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내 ‘좋은간판’모여라
상태바
청주시내 ‘좋은간판’모여라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4.03.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사랑모임 ‘좋은간판’선정운동
3개월에 한번씩 정례화…연말에 최종시상도 계획

청주시내 ‘좋은간판’을 찾아라. 문화사랑모임은 지난 2월 28일 ‘제2회 청주 좋은 간판만들기’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육거리 시장 입구에서 성안길내의 간판들 중 1차 심사를 통해 선정된 간판들을 전시하고, 시민들이 직접 ‘좋은간판’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다.

좋은 간판의 선정기준은 디자인, 주변건물과의 조화, 좋은 이름이다. 이날 뽑힌 간판들은 1위 ‘색동아이(어린이한복전문점)’,  2위‘댕기’(의류보세)’,  3위 ‘나들이벗(개량한복집)’으로, 시민들은 ‘순수 한글이름’이라는 점에 후한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문화사랑모임은 선정된 가게에 대해 ‘기념부착물’과 더불어 시 지정 게시판을 이용, 홍보까지 해준다.

이러한 ‘좋은간판만들기’운동은 지난해 11월 성안길내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1차에서 선정된 곳들은 ‘옷짱’,‘틈새라면’,‘ 갤럭시’였다. ‘갤럭시’의 영문간판은 건물과의 조화가 휼륭하다는 평이고, ‘옷짱’, ‘틈새라면’도 주변건물과의 조화와 재미있는 상호명이 호응을 얻었다.

간판은 건물의 얼굴

문화사랑모임은 ‘좋은간판만들기 운동’의 사업 취지에 대해“도시의 미관을 결정질수 있는 간판의 수준을 예술작품의 높이에 가깝도록 끌어올리는 것”이며 “‘크고 자극적인 간판이 좋은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많은 시민들이 작고 소박하지만 아이디어가 숨쉬는 간판만들기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금의 도시 간판들을 보면 ‘미(未)’와는 거리가 먼 ‘공공의 적’이 돼버린 경우가 많다. 상업용 간판들이 남들보다 튀게 보이기 위해 자극적인 색감, 크기, 문구들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화사랑모임의 윤석위 시인은 “건물이 몸이라면 간판은 얼굴과 같다. 화장도 각기 자신의 얼굴과 신분, 때에 맞게 해야 예쁜 법인데, 간판업자들은 일괄적으로 똑같이 색칠을 해놓는 것이다”고 비유했다.

그는 “신규건물들이 들어선 용암동을 보면 간판들에 대한 행정규제가 필요함을 느낀다. 간판도 시각적으로 협박을 하고 있는데, 시민들과 행정기관이 너무 무관심하게 방치해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사랑모임 관계자들은 “2003년도 초 시에 강제 간판규제에 대한 제안서를 냈는데, 우수공모작으로 선정됐다. 간판정비를 위해 민과 관, 그리고 학계가 함께하는 위원회 조성도 구상해봤지만, 가장 빠르게 또한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갈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좋은 간판을 선정하고 시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시인은 “올해는 시에서 700만원의 예산후원도 받는다. 전국체전이 열리는 해이니만큼, 간판정비사업이 일부구간이라도 진행돼 청주의 이미지를 살려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문화사랑모임은 앞으로 3개월에 한번씩 정례화하여 행사를 진행하고, 또 연말에는 선정된 곳들을 두고 최종투표를 벌여 시예산으로  시상식도 열 계획이라고 한다.

행정 규제 방법은 없나

이러한 자극적인 간판들이 유행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윤시인은 왜정때의 잔재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일본문화는 흔히 ‘깃발문화’라고 한다. 그 만큼 내다걸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이러한 왜정때의 잔재가 우리나라는 아직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간판정비사업을 끝마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옥외광고물에 대한 조례를 살펴보면 돌출간판, 유리창선탠들이 불법일 뿐만아니라, 간판의 크기, 색깔까지 자세한 규제사항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청주시 담당공무원은 “이미 시공을 마친후에 통보를 하고 있는 실정이고, 간판규제가 강제사항이 아니다 보니, 허가의 역할만 할뿐이다. 이는 전국어디나 똑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제사항이 아니고, 또한 간판정비는 곧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미 간판공해라고 불릴만큼 심각하다고 하더라도, 신 시가지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용암동에서 사는 한 시민은 “신시가지이지만 간판공해는 똑같은 것 같다. 오히려 한 건물내 상가들끼리 경쟁이 붙어 더 조잡해진 경우도 있다. 무려 30여개의 간판들이 건물을 뒤덮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 현수막들이 시야를 가려 간판의 제기능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아니라 청주시 중심상권을 대표하는 육거리 입구또한 간판정비가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간판문제에 대해 그동안 서울시 서대문구 시민들이 주축이 돼 간판정비위원회가 조직됐으나 추진이 중단됐고, 또한 최근에 서울시가 중앙일보와 함께 간판정비 홍보사업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문화사랑모임은 “간판정비사업이 장기간 사업이지만, 시가 강제적으로 추진한다면 얼마든지 빠른시일내에 끝마칠 수 있다. 선진국을 보면 이미 건물도면과 함께 간판의 도면까지 첨부해야 허가를 내준다. 또 시마다 간판규제위원회가 조직돼 철저하게 검사를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형태의 간판만들기 운동은 우리가 가장 먼저 추진했다. 타도보다 먼저 시작한 만큼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사랑모임은 1993년도에 결성됐으며, 그동안 우리지역의 왜식 지명 바꾸기 운동과 전국 봉화제 사업, 성안길 가꾸기 사업 등 지역의 문화 사랑 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청주의 대표적인 왜식지명인 오정목을 방아다리로, 본정통을 성안길로 바꾸었을 뿐만아니라 성안길 동서남북에 사대문비를 세웠고, 성곽 복원 사업을 지금도 전개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