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세상, 반역을 꿈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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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세상, 반역을 꿈꿔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12.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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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각 서원대 교수

교수라는 직업이 한때는 부러움의 대상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학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힘든 것은 아니지만, 대학의 ‘시장화’가 오랜 세월 난공불락이었던 철가방 직장을 위협하고 있다.

철가방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과목을 하나씩 폐강하고 취업에 도움 되는 과목을 추가 개설할 때 느끼는 슬픔도 결코 작지는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학생이, 졸업생이 너무 힘겨워 하다가 자살하는 일을 겪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기회 있을 때 마다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자살하지 않고 살아 주어서 고맙다, 그리고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더 힘들 텐데 미리 미안하다고 말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낳아서 기른 내 자식들에게도 기회 있을 때 마다 그런 말 한다. 도대체 교수가, 부모가 왜 학생들과 자식들에게 이런 말을 해야 할까? 그 답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미 우리나라의 자살률, 특히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른 세상을 찾아 도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이 말을 처음 한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말은 마음에 드는 말이다. 특히 청년들의 진취성과 모험심을 자극할 때는. 필자는 이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살아남는 것조차 너무나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고, 많은 경우 그 경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하고 또 그 경쟁이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학생들이나 자식들에게 “그래도 너만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낯 뜨거운 위선인가? 조금이라도 보수가 좋은 ‘알바’를 찾아서 야간경비 일을 하느라 밤새우고 다음 날 오전 수업에 나와서 졸고 있는 학생 불러다가 그래도 대학 졸업장은 따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또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그러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외국으로 나가라고 권한다. 경쟁 자체가 그리 치열하지 않고 또 그 경쟁이 비교적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나라로. 세상에 그런 나라가 몇이나 있을까마는 아주 없지는 않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도전한다면 못 할 일도 결코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자식에게도 권한다.

이 희망 없는 세상에서 단지 살아남기 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면 얼른 나가라고, 나간다고 비겁자라 욕하지 않겠노라고, 이곳 전쟁터는 이곳을 전쟁터로 만든 세대의 일원인 내가 지키겠노라고 말하면서.

‘반역’의 즐거움이라는 것도 있다. 내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달리 생각할 수 있지만, 아마도 궁극에 가서는 남을 돕는 삶이 아닐까? 나의 삶이 다른 어느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자신을 부양하기도 벅찬데 무슨 재주로 남을 돕는단 말인가?

주어진 과제가 아주 어려울 때는 가끔 역발상이 좋은 해결책일 경우가 있다. 자살을 권하는, 아니 강요하는 이 잘못된 사회에 대한 반역을 꿈꾸는 일도 그런 일이 아닐까? 특히 아직 젊고 건강하다면 베트남 독립과 통일의 영웅 호치민 전기나 평생을 조국 광복과 통일에 바친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를 읽어봄직 하다.

두 위인의 여러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평생을 검소하게 살면서 항상 자신보다 남들을 먼저 생각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반역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그렇게 살아도 굶어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사람마다 영웅이 될 수는 없고 또 그리 될 필요도 없지만, 잘못된 세상에 대한 반역을 꿈꾸는 삶은 단지 생존만을 위한 삶보다 훨씬 값진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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