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구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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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구원하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06.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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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정 사회학박사

아름다움을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는 여성들을 만난다. 그런데 이 말은 어딘가 모순적이다. 피눈물과 아름다움이 어울리지 않는다. 피눈물을 흘리는데 아름답기는커녕 잔인하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에게 강요된 불편하고 잔인한 아름다움에 반기를 들어왔다. 건강한 자기애와 몸에 대한 자부심을 되살리기 위해 코르셋과 브래지어를 벗어던지기도 하고, 신체 부위별 사이즈로 여성을 판단하는 미인대회를 반대하기도 했다.

여성에 대한 미(美)의 기준이 남성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달려있는 것에 항의한 덕분에 우리들은 바지, 굽이 낮은 구두와 운동화, 짧은 헤어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원하는 대로 자신을 가꾸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의 가치를 누리면서 여성 신체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름다움이 다시 소비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의해 오염되어가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각종매체와 광고에서 등장하는 우리들의 몸은 더 이상 우리 자신으로서 사랑스럽고 아름답지 않다고 말한다. 어딘가 부족한 몸, 어딘가 혐오스럽고, 군더더기가 붙은 몸, 그래서 어딘가 손을 대고 끊임없이 관리해야 할 것 같은 몸을 우리는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기 관리를 통해 얻는 미(美)는 고통, 돈, 노력, 철저한 자기통제와 맞닿아 있다. 자기 계발과 자기 관리가 일상적으로 구조화된 문화에서, 소위 잘 팔리는 이력서를 갖추기 위해서는 토익점수, 자격증 따위의 스펙만 관리해서는 안된다.

심혈을 기울여 이리로 꼬고 저리로 꼬아서 분재(盆栽)한 소나무처럼 몸매와 얼굴을 젊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기술, 즉 몸 프로젝트(성형, 다이어트, 피부관리)를 통해 만들어진 몸, 그것이 아니면 경쟁력이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한국 사회 80%이상의 사람들이 저마다 어떤 형태로든 다이어트 중이며, 소녀들의 80%이상이 성형수술을 원한다는 걱정스러운 통계가 나와 있다.

몸 프로젝트는 의료상업화와 맞물려서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돈을 쫓는 병원과 돈을 들여서라도 외모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신자유주의적 주체 간의 공급과 수요가 만나 육체산업의 판이 커지고 있다. 에스테틱, 성형외과, 피부과, 그리고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하는 많은 가정의학과 의원들이 육체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런 병원들은 각종 첨단기기를 가져다 놓고 ‘혐오스러운 몸’을 ‘아름다움 몸’을 바꾸라고 부추기고 있다. 만약 당신이 최첨단 의료장비를 통해 육체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무절제하고 부도덕하고 게으르며 무능한 사람으로 비춰질 것이다.

조형화된 몸을 추앙하는 사회, 왜곡된 미를 수행하는 사회는 전족하는 사회와 다름없다. 전족은 중국에서 10세기 초부터 20세기까지 거의 1000년간 지속되었던 풍습이다. 갓 잡아 뜨끈뜨끈한 닭의 배에 여아의 발을 넣어 말랑하게 만든 다음 붕대로 단단하게 묶어 관리하면 발등의 뼈가 부러지고 발가락이 일그러져 얼핏 보아 돼지발과 흡사한 전족이 완성된다. 지금 보면 잔인하기 이를 데 없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아름다움이라고 믿었으며, 부의 상징이었다.

당나라 절세미인인 양귀비가 엉덩이를 살랑이며 걸었다고 전해지는데, 사실은 전족으로 인해 뒤뚱거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족문화로 인해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것 = 여성적인 섹시한 걸음걸이’로 자리하게 되었다.

고통의 몸짓을 성적인 매력으로 해석하는 시선이라니! 뒤틀린 발보다 더 뒤틀린 가부장제적 시선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는 귀족층 여성이 아니라 대다수의 평민 여성들까지 전족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소 키우고 밭일을 하는 여성들까지 전족문화를 받아들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하이힐(그 보다 심한 킬힐도 있다)을 신고 일하는 우리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일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가 날아든다. 「★독일 명품 제모 레이저 도입★ 같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시술 받으세요^^ ○○피부의원」. 메시지를 읽으며 몸 어딘가 털이 있는 사람으로서 살짝 소심해진다. 그리고 묻고 싶다. 털이 난 여자는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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