 매 한가지란 얘기다. 따라서 청주시가 나서 주민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진입 도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감정싸움 번져 고소전까지
생수업체 관계자는 "하루 8톤 차량 11대, 22톤 차량 1대가 왕래를 해야 하는데 생수 보관 창고로 진입을 하지 못해 하루 200여만 원 안팎의 피해를 보게 됐다. 이는 소형 차량으로 나눠 운반하는데 들어가는 운반비용이 대부분이다"며 "결국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다른 보관창고를 빌려 이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된 이후 현장에 방문해 확인했다"며 "크게 2가지 요구사항이 있었는데 청주시가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관습도로를 매입해 포장해 주면 갈등이 해결될 것 같다는 것과 도시계획 도로를 앞당겨 설치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사유지가 포함된 관습도로에 대해 청주시의 보상 전례가 없다"며 "도로 포장도 토지주의 사용 승락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또 "청주 이마트에서 장성동 아름다운 웨딩홀 방향으로 그어 있는 도시계획도로 선형은 20m 폭 도로에 720m 구간으로 지난 2000년 6월30일 필요에 따라 잡아 놓은 것이다"며 "일단 90∼1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라 관련예산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짧은 시일 내에 도로를 설치하는 일도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도로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이해관계자들을 잘 설득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관습도로는 인근 주민들이 오랫동안 이용해 온 도로이다. 일부 이웃 주민 간 갈등으로 더 이상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취재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당일에도 좁은 도로를 통과하는 한 청소업체 차량이 위태로워 보이긴 매 한가지였다. '먼 친척보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부디 감정을 추스려 상생의 길을 찾았으면 한다. 또 지자체도 다수의 불편한 주민들을 위한 관례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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