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준에 맞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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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준에 맞는 대통령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11.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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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충북경실련 기획팀장

지난 25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나는 꼼수다 ‘더 파이널 청주공연’이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취소 해프닝으로 공연이 무산될 뻔 했지만, 오히려 흥행에는 도움이 된 것 같다. 출연자의 말을 빌리자면, 반대자들이 나꼼수 청주 공연을 흥행시키기 위해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을 해준 셈이 되었다.

나꼼수 청주공연 소식을 듣고 바로 인터넷 예매를 했다. 처음엔 앞자리 어디에 앉을까 고민을 하면서 인터넷을 열었는데, 이미 앞자리는 대부분 예매가 끝난 상황이었다. 나름 예매를 빨리 한다고 한 것이었는데, 공연장에 가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앞자리는 ‘쪽말’ 회원들이 꿰차고 있었다. 쪽말은 ‘쪽팔리게 살지 말자’의 줄임말로 주진우 기자의 팬클럽 명칭이다. 기자에게 아이돌 가수 같은 팬클럽이 있다는 것도, 나는 꼼수다라는 방송 자체의 인기도, 기존의 상식으로 볼 때 그저 놀라울 뿐이다. 팟캐스트 방송은 누구나 쉽게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방송은 대개 극소수 사람들만 들으며 사회적 파장도 크지 않다.

나는 꼼수다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도 그렇게 여러 팟캐스트 중 하나가 되는가 싶었다. 방송의 내용도 정권비판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층이 관심을 가질 요인이 적었다. 하지만 나꼼수 방송은 팟캐스트의 각종 순위를 석권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청주 같은 지방 도시에서조차 큰 공연장을 가득 메울 만큼 인기를 끌게 되었다.

나꼼수의 인기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많은 유학생, 교민들도 듣고 있다. 나꼼수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일본에 있었기 때문에 국내 상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나꼼수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작년 10월 25일 아사히신문의 기사를 보고 나서였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일본의 유학생 모임 카페에서도 나꼼수는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별한 스타가 출연하지 않는 토크 콘서트를 하면서, 청주 예술의전당과 같은 규모의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꼼수 공연은 무료도 아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비싼 티켓값을 감수하면서까지 나꼼수를 보러 온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나꼼수의 정권 비판에 공감했기 때문이며, 현 정권에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을 욕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와 같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 속에서, 문화 속에서 나온 대통령이고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부패했다는 말은 국민들이 부패했다는 말과 같다. 아무리 보수 언론의 왜곡보도가 심해 국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렵더라도, 부패한 정치인의 탄생에는 그 나름대로의 문화가 필요하다. 국민의 의식 수준을 능가하는 정치인은 절대로 나올 수 없으며, 만약 나온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사회이다.

시원스런 욕설과 저속한 농담으로 정권을 비판하는 나꼼수에 열광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런 열광이 곧바로 정치 혁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2월 19일이 지난 후, 나꼼수 시즌2와 같은 팟캐스트가 다시 나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는 5년 전과 같은 기준으로 대통령을 선택하면 안 된다. 우리는 결국 우리 수준에 딱 맞는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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