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없는, 야생다람쥐 구조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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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는, 야생다람쥐 구조 사이트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08.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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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전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장·캐나다 거주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몇 주전, 어미를 잃고 아스팔트에 떨어져 누워있는 아기다람쥐를 발견했다. 토론토에서 다람쥐는 사람들과 친숙한 동물이다. 집집마다 앞뜰에 쭉쭉 뻗은 나무가 있어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다람쥐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고 공원 같은 데서 땅콩이나 해바라기 씨를 받아먹는 다람쥐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

하지만 길가에 떨어져 있는 손가락보다도 작은 생물체를 본 순간 느낀 첫 감정이 ‘두려움’이었다는 사실은 아직도 생생하여 잊을 수가 없다. 여태까지 야생동물은커녕 가축이나 애완동물조차 함께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무지와 두려움으로 그 여린 생명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다치거나 어미를 잃은 동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관심을 갖거나 배워본 기억이 전혀 없었다.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아기다람쥐는 기지도 못하는 몸을 조금씩 뒤척이며 같은 곳에 누워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기다람쥐임을 알고 나니 경계심이 측은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종이 박스를 이용해 풀 섶에 올려놓고 오후가 다 지나도록 지켜보다가 어찌할 도리가 없어 집안으로 데려왔다. 밤이면 너구리도 어슬렁대고 고양이들도 산책을 나설 텐데 더 이상 길가에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어미 잃은 아기다람쥐 돌보는 법을 안내해 놓은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가며 핫팩 대용 고무장갑 물침대도 만들어주고 농도에 맞춰 설탕 소금 섞은 물도 먹이고 물 묻힌 면봉으로 배설을 도왔다. 그러나 과연 아기다람쥐를 살리고 있는 건지 도리어 명을 재촉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안타까움에 밤새 몸을 떨었다. 서글펐던 일은 급한 마음에 한글 검색어를 넣어 찾아봤지만 한글사이트 어디에서도 다치거나 어미 잃은 야생다람쥐를 돕는 방법을 검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을 함부로 구조하지 말라는 경고만 있을 뿐이었다.

다람쥐는 봄 가을에 주로 출산 한다는데 왜 하필 몇 십 년만의 폭염이라는 날에 출산을 한 걸까. 비좁은 둥지에서 형제들에게 밀려 떨어진 걸 어미다람쥐가 애타게 찾고 있는 건 아닐까. 별생각이 다 들었지만 아무래도 원인은 아기다람쥐가 태어날 무렵 그 장소 근처에서 벌어진 케이블 매설공사 탓인 듯 했다.

며칠째 한 무리의 인부들이 동네 군데군데 길바닥에 유독한 냄새를 뿜는 뻘건 페인트로 측량결과를 그려놓더니 급기야 굉음을 내며 나무 옆 콘크리트 도로를 파헤치는 공사를 하지 않았던가.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공사 하나로도 이렇게 여린 생명이 쓰러져 가는데 강정마을과 4대강에 살던 생명들은 어떨 건지 생각하니 가슴이 저렸다. 캐나다 정부의 타르샌드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평생을 건다는 캐나다 인디언 원주민 운동가의 북소리와 노래 소리가 밤새 환청으로 들렸다.

날이 밝자마자 아기다람쥐를 종이상자에 담아 야생동물 구조 단체인 토론토 와일드라이프센터(TORONTO WILDLIFE CENTER)에 데려다 주었다. 이 곳은 다치거나 어미 잃은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해서 숲이나 공원으로 되돌려 보내주는 단체다. 데려다 줄 곳이 있다는 사실이 눈물나게 고마웠다. 오래된 창고 터에 자리잡은 소박한 이 센터에서 다친 새를 데려온 사람도 만나고 구조된 다양한 동물들을 돌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우리지역에도 충북대에 야생동물 구조 기관이 위탁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구중심의 전문적 역할 뿐 아니라 부디 주민들과 친숙하고 협력하는 기관이 되기를 바란다. 언제 다가올지 모를 야생동물과의 만남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좋은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역할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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