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퍼포먼스를 구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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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 퍼포먼스를 구경하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4.04.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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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돌 맞은 ‘아홉용머리’, 양승호 지수화풍을 위한 제(祭)

아홉용머리축제가 멈추지 않는 이유
올해 17개국 34명 해외작가 참여

 대청호국제환경미술제(아홉용머리)가 올해로 제9회째를 맞았다. 4월 3일부터 15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과 대청호에서 퍼포먼스과 야외설치, 실내전시로 행사가 진행되며, 올해는 17개국에서 34명의 외국작가가 참여했다. 올해 주제는 ‘아름다운 쓰레기’. “환경미술이 자연과의 교감에서 빚어지며, 또한 자연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면 분명 대청호에 남겨진것은 ‘쓰레기’이며, 또한 ‘아름다운 쓰레기’입니다.” 박병욱 위원장의 설명이다.

올해의 아홉용머리는 지난해까지 청원군과 청주시, 그리고 충북도에서 우수축제 항목으로 주던 지원금액을 받지 못했다. 도 문예진흥기금으로 받은 430만원이 전부였다. 그래서 부대행사는 전면 취소됐고, 행사도 축소된 것이 사실이다. 박위원장은 “이번행사의 최소비용이 5천만원이죠. 430만원으로는 작가들의 여관비만을 냈을뿐입니다. 그나마 행사가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오스트리아, 스위스, 뉴질랜드 등의 대사관과 유럽재단에서 후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죠. 이들 단체들이 해외 초청 작가의 소요경비를 후원했고, 또한 동네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점심식사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아홉용머리를 살리자는 서명도 2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해주었죠”라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축제를 끌고가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이것은 개인의 약속이기에 앞서 ‘예술’과의 약속이고, 또 축제는 내 자신의 ‘존재’이기도 합니다. 삶의 예술이기에 멈출수가 없는 것입니다. 빚을 지더라도 계속 지속할 것입니다”라며 강한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4월 3일 실내전과 퍼포먼스가 열리는 예술의전당에서 유럽에서 구입했다는 청소복 옷을 입고 있었다. 또한 직접 도안했다는 죽은예술을 상징하는 마크를 ‘아홉용머리’의 이미지로 차용했다. 이날에는 5명의 해외작가들이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판화, 평면설치, 미디어를 이용한 작품등이 관객들로부터 호흥을 얻었다.

스위스의 쓰레기 설치작가  우스라스탈더는 대청호변에서 주은 쓰레기들을 이날 행사장에 펼쳐놓았다. 야구공, 축구공부터, 마론인형들, 빗, 신발등 상상치 못한 물건들을 장난스럽게 장식했다. 그는 세계를 돌며 쓰레기 설치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대청호가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참여한 독일의 안드레아스피틀릭은 전시장 모퉁이에 대청호 흙을 옮겨다 놓고, 한쪽에는 ‘초록’엽서를 전시장에 두고 ‘마음껏 가져가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또한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했던 그리스의 아나타시아 할리아스 키라아카코스는 한지로 만든 한복을 입고, 한손에는 먹과 붓을 들었다. 그는 관객들에게 붓을 주며, 한복위에 글과 그림을 남기도록 유도했다. 이외에 캐나다의 에리카는 구름을 담은 옷을 입고, 노래와 몸짓으로 여성성과 자연에 대한 울분을 토해냈다. 한편 이날 스위스 대사관과 한범덕 정무부지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작품전시는 5일까지, 야외설치전시는 5일부터 15일까지 대청호변에서 열린다.

도예가 양승호, 30년 도예인생을 정리하다
‘퍼포먼스는 자연을 위한 향연’

지난 2일 도예가 양승호씨의 개인전이 열리는 한국공예관에는 흔히 등장하던 테이프컷팅대신 금줄이 걸린 나무가 전시장 입구를 지켰다. 오픈식의 주제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을 위한 제(祭)’.  다례와 춤, 노래가 어우러져 향연을 피웠다.

이날의 퍼포먼스는 지리산에서 올라 온 문인화가 장민환씨가 ‘토굴가'를 부르고, 향기를 찾는 사람들의 대표 박희준씨가 다례신에게 제를 올리고, 그리고 다례신이 건네준 에너지(물)을 얻은 최화정씨가 도예와 춤, 관객들의 매개자가 되어 제를 주도했다. 바로 ‘지수화풍(地水火風)’, 도예를 만들어 낼수 있는 자연을 위해 제를 드린 것이다. 또한 퍼포먼스의 출연인물들은 양씨의 지인이자 예술동료이고, 그리고 최화정씨는 그의 아내다.

최화정씨는 “양승호 선생님의 작품들은 거칠은 손같이 갈라져 있지만, 만져보면 아주 따뜻해요. 이번 작품주제가 분단의 아픔을 담은 3.8선이다보니, 도예에 꽃혀진 철조망들이 마음을 아프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메마른 흙에 촉촉히 물을 던져주고, 또 관객들과 에너지를 나누고 싶었죠”라고 이날의 퍼포먼스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양승호씨는 ‘인간과 자연의 교감 3·8선’을 주제로 그간 도예인생 30년의 작품세계를 펼쳐보였다. 우주시리즈, 누에고치, 철조망시리즈, 자라는 흙, 춤 등. 전시는 11일까지 한국공예관 4층에서 열린다.  양씨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언젠가 분단의 아픔을 작품으로 만들어 내리라 다짐했고, 지금은 그 때인것 같아 3·8선 시리즈를 내놓았죠”라고 말했다. 

이번에 전시된 ‘자라는 흙’은 제1회 공예비엔날레 출품작이기도 하다. 도예와 대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으니, 이름그대로 ‘자라는 흙’이다. 대나무는 줄곧 4년째 자라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전시장에는 도예와 함께 자라고 있는 이름모를 난과, 대나무들이 눈에 띈다. 양씨는 “예전에는 ‘만든다’는 것에 집착했지만, 이제는 자연에게 맡기면 작품을 만들어 주더라고요. 대나무가 자랄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자연의 힘이니까요”라고 설명했다.

충남태안에서 태어난 그는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81년 우연한 기회에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비행기삯만 들고 떠났던 여행이 20여년의 세월을 유럽에서 보내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양씨는 81년 영국에서 트임기법을 개발했고,  2000년에는 난과 도예의 접목을 최초로 시도했다. 또 최근에는 겨울 작업의 어려움때문에 군불구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는 것 . 현재는 스위스와 불란서, 충남태안에 개인작업장을 갖고 있다.

그는 “99년 한국에 들어왔을때 부모님의 노한을 보고 놀랐죠. 그때서야 유럽에서 보낸 세월이 꿈같이 흘렀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내가 죽을때 이땅에 묻혀야 된다는 강한 이끌림으로 고향인 충남 태안에 터를 잡게 됐죠. 지금은 유럽에서 6개월, 태안에서 6개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적응기간이기도 하지만, 이미 유럽일정이 내년도까지 잡혀져 있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또한 양씨는 국제예술단체 ‘나오리’의 대표이다. 나오리는 도예, 춤, 노래가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그들의 예술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씨가 나오리 무용단 대표를 맡고 있고, 이들과 함께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연구원이자, 동료이자, 회원이다.

한편 4월 11일에는 최화정씨가 청주예술의전당에서 ‘누에고치' 공연을 펼친다. 서원대학교와 청주대 대학원을 졸업한 최씨는 잠깐이지만 청주시립무용단에서 활동 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작품 ‘누에고치'에 대해 “내 몸이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해보려고요. 손이 오르고 싶은 만큼, 발이 내딛고 싶은 만큼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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