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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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 언제까지 봐야 하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4.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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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흥덕문화의 집 민간위탁단체 공모시 모 단체가 선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난 적이 있었다.
청주시는 당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게 선정할 것이라고 누차 밝혔으나 심사를 하기 전부터 이런 소문이 돌아 관계자들 사이에서 ‘겉으로는 공모제이지만 속으로는 청주시가 모든 것을 주무른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결국 그 단체가 흥덕문화의 집 주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과정상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금년 4월 기적의 도서관 민간위탁 단체를 선정하면서 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심사를 맡을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기 전부터 청주시가 모 단체를 점찍었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돈 것. 하지만 이번에는 소문이 사실로 맞아 떨어졌다. 한대수 청주시장은 지난해 6월 사석에서 “지역사회교육협의회가 흥덕문화의 집 민간위탁 공모에서 탈락했는데 기적의 도서관은 잘 따낼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흥덕문화의 집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던 모 단체장도 당시 사전에 한시장과 교감이 있었음을 시인한 바 있다.
기적의 도서관 건립을 주도했던 ‘책읽는사회만들기’가 민간위탁 보다는 청주시 직영을 주장했던 이유도 이런 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모든 것이 정실로 이뤄지는 바로 그 폐단을 걱정했으나 역시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물론 청주시는 두 단체의 선정과정에 공무원은 전혀 개입치 않고 각각 심사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노라고 반박한다. 모든 과정을 전문가에게 맡겨 투명하게 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항변했다. 그러나 이렇게 덮어버리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흥덕문화의 집은 소문과 달리 다른 문화예술단체가 선정됨으로써 문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지만, 기적의 도서관은 위탁기관 선정에서 문제가 불거짐으로써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이 정지됐다. 그래서 겉으로는 근사한 모습을 자랑하는 도서관이 완공됐지만 주인공인 어린이들은 구경조차 못하고 있다. 어린이날 개관을 손꼽아 기다렸던 아이들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굳게 닫힌 도서관의 문이 열릴 그 날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공정해야 할 과정에 너무 많은 개인적 인연과 감정들이 개입한다. 크고 작은 선정작업 뒤에 잡음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좋은 뜻을 가지고 시작한 일도 결국에는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만다. 이럴 때 사람들은 ‘죽쒀서 개준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청주시 말대로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가. 아직도 단체장 마음대로 주고 싶은 단체를 찍을 수 있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사람들끼리 담합하면 얼마든지 한 단체를 선정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 100% 공정한 게 어디 있느냐고 사람들은 자위하지만 이런 관행은 뜯어고쳐야 한다. 이런 모습은 일을 그르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곧잘 정치개혁을 논한다. 구태의연한 모습을 탈피하고 새시대에 맞는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그렇다면 지역에서는 이런 관행을 타파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큰 틀의 정치개혁도 좋지만 당장 우리 눈 앞에 등장한 불공정을 바로 잡는 일, 바로 시민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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