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학 전문의 만들어 준 하버드대서 강연 합니다”
상태바
“유전학 전문의 만들어 준 하버드대서 강연 합니다”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2.03.08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숙자 소아청소년 병원장 오는 4월27일 초청강연 소회

유전병의 하나인 선천성 대사질환의 권위자로 알려진 김숙자(62) 소아청소년병원장이 오는 4월27일 美하버드대의 초청강연을 앞두고 있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 원장은 이날 ‘하버드의 유전학을 한국으로…’라는 주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 1983년 임상현장의 한계를 느끼고 美하버드대 유학길에 올라 3년 과정의 소아과 레지던트를 2년 만에 마친 뒤 30여 년 만의 일이다. 자신의 무기력함을 극복하게 해 준 모교에서 소아과 유전질환 전문의가 되어 초청강연에 나서는 그에겐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선천성 대사질환은 물질이 분해되는데 효소나 조효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신생아 때부터 여러 증상이 나타나지만 성인이 된 이후 뒤늦게 나타나기도 한다. 적당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대뇌, 간장, 신장, 안구 등의 장기에 돌이 킬 수 없는 손상을 주게 된다.

또 뒤늦게 치료에 들어가도 평생을 지적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치명적인 상처를 떠안게 된다. 이런 선천성 대사질환도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로 조기치료가 가능하다. 피 한 방울로 여러 가지 질병을 동시에 진단하는 것이다. 조기에만 발견하면 식이요법과 약물치료만으로도 정상적인 성장을 이끌 수 있다.

그는 지난 2000년 국내 최초로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검사도중 문제가 생기면 텐덤 질량 분석기를 다루는 전문가가 없어 영국으로 전화 연결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한 번은 환자 중에 질량분석 결과에 이상 소견이 있어 직접 환아와 부모를 데리고 하버드대 병원을 방문해 주임교수의 확진을 받아 치료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전국적으로 이 같은 선천성대사질환자가 280여명 정도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청와대 신문고 등을 통해 대통령에게 2차례 편지를 쓰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정부차원 지원 필요 사업”

그가 편지를 쓴 이유는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25달러에 검사를 하고 이상 소견이 있을 경우 주 정부 산하 검사센터에서 재검과 확진을 받아 전문가의 진료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치료시기를 놓친 아이들만 알음알음 듣고 하나씩 찾아오고 신생아 검사를 해도 제대로 된 치료가 뒤따르지 않아 뇌손상을 입는 현실이 답답했다”며 “이는 의사 개인이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라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란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사실 10여만 원이면 이 같은 검사는 산부인과에서 할 수 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악용되다 보니 이상소견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로 연결되는 경우가 드물고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충북 옥천이 고향인 김 원장은 충남대 의과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청주의료원에서 소아과장을 지내기도 했다. 당시 임상 현장의 한계를 느껴 유학길에 오른 곳이 바로 美뉴욕의 알버트 아인슈타인 대학병원이었다.

그는 “1년여 인턴(수련의) 과정을 마쳤지만 유전병에 대한 지적갈등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며 “당시 신생아 스크리닝 검사를 처음 실시한 닥터 구쓰리의 추천으로 하버드대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게 됐다. 하버드대는 전세계 희귀 난치성 질환 아이들이 모두 모이는 곳 같았다”고 전했다.

“40억 사재 털어 재단 설립”

유학 생활도중 잠시 귀국한 김 원장은 뇌출혈로 쓰러져 잠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후 잠 한번 제대로 청하지 못할 정도로 과로가 겹쳐 낸 개인병원이 청주 서문동의 소아 병원이었다.

지난 2004년 6월 소아경련질환과 이비인후과에 일가견이 있던 홍대의 원장, 소아 성장 관련 진료를 보던 김영주 원장등과 함께 했다. 하지만 그의 한국유전학연구소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면서 분원해 현재 청주 운천동에 김숙자 소아청소년 병원으로 새롭게 문을 열어 진료를 하고 있다. 김 원장은 사재 40억 원을 털어 한미의료재단을 설립하고 충북도에 기부채납 한 바 있다.

그는 “임상현장에서 한계를 느껴 유학길에 올랐고 상업적인 검사가 아니라 도내,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들이 무료로 스크리닝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이 같은 바람이 현실화 된다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뇌손상으로 인한 지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폭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하버드대에서의 초청강연도 유전학 전문의가 되어 한국 땅에 서기까지의 경험담을 전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美유전학 심포지엄과 연계한 기회이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