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빙교사제, 학교장 코드인사 우려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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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빙교사제, 학교장 코드인사 우려 현실로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2.03.2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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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자, 내신 순위 무시·대학 연고자 발령등 의혹 제기
"1순위 불구 3년째 누락" "예체능 교사 소외" 등 주장

▲ 국공립학교의 우수교원 초빙을 목적으로 도입된 초빙교사제가 학교장 인사권 남용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교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초빙교사 제도와 관련한 학교장의 인사권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비교적 예측 가능한 공정한 인사로 인정받던 교육계 전보 인사 관행이 깨지면서 사실상 인사권을 휘두르는 교감과 교장을 향한 줄서기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충북대학교 사범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80년대 초반에 괴산군 괴산여중에 임용된 국어교사 A씨(56). 그는 전교조 활동으로 근무평정을 받지 못하면서 20여년을 증평여중, 목도중학교 등에서 교직 생활을 하면서 괴산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그녀의 집은 청주였다. 이후 그가 어렵게 발령 받은 청주 근무지는 충북인터넷고 2년, 충북고 6년 등 8년 만에 지역연한에 걸려 진천, 음성을 떠돌아야 했다.

정년 7년을 남겨 놓고 그는 현재 청원 각리 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30여년 교직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3년 동안 3차례나 자율형 공립고인 청원고등학교에 초빙교사를 신청했다. 자율형 공립고인 청원고는 100%까지 교사를 초빙할 수 있다. 그런데 A씨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 2009년에는 양청고가 개교하면서 청원고에는 초빙교사를 신청했고 양청고에는 내신 지원을 함께 했다. 하지만 A씨는 2011년까지 내리 낸 양청고 내신 지원에서도 선택받지 못했다.

"원칙·규정 없는 인사" 반발
A씨는 올해 1월 공개된 전보 순위부에서 1순위였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전년도엔 2순위였다고 한다. A씨는 "내신 순위 전보를 무시한 학교장의 임용제청권과 초빙교사제가 내신 순위 9, 10, 11위를 인사발령 내는 현실에 이르렀다"며 "이로 인해 희망 근무지를 바라보고 있던 교사들은 상실감과 허탈함이 큰 상태다. 내신 1순위 근무지 희망자는 누락되고 임용제청권까지 발동해 전보순위 10위권 밖의 교사와 심지어 학습연구제(안식년)에 들어간 교사까지 채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80학번 이상의 나이든 교사는 임용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2011년 전보인사 결과 국어과 교사 2명이 교감(교장 직무대행)의 말과 달리 '76학번과 78학번'이었다"며 "경력교사가 발령이 난 것이 문제가 아니고 교감이 원칙과 규정에도 없는 것을 인사기준으로 세우는 것이다. 더욱이 전보 순위가 한참 뒤인데도 채용된 한 교사는 교감의 대학동기였다. 이런 헌법이 보장된 기회균등도 무시하고 불공정한 인사를 자행한 교감은 올해 3월1일자 교장으로 승진해 충주의 한 중학교로 발령이 났다"고 말했다.

A씨는 이 같은 억울함을 지난 15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하지만 인터넷 접수이후 전화통화에서 '불이익 처분이 없기 때문에 심사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교원고충처리위원회에 이 같은 사실을 재차 알리고 불공정 인사 관행이 되는 초빙교사제와 임용제청권의 폐단에 대해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심의위원회 결정 부정 없다"
심지어 초빙교사 제도는 앞서 지난해 3월 단행된 전보인사 에서 청주시내 전보를 희망하는 미술과목 지도교사 대부분이 인사이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전교조충북지부가 사전에 조사한 당시 전보인사 희망자 발령 비율은 35.1%, 하지만 초빙교사 발령 인원 비율은 이보다 많은 38.1%였기 때문이다. 즉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주요 5과목 교사들에 대해 초빙교사제를 시행하면서 예체능계열 교사들의 전보 순위가 무시됐다는 얘기다.

청주 한 중학교 음악교사 내신 자리를 희망했던 B씨는 2월말 전보인사 신청을 기다리다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어야 했다. 이미 12월말에 해당학교가 초빙교사를 받아들이면서 자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B씨는 "같은 지역에서 자리 이동하는 것이고 지역 근무 연한이 남아 있어 기대를 했는데 초빙교사 제도 때문에 희망이 사라져 황당했다"며 "내신 지원을 하려 했던 것은 집과 근무지가 가깝기 때문 이었다"고 전했다.

불공정 인사 논란을 빚은 C교장(전 양청고 교감)은 "국어과 교사 3명을 모셔 온 것은 학교장 재량 이었다"며 "신설 남녀공학 학교로 생활지도 면에서 젊은 남자 교사가 적합하다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 이는 국어과 교사들과 각 교과목 교사들로 구성된 초빙교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한 것이다. 80학번 얘기는 한 적도 없다. 젊은 교사를 모셔 오려 한다는 것을 오해한 듯하다. 문제를 제가한 교사도 대학 동기다. 다른 국어과 교사들은 분위기를 파악하려 사전에 다녀가면서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A교사는 전화 한 번 하지 않았다. 오창고도 있는데 굳이 청원고와 양청고를 고집하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tip>초빙교사제와 임용제청권 '취지가 무색해'

정부는 지난 2008년 4월15일 학교 자율화 조치로 초빙 교사제에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주요 5과목과 지역 제한을 사실상 풀었다. 이에 자신이 원하는 학교와 지역에서 근무를 하기 위해선 사전에 학교장에게 인사라도 해 둬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왔다. 아무리 전임 학교에서 근무평정을 잘 받아도 근무를 원하는 학교장의 선택이 없이는 들어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해마다 연말이 되면 1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진학지도 유경험자, 석사학위 소지자 등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교원의 초빙 신청서를 받고 있다. 그런데 학교장의 인사 재량권을 지나치게 키워 주면서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학교장들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교원을 뽑을 수 있는 임용제청권을 준 상황에서 초빙교사제란 날개를 달아 주면서 인사권 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도교육청이 발표한 초빙교사제 운영계획을 살펴보면 일반학교 20%, 자율학교와 교장공모 학교는 50% 이내, 자율형 공립고인 청원고 등은 100%까지 교사를 초빙할 수 있다. 이 말은 도내 480여개 학교 중 40.4%에 이르는 194개교(자율학교 152곳·교장공모 42곳)가 교원 정원 50%까지, 나머지 일반학교 50.6%(286곳)가 최대 20%(13명)까지 교사를 초빙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학교장의 재량권이 커지면서 교원들 간에 점수를 따기 위한 과열경쟁이 파벌과 위화감을 조성하고 끝내 금품 수수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초 초빙교사 제도는 유능한 교사를 초빙해 학교 운영의 효율화를 꾀하고 우수한 학교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한마디로 학교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비교적 예측 가능한 공정한 인사로 인정받던 교육계 전보 인사 관행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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