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담·제도미흡…공무원 출산·육아‘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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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담·제도미흡…공무원 출산·육아‘눈치’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2.01.0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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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전문인력 채용, 급여 현실화 등 대안 없는 휴직 제도는 모순”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고 ‘여성 파워’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 체계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제천시는 산하 공무원 962명 중 264명이 여성일 정도로 일반 직장에 비해 여성 공무원 비율이 월등히 높다. 이를 반영하듯 구랍 31일 기준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한 여성 공무원은 21명에 달한다. 90일까지 사용 가능한 유급 출산휴가에 들어간 여성 공무원도 4명으로 집계됐다.

▲ 정부와 지자체가 출산을 장려하고 육아와 보육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등 적극적인 인구 정책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법으로 보장된 권리조차 행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공무원들조차 휴가를 마음놓고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휴가자에 대한 처우는 기대 이하다. 출산휴가의 경우 기본급 대비 100%가 급여로 지원되지만 육아휴직은 기본급의 60%만 지급된다. 이 때문에 영아를 자녀로 둔 경우라 할지라도 실제 육아휴직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육아휴직은 현행 법제상 최장 3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3년을 모두 사용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체로 1년, 길어도 1년 반을 넘기지 않는다. 물론 최저 생계비 수준에 불과한 육아휴직 급여 때문이다.
현재 가임 공무원의 급여 수준을 감안할 때 기본급 대비 60%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월 50~100만 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할 경우, 휴가 기간 동안 동료 공무원들이 휴직자의 업무까지 떠맡아야 한다.

제천시 본청 공무원 A씨는 “팀원 수가 고작 3~4명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팀원 중 누군가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가면 대체인력이 수급돼야 한다”며 “하지만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나머지 팀원들이 그 일을 분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업무 공백이 생길 경우 일용직 개념의 대체 인력을 투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업무가 단시일에 인수인계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전문 분야여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형편이다.

몇 해 전 출산휴가를 사용했다는 한 여성 공무원은 “아이를 낳기 위해 휴가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내가 하는 업무를 동료 팀원들에게 전가한다는 생각에 휴가 기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며 “이런 어려움 탓에 육아휴직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일부 부서에서는 여성 공무원의 임신 사실을 들은 상급자가 임신한 공무원에게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여성이 아닌 남성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은 엄두를 내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실제로 현재 육아휴직을 사용 중인 제천시 소속 공무원 21명 중 남성은 단 한 명뿐이다.
때문에 공무원들은 교원들처럼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유경험자 등을 대체 요원으로 운용하는 방안이 적극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교원들의 경우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급여는 기본급의 40%에 불과하지만, 2급 정교사 이상의 자격을 갖춘 대체 인력을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기 때문에 법정 휴가 일수를 모두 사용한다고 해도 본인의 경제적 부담 외에는 학교나 반 운영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이 때문에 공무원들은 육아휴직 급여 수준을 출산휴가나 이에 버금가는 선으로 인상하고 휴가 기간 동안 전문 대체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배정하는 등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정부나 지자체는 말로만 출산 장려를 외칠 게 아니라, 마음 편히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비교적 법률적 권리가 보장된 공무원들의 출산 및 육아 환경이 이 정도인데 일반 직장이야 오죽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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