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바라보는 게 힘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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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바라보는 게 힘들어도
  • 육성준 기자
  • 승인 2012.01.11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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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고두고 바라보는 게 힘들어도소금땀 흘려 기른 농심이 아파서갈아엎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단지 그 노동이 고되다는 얘기가 아니다. 소금땀 흘려가며 탐스럽게 기른 농심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싹이 날 때는 행여 밟을까 조심스레 이랑을 걸었다. 이파리를 자식 낯빛 살피듯 보살피며 여름을 났다. 웃자라서 억세지 않도록 가지런히 단을 묶을 때에는 시집가는 여식의 머리를 땋는 기분이었다. 그 이랑 위로 트랙터를 들이밀 수는 없었다. 풍차 같은 바퀴에 여린 고갱이까지 짓밟히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두고두고 바라보는 게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차마 갈아엎을 수는 없었다. 청원군 오송읍 정중리 들판에는 그래서 눈에 덮인 배추밭이 있다. 눈에 덮여 얼고 녹기를 되풀이했어도 이파리 한 장 다치지 않은…. 사진 육성준 기자글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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