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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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웁니까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07.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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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정 사회학박사

출산과 양육은 보기보다 힘든 일이다. 아이를 키워보니 ‘아기볼래? 밭일 할래? 하면 밭일 한다고 한다’는 말이나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그 만큼 모성을 수행하는 데 많은 노동과 헌신이 요구된다. 더구나,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여러 제도와 여러 사람의 지속적인 도움을 얻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나는 시설보육보다 가정양육을 선호했기 때문에 소득에 따라 차등지원이 되는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몇 달 지나지 않아 지원 예산이 바닥이 났다는 안내를 받았다. 운영이 불안해지면서 파견 도우미 선생님도 자주 바뀌기 시작해서 곤혹을 치렀다. 요즘 논란이 되는 보육정책 문제를 바라보노라니 그 때 아이를 이 손 저 손에 맡기게 되어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로 서니 정부 정책이 다른 것도 아닌 보육문제를 두고 이리 저리 흔들리는 데 실망을 감출 수 없다.

보육시설 이용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돌보미 이용가정이 낫다는 말이 나온다. 가정양육이 여러 가지로 이점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어린이집 이용 아동에 한해 0~2세 보육료 지원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여 야심차게 시작한 무상보육이 시작하자마자 예산문제로 중단위기를 겪고 있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논의도 없이 무상보육 예산에 지방비 부담을 50%나 책정함으로써 출발부터 논란을 빚었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예산부족을 핑계 삼아 선별적 복지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신문에서는 연일 “아이들이 굶게 생겼어요”, “아이 더 낳으라더니 보육정책은 후퇴”, “‘볼모’로 잡힌 어린이들”라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생색만 내고 졸속행정으로 부작용만 키우고는 꼬리를 빼는 무책임한 인상이다.

정부가 좀 더 신중하고 진중했으면 한다. 보육정책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는 여간 불안하지 않다. 안정된 보육환경 조성없이 여성의 경제활동과 사회참여는 어렵다. 또한 보육환경의 변화는 아이들의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특히 주양육자가 바뀌는 상황은 아이와 양육자간 애착관계 형성에 장애가 되기 때문에 아이 성격형성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보육정책은 더욱 지속성과 안정성이 필요한 것이다.

졸속으로 이루어진 무상보육정책은 부모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0~2세아 무상보육 실시 이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주부들이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마시는’ 부도덕한 사람처럼 매도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애초에 양육수당을 제공하고 가정양육지원서비스를 확대했다면 어린이집으로 몰리는 수요를 막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인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이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국민들은 정부 정책이 1년도 되지 않아 중단위기에 놓이는 것을 지켜보면서 복지 시리즈를 남발하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모두 표심을 얻기 위한 거짓말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정부가 좀 더 진지해졌으면 좋겠다. 정치권도 진정성을 가졌으면 한다.

이제라도 정부가 일관성 있고 피부에 와 닿는 보육정책 마련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보육시설의 확대, 양질의 보육교사 확보를 위한 보육교사 처우 개선, 안정된 국비 재원 마련, 보육지원을 양육수당으로 전환, 그리고 영유아의 시설보육과 가정양육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양육·보육은 더 이상 여성들의 모성과 헌신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양육·보육정책 개선 없이 여성들의 인식개선만 요구하는 안일한 태도로는 출산율을 회복할 수 없다. 30년 후면 인구부족의 재앙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흘려듣지 말고 정부는 팔 걷어 붙이고 나서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부터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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