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선율에 묻어나는 삶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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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 선율에 묻어나는 삶의 향기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4.05.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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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동호회 '청주색소폰앙상블'

의사, 사업가, 공군 장교...

유지급의 사교모임이 아니다. 음악을 사랑해서 색소폰으로 뭉친 아마추어 음악 동호회의 회원들이다. 이름하여 '청주색소폰앙상블'.

매주 화요일 저녁이면 이들은 어김없이 커다란 색소폰 가방을 들고 운천동에 마련된 연습실에 나타난다.

색소폰을 입에 물고 있을때는 이들은 더이상 의사 선생님도 아니고 사장님도 아니고 대대장님도 아니다.

지휘봉의 놀림을 노칠세라 손을 떠는 음악단원일 뿐이다.

   
'청주색소폰앙상블'(단장 백석기, 백석기내과 원장)은 2002년 색소폰 하나로 뭉쳐 3년째 활동하고 있는 팀이다.

순수 아마추어 연주자들이라  쇳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전문 예술가 못지 않다.

그렇다고 실력이 신통치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아마추어 치고는 실력이 상당합니다. 단원들의 열정도 대단하고요. 웬만한 자리에서는 훌륭히 연주를 소화합니다"
청주색소폰앙상블의 연주 지도를 맡고 있는 손성수(손성수 음악교실 대표)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창단되던 해에는 아산문화센터 송년음악회에 초청을 받았으며 오는 6월 5일에는 물방울봉사회 주최의 장애인 돕기 행사의 연주를 맡아 입이 부르트도록 맹연습중이다.

올 연말에는 '청주색소폰앙상블'의 단독 음악회도 계획중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3개월에 한번씩 여는 '작은 음악회'다.

'작은 음악회'에는 단원들의 가족들을 모두 초청해 가족잔치(?)가 열리기 때문이다.

"골프나 치러 다닌다고 잔소리 꽤나 하던 아내도 제가 이 모임에 가입하고 부터는 태도가 달라졌지요" 
쑥스러운 듯  귀뜸하면서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투다.

그래서일까. 색소폰를 다룰 줄 아는 이들의 가입을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신입단원 이광기(31, 자영업)씨는 "이 모임에 들어오기 위해 저는 로비까지 했답니다. 좋은 분들과 좋은 인연으로 즐겁게 색소폰을 불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자신들만의 취미를 공유하는데에 머물지 않는다. 이들과 같은 작은 움직임들이 활성화 돼 생활체육 처럼 생활문화가 성숙되기를 바란다.

"우리 지역은 아직도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취미생활도 즐기고 나아가 음악모임을 통해 지역문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일 아니겠습니까"

백석기 단장의 말 처럼 이들이 내뿜는 색소폰 소리는 기계 처럼 움직이는 회색빛 세상에 대한 작은 외침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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