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운동은 내 딸들을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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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운동은 내 딸들을 위한 일이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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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자회장, 이재옥 대표, 이숙애 대표가 말하는 ‘여성단체와 나’

올초 도내 여성단체들의 지각변동은 총회를 통한 새대표 선출이었다. 여성단체들의 수장이 된 새대표들은 지금 한달여의 기간동안 신고식을 마치고, 단체의 발전방향 구상과 조직정비, 회원확대등의 공통 과제를 안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때로 ‘독하고 억센 여성’이라는 고정관념과 부딪히지만, 여성문제에 발벗고 나서는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닌 후세대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몇십년전 여성운동가들이 투쟁해온 터전속에서 여성운동은 꽃을 피워왔고, 우리세대가 그 혜택을 지금 누리고 있다는 것. 그래서 지금 이들의 투쟁은 미래의 딸들을 위한 일이라고 한다. 

“내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이다”
청주YWCA  김성자회장

제13대 청주YWCA 김성자 회장(64)은 89년 ‘청주YWCA’가 주최한 바자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인연을 맺어왔다고 한다. 김회장은 딸인 이혜정부장이 대학생 시절부터 ‘청주YWCA’에서 일하고 있었고, 또한 지인들도 있었던 터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선배이사의 권유로 바로 사업부위원이 됐고, 92년에 이사직을 맡았다. 그리고 직업개발부위원장, 사업문제부 위원장, 사업부위원장을 두루 맡았고, 최근 12대 부회장직을 역임했다. 또한 생협, 인력개발센터, 어린이집 등 9개 분과에서 위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줬다. “남들보다 ‘특별한 체력’을 소유한 것 같아요. 남들이 한가지 일을 할때 두가지 일을 벌이며 살았습니다.” 청주YWCA의 일은 김회장에겐  하나님이 주신 ‘소명’과도 같다고 했다. 우암교회 여신도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신앙의 실천으로써 ‘YWCA’의 일을 해왔다는 것.

3명의 활동가로 시작한 청주YWCA는 올해 39년의 세월을 자랑하며 현재 60여명의 활동가와 연 5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어 도내 여성단체들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크다. 이는 어린이집, 여성상담소, 여성개발인력센터 등의 국고위탁사업을 맡은 것이 재정 안정과 조직운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김회장은 앞으로의 청주YWCA의 사업방향에 대해 “국고위탁사업을 자제하고 회원지도력 향상을 위한 사업과 행사에 집중할 것입니다. ‘여성이 만드는 건강한 세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2006년까지 구현하는 것이죠. ‘YWCA’의 실천강령은 사실 구체적인 여성의 삶에 있습니다. 가정에 있는 여성에게 직업교육을 통해 사회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죠.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주YWCA는 유치원부터, 어린이, 청소년, 주부들까지 모든 연령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만 우리같은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미비합니다. 아직 계획사항이기는 하지만 임기내 ‘노인생활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노인복지의 이상향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청주여성의전화 이재옥 대표 “여성문제을 대하는 배타의식 버려야 ”

청주여성의 전화 이재옥 대표(53)는 지난 총회를 통해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여성운동에 안착했고, 또한 딸을 둔 엄마로서 딸의 안정된 미래를 위해 이 일을 선택했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청주백화점 맞은편에 위치한 중앙안과 원장이자 한국여의사협회 충북지회장, 장애인재활협회 충북지부 부지부장, 충청북도 의사회 부회장등의 여러 직함을 갖고 있는 그가 올해는 무엇보다도 여성의전화 대표 역할을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세웠다. “처음 우려했던 것과 같이 대표가 상근하지 못하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무국과 수시로 연락하고, 보고를 직접 받고 있습니다.”

그는 청주여성의 전화의 사업방향은 역시 여성인권사업의 접근이라고 했다.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 여성의 지원, 상담, 치료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매매 추방을 위한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며, 호주제폐지, 부부재산공동명의제 등도 구호나 캠페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와닿은 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그래서 청주여성의 전화는 문화사업과의 연계를 계획중이다.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영화제’, 삶의 질을 높이자는 ‘성질높이기’, 색다른 시각의 영화보기 모임 ‘색시사모’등의 소모임을 이미 진행중이고, 올해는 ‘중년의 유쾌한 성가꾸기’, ‘양성평등을 위한 남성의 모임’등을 새롭게 만들어 갈 예정이다.

또한 역사에 묻혀진 여성인물들을 조명해 자료집 발간도 계획중. 이대표는 “무엇보다도 가장 힘써야 할 부문은 회원확보입니다. 외부사업이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회원들 중심의 실질적인 사업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소식지 발간과 홈페이지 강화를 구상중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운동을 바라보는 가장 이기적인 관점은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죠. 일부 여성의 일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여성문제는 우리 모두가 풀어가야할 과제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이숙애 대표 “여성이여, 더이상 끌려가지 말자 ”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이하 충북여세연) 이숙애 대표(45)는 97년 청주여성의 전화에서 내건 공채에 합격하면서 처음 여성단체와 인연을 맺게 된다. 주부였던 이대표는 당시 방송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늦깎이 대학생이기도 했다. 그가 청주여성의 전화에서 맡은 분야는 여성인권업무였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골치아픈 업무였지만, 이상하게도 제게는 본능적으로 이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폭력상담소장을 맡으며 법원과 경찰서를 집 드나들듯이 오갔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를 기억하는 지인들은 지금도 ‘투사’같았다고 회고하죠.”

남다른 열정을 소유했다고 말하는 그는  98년도에 청주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2002년까지 석사과정을 밟으며 실무와 학문을 병행한다. 그러던 그는 2002년 돌연 휴직계를 냈다. “여성의 전화의 일은 누군가 끊임없이 부딪혀 싸워야 하는 일이었죠. 그런만큼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게 안식년이 필요했습니다.”

그는 2004년 충북여세연의 새대표로 돌아왔다. 이미 2003 충북여세연 창립당시 운영위원으로 활동을 해왔다고 한다. 충북여세연은 남성들의 만들어온 구조틀에서의 운동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여성이 ‘의사결정구조’로 들어가 발언과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여성정치인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대표는 “여성들이 ‘정캄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충북여세연을 바라보는 시각도 여성정치인 만들기라는 국한된 시각으로 바라보죠. 하지만 정치인 배출에 앞서 직장과 학교에서의 리더자를 키우는 것이 선행과제입니다.” 충북여세연의 올해 중점사업은 리더십센터의 강화다. 이전 평일 낮시간 주부대상으로 했던 것이 올해부터는 직장여성들을 대상으로 평일 저녁시간에 진행한다. 그리고 4·15총선에 대비해 여성들의 유권자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도 두차례 열 계획이다.

“최근 여성전용선거구제, 비례대표확대등의 발표는 어쨌든 여성계에서 반가운 이슈 였지만, 여성의식이 없는 여성정치인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봅니다. 충북여세연은 지역선거구에서 여성이 출마할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고, 여성출마자에게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대표는 다음 총선에는 여성 출마자를 낼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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