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국회비준을 늦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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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국회비준을 늦추어야 한다
  • 충북인뉴스
  • 승인 2011.11.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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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2006년 참여정부에서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미국 양원의 비준을 통과하였고 이제 한국국회의 비준절차만 앞두고 있다.

그 전 정권에서 시작되어 이미 양국 정부에서 2007년 협정이 체결되었고,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의해 자동차 관세 등에서 추가적 양보를 한 것을 제외하면 그 골격에서 큰 변화가 없는데, 지금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극렬하게 반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온당한가 하는 점이 비준절차를 빨리 서둘러야 한다는 주요 논거가 되고 있다.

지금 비판을 받고 있는 협정안의 내용 중에 독소조항들, 이를테면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DS)이나 역진방지조항 등은 이미 참여정부 때부터 지적되어 온 것들이다. 그 때 집권당이었던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은 이런 독소조항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고 비준안을 통과시켰지 않느냐고 정부와 한나라당은 끈질기게 일관성의 문제를 야당에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당시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부시 정권의 이른바 신속 협상권(fast track)이 소멸되었다. 한미 FTA가 가져올 가공할 사회적 혼란을 지적해온 FTA 반대진영에게는 오히려 다행스런 결과였다. 그러나 오바마 집권 후 미국은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한국 측에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한미 FTA는 이런 보수정당 간의 책임공방과는 관계없이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 협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우려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으며, 우리의 법체계보다 상위에 있는 FTA를 법체계에 대한 방어 없이 통과시키는 것은 국가주권의 제한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왜 시민사회나 노동권의 비판을 무시하고 FTA를 추진했는가 하는 점은 분명하지 않으나 집권 초 집권세력의 중추가 참조했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FTA 추진에 대한 권고가 있다는 점이 FTA 추진의 배경을 짐작하게 한다.

참여정부는 그 이름과는 맞지 않게 FTA를 광범위한 여론수렴이나 과학적 검토 없이 시작한 혐의가 있다.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사전절차를 무시하고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으로 날아가 칼라 힐스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FTA 협상개시를 선언하였다.

그 시간에 사전에 열려야 할 공청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었다. 즉 이 협상은 처음부터 절차를 무시한 불법적 협상이었다. 또한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문서에 따르면, 김현종은 미국 제약업계의 요구인 ‘약가적정화 방안의 폐지’를 위해 죽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김종훈 수석대표는 정부훈령을 무시하고 개성공단 생산물에 대한 특혜 관세혜택을 논의에서 배제하였다. 그리고 김현종 본부장은 정부의 협상기밀을 미국 측에 자세하게 누출하였음이 드러났다. 이런 점들은 한미 FTA가 그 내용은 놓아두고서라도 절차 면에서 매우 중요한 하자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따르면 협정문의 한국어판에는 지금까지 500곳이 넘는 번역오류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번역오류는 실제 양국 간에 FTA의 적용을 두고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다.

그 분쟁에서 한국어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FTA 문안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모든 점들은 한미 FTA 비준을 이번 회기 내에 통과시키려는 정부-여당의 움직임이 매우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국회를 방문해 비준안을 통과시켜주면 ISD 조항에 대해 미국과 3개월 내에 재협상하겠다고 야당을 달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ISD는 재협상 대상이 아님을 분명하게 천명하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미 FTA는 새로 구성되는 다음 국회에서 새롭게 논의하는 것이 큰 재난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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