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한 신영희 사무총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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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한 신영희 사무총장님께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06.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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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전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장·캐나다 거주

존경하는 신영희 청주YWCA 사무총장님. 정년퇴임식이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니 참 많은 생각들이 교차합니다. 돌이켜보면 그 오랜 세월, 파도처럼 오르내리는 나라와 지역의 정세 속에서 한시도 역할을 놓을 수 없으셨습니다.

여성운동, 시민사회운동, 기독교운동 어느 한 영역도 외면할 수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매 순간 몰려드는 일들로 두 사람 세 사람 몫의 역할이 총장님께 짐 지워지곤 했지요. 게다가 맡겨진 일들은 어느 것 하나 내버려 두지 않고 꼼꼼히 챙겨야 하는 성품이시니 얼마나 그 수고의 분량이 크셨겠습니까. 정말 그 동안 많이 애쓰신 세월과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한 사회가 보다 잘 운영되고 발전하기 위해, 그리고 문제점과 더 큰 위험을 미리 막기 위해 시민사회운동이 제기하고 노력하는 이슈들은 얼마나 영향력 있는 것일까요? 그 결과는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것일까요? 시민사회운동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끝없는 운동의 과제는 때로는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처럼 그저 반복되고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뒤돌아보면 그것은 깊은 바닷속 물고기의 몸짓처럼 생명력 넘치고 찬란한 것이었음을 압니다. 총장님께서 처음 기독청년여성운동을 시작하셨던 70년대, 꿈 많고 웃음도 많고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해 옳은 것을 편들고 싶어 하는 순수함과 정의감도 많았던 여자 기독청년들의 소모임조차 감시와 탄압을 받아야 했던 야만의 시대에 비하면 그래도 성큼성큼 발걸음을 재촉해온 역사변화와 민주주의의 진전이 헤아려 지지 않습니까.

적은 역량으로 많은 일을 감당해 내는 사람에겐 권력화 한다고 비판하고, 소박하게 한구석에서 성실히 일하면 역량이 부족하다고 비웃고, 잘못된 것에 크게 분노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면 과격하다 말하고, 매일매일 돌탑을 쌓듯 성실하게 일하면 새로움이 없다고 외면해버리는 세태가 많은 시민운동 활동가들을 지치게 만드는 일도 있었지요.

하지만 다가오는 일들에 경중을 따지고 가르는 것에 앞서 정의와 역사 앞에서 바로서는 길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렇다 여겨지면 숨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는 원칙과 고백이 오늘까지 총장님을 밀어온 동력이었다는 걸 감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지켜오신 그 모습을 보고 영향을 받고 그렇게 닮아가고 싶어하는 후배들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두둑한 이득이 남은 것입니까.

이제 실무는 내려놓으시지만 운동을 내려놓지는 못하실 겁니다. 시민사회운동은 우리가 어떤 공간적 시간적 거리에 있다 해도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환경은 더욱 나빠지고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는 더욱 쇠퇴하고 진보정치는 갈피를 못 잡고 여성들의 삶은 가난과 폭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한 순간도 이젠 끝났다 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더 성숙한 시민사회, 참여와 나눔이 흘러 넘치는 풍요로운 지역사회, 아주 작은 일에도 평등과 존중의 질서가 작동되는 곳이니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고도 멉니다. 여러 원로 선배들이 그러 하셨듯 통념적 사회질서가 물리적 나이를 기준으로 정년퇴직을 권할 때 더욱 새로운 발상과 활동이 왕성해지는 시절을 맞이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이야말로 자발적이고 가치추구적인 비영리 시민운동이 갖고 있는 크나큰 장점이기도 하지요.

우리지역에 시민운동 지원조례가 만들어지고 시민운동 지원센터도 열리게 될 거란 소식을 접하니 마음이 설레 입니다. 민주시민교육과 시민기금의 형성 같은 일들은 한국사회의 빠른 성장과 변화 속에서 차분히 성장하기엔 역부족이었던 부분이라 많은 기대가 됩니다.

 기부와 모금과 지역공동체 조직이 활성화 되어있는 이곳 캐나다 사회를 보면서 마냥 부러웠던 점들이 많았거든요. 총장님의 역량이 그곳에서 새롭게 발휘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자랑스러운 총장님. 늘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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