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열린 탈북자 합동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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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열린 탈북자 합동결혼식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09.2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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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전 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장·캐나다 거주

모자이크의 나라라고 불리는 캐나다, 특히 이민자들이 많은 대도시 토론토에서 전철을 타면 승객들을 몰래 엿보면서 저들은 어느 나라 출신일까를 추측해 보는 놀이가 제법 재미있다. 처음엔 백인들이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았는데 이젠 러시아인, 동유럽인, 독일인, 이탈리아인 등을 구분하는 눈썰미가 조금씩 생겨난다.

반면 캐나다인 친구들은 그들이 보기에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몽골인 등 아시아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다. 우리 자신들도 외모로는 절대 구분할 수 없이 똑같이 생긴 사람들, 남한에서 탈북자라 불리우는 북조선인들을 수시로 만날 수 있는 도시가 토론토다.

북조선 난민들이 몰려사는 아파트에 살던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며칠 자고나면 새로운 가족이 이사온 듯 느껴질 정도로’ 최근 많은 수의 북조선 난민들의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 학교도 마찬가지로 선생님들이 한국말 통역을 부탁해 와서 가보면 새로운 북조선인 학부모와 아이들이란다.

지난해 말 한미 FTA반대 집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캐나다 한인 진보네트워크 희망21’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 올 봄 북조선인 이민자 단체와 만났다. 대화를 통해 많은 북조선인 부부들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미처 올리지 못한 결혼식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합동결혼식을 해 드리기로 계획했다.
남한의 진보단체라면 ‘탈북자돕기’도 ‘합동결혼식’도 생소한 주제일 수 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한편 캐나다 내 한인들끼리 서로 협력하고 돕는 것이 또 하나의 목적인 우리단체에서는 그 요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최근 캐나다 집권 보수당이 추진하는 이민정책의 보수화로 인해 수많은 이민자와 북조선인을 비롯한 난민들의 처지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보수적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캐나다 진보진영의 사람들에겐 시의적절한 주제이기도 했다.

단오축제 행사장에서 수제 비누와 수세미를 팔아 행사비를 마련하고 꽃집을 섭외해 부케를 지원받는 등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인출신 토론토 시의원과 전통있는 한인 교회가 함께하게 되어 갑자기 결혼식 규모가 커졌고 9월 15일, 토론토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성대한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15쌍의 부부와 토론토 경찰청장, 재 캐나다 독일대사, 토론토 동물원장을 비롯한 30명의 명예부모가 참석했고 현직 진보정당 국회의원과 언론인, 이슬람 단체 대표들이 축사를 했다. 집회 시위 현장이 아닌 결혼식 진행이라는 생소한 일을 떠안고 얼떨떨했던 우리 회원들도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협동의 즐거움을 경험했다. 처음 느꼈던 서먹함과 달리 결혼하는 부부들과 정을 나누고 이민의 어려움과 나름의 행복을 공감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얼마전 KBS ‘추적 60분’에서 다루어진 바와 같이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정착하지 못해 다시 캐나다 등 제3국으로 탈출을 꿈꾸거나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신문 토론토스타에 의하면 지금 캐나다에는 900여 명의 탈북 난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어 있고 2011년에만 176명이 난민신청 서류를 접수 중이다.

그러나 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남한을 거쳐서 캐나다로 온 사람들도 꽤나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캐나다에서 난민신청이 거절될 수 있는 사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남한에서 겪는 차별적 시각과 일자리 찾기의 어려움, 교육문제 등이 새로운 위험을 감수한 탈출을 결행하게 한다.

물론 캐나다라고 해서 저절로 파라다이스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언어의 장벽, 난민자격 심사의 까다로움, 높은 물가와 실업난으로 정착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새로운 문화를 일방적으로 따르도록 강요당하거나 이북 출신이란 점 때문에 차별당하는 일 없이 전 세계 나라에서 몰려든 이민자들과 어울려 고유할 수 있는 관용과 이해속에 산다는 것이다. 목숨 걸고 떠나와 정착한 남한을 다시 떠나야 하는 이유치곤 참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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