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공예의 도시’로 변신할까?
상태바
청주시, ‘공예의 도시’로 변신할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4.03.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체전 대비 주경기장 주변 ‘공예의 거리’ 추진
6억 예산으로 버스승강장, 가로등, 벤치 공예품화
지난해 만들어진 아트벤치들 ‘행방묘연’…사후관리문제 대두

청주시가 ‘공예의 도시’로 새옷을 입을 수 있을까. 청주시는 지난해 비엔날레의 특별이벤트로 거리공예프로젝트를 진행한데 이어, 올해도 전국체전이 열리는 주경기장을 중심으로 공예의 거리를 추진중이다.

공예의 거리 추진은 두 차례 대형국제행사인 비엔날레를 치르면서 이 도시에 ‘남겨진 유산’이 없다는 반론에서 처음 시작됐다. 그래서 제3회 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도시에 공예의 색을 입히자’는 것을 테마로 공공기물의 공예품화를 추진했다.

시민공모를 받아 버스승강장과 가로등의 공예품화, 지역작가들이 참여해 ‘아트벤캄를 만들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예산이 4000만원으로 한정되는 바람에, 승강장과 가로등은 다음으로 미뤄졌고, 결국 작가들 20명에게 200만원씩 지원해 ‘아트벤캄 20개를 만드는데 그쳤다. 일명 4000만원 프로젝트는 비엔날레 행사기간내 예술의 전당 문자의 거리내 작품이 전시됐다.

그리고 이 ‘상상력 넘치는 의자’들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뿐만아니라 ‘아트벤캄들은 당시 이종배 부시장과 이원종 도지사의 특별한 관심을 받게됐고, 따라서 ‘공예의 거리’사업이 연속적으로 추진 됐다는 후문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전국체전이 열리는 해이니 만큼, 청주를 알릴 수 있는 ‘특산품’으로 제격인 셈이다.

올해 예산은 당초 10억에서 도비 2억이 삭감됐지만, 도비 3억과 시비 3억 총 6억의 예산을 확보했다.

체전 선전용 공예의 거리 

그리고 올해의 사업추진부서는 시 산업진흥과로 현재 세부계획을 마치고, 5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들어가 9월말 체전개막전까지 설치를 마칠 계획이다.

시 담당자는 “원래는 상당공원에서 공단입구, 진천, 보은, 충주, 대전 방면까지 계획을 넓게 잡았지만, 예산관계와 또 체전을 대비해 구간을 좁게 잡았다. 사직로와 체육관 주변의 승강장 10곳, 가로등 40개, 벤치 50개소를 공예품화 할 것이다. ‘공예존(zone)’을 확실히 보여줄 것이다. 현재 승강장과 가로등은 이미 시민공모를 통해 받은 디자인을 두고 전문가 심의조정을 거쳐 최종안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승강장의 지붕은 직지책을 날개처럼 펴놓은 형상으로, 가로등은 용두사지 철당간의 이미지를 살려 제작한다. 예상설치비용은 각각 1500만원과 600만원이다. 그러나 벤치의 경우 정확한 값을 매기기가 어려워,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인 가격 산출을 위해 조정을 벌일 것이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아트벤치'는 예술품이라 공산품처럼 가격을 따지기가 어렵고, 또한 지난번처럼 지역작가와 함께 작업을 할 여유와 시간이 충분치 않다. 체전이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전국단위 조형물 업체에게 맡길 가능성이 크다. 벤치 50개를 200만원에서 400만원의 예산 안에서 제작할 것이다”고 부연설명했다.

따라서 지난번처럼 지역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전문 조형물업체를 통해 만든 작품들이 체전내 전시된다는 것. 또한 폐막후에는 주요로선과 공원에 재배치된다는 계획이다.

이에 지난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L씨는 “아트벤치가 관심을 일으켰던 것은 작품의 완성도보다도 비엔날레행사에 지역작가의 참여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사실 200만원의 설치제작비에서 작가들이 이익을 얻을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시에 기증한다는 의미로 제작에 나선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공예의 거리 추진이 지역작가들과는 무관하게 관주도로 이뤄진다면, 그것의 지역성을 살린 것인지 의심스럽다. 공예의 거리는 지자체 선전용에 불과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는 공예의 거리가 연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에 대해서 낙관할수 없다는 여론을 반증한다.

거리공예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는 “공예의 거리가 일회적이고, 일시적으로 그친다면 ‘공해의 거리’가 될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멀리 바라보고,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서울의 인사동, 올림픽공원, 남산등에도 아트벤치가 잘 형성돼 있다. 청주시가 구간을 정해서 ‘존’을 형성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연속적으로  구간들이 확대돼야만 공예의 거리를 만들수 있다. 지자체와 시민들이 함께 제작하고, 기증하는 구조로 흘러가야 한다.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아트벤치들 행방묘연

또한 아트벤치 참여작가 K씨는 “내 작품이 설치돼 있는 장소조차 통보받은 바가 없다. 폭설때문에 작품이 훼손되지는 않았는지 궁금한데, 어디있는지 알수 조차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지역의 문화의 현실이라고 말하면 비약일지몰라도 적어도 공예의 거리의 실체”라고  힐난했다.

현재 20개의 ‘아트벤캄들은 동물원, 서문교, 사직분수대, 문자의 거리, 중앙공원, 상당공원, 원마루 공원, 망골공원, 중흥공원, 청주 어린이회관에 1~2개의 작품이 골고루 배치돼 있다.

사후관리 담당부서는 시청 공원녹지과로 녹지계와 공원계에서 각각 해당지역의 작품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한 작품은 분실됐고, 또 작품 형태의 위험성때문에 창고에 들어간 작품은 2점이다. 시 담당자는 “이미 의자들을 넘겨받았을때 양헌조씨의 ‘항아리 의자’는 분실된 상태였다.

그리고 상당공원에 설치된 김장의씨의 ‘벤치'는 고정틀이 없어 의자로서의 기능에 문제가 있었고, 강병완씨의 ‘날자 날자’는 모서리가 날카로와 위험하다는 민원이 제기돼 회수해 현재 창고에 보관중이다. 또한 작가에 대한 통보는 우리 부서일이 아니다. 사후관리만 맡았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물론 제작당시 반영구적인 재료사용과 형태에 1차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이는 시가 계획한 4000만원짜리 공예의 거리 프로젝트의 결과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문교에는 이승희씨의 ‘C’자형 의자와 장백순씨의 ‘종이배’가 전시돼 있다. 다리 입구에 놓여진 의자들은 이미 사람이 앉기 힘들정도로 더럽혀져 있었고, 도자기로 만들어진 ‘C’자형의자는 일부가 떨어져나가 있었다. 그리고 인근 사직분수대 앞에서 있는 김태덕씨의 ‘인간의자’는 매직으로 쓴 낙서들로 어지럽혀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