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래와 매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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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래와 매생이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12.2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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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운호고교사, 충북민예총 부회장

점심 반찬으로 파래 전이 나왔다. 남자 넷은 이 파래 전에 의심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매생이 전이다. 라고 주장하는 한편에서는 파래가 맞는다고 하는 남자와 그 색과 모양에 자신의 주장들을 폈다. 나머지 남자가 아니다. 이끼다. 라고 했고 장난하느냐는 말에 마지막 남자는 그래 다 아냐 이건녹조전이야. 라고 정정했다.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주장을 늘어 놓을 것 같아 결국 세 남자는 녹색 전을 앞에 놓고 스마트 폰을 꺼냈다. 내용을 그랬다. 파래는 갈파랫과에 속한 해조(海藻)로 대롱 모양이고 가지는 없으며, 길이는 15센티미터 정도이다. 창자파래의 어린 개체와 비슷하나 더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한다.

매생이를 주장한 남자의 검색은 녹조류 갈파랫과에 속한 해조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몸은 대부분 원통 모양을 한 엽상이며, 민물이 흘러들어 오는 웅덩이의 바위에 붙어산다. 보통 늦가을부터 초여름까지 번식한며 향기와 맛이 좋아 식용으로 쓰인다.

그래서 중간의 남자는 이끼를 찾았다. 선태식물, 지의류에 속한 은화식물(隱花植物)을 통틀어 이르는 말. 대체로 잎과 줄기의 구별이 분명하지 아니하고, 고목이나 바위 또는 습한 곳에 난다. 그러더니 결국 녹조를 찾았다. 색소체(色素體)가 다량의 엽록소(葉綠素)를 가지고 있어서 녹색을 띠는 조류(藻類)로 볼복스, 청각, 파래, 섯갓말, 장구말, 깃털말, 믈라미도모나스, 옥덩굴 따위가 이에 속한다.

그랬다. 우리가 언제부터 가 다른 의견을 일치 하지 못할 때 검색을 통해 해결을 했다. 네 남자는 모두 같은 생각들이다. 그 전이 파래든 매생이든 녹조든 다 같은 풀 종류 인 것이다.

더욱이 몰랐던 것은 녹조가 가장 정확한 접근이라는 것이다. 세 남자는 하나의 전에서 그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녹색이기 때문에 생겨난 말들로 색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어 가고 있었다. 파래는 왜 이름이 파란가? 우리 전통색은 청, 백, 주, 현, 황이다. 청은 파란색인데 이때는 녹색도 다 파랑이다. 파래의 이름이 색에서 출발 한 것이라면 크게 의심 할 사람은 없다.

한국사회에서 색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컬러 텔레비젼의 등장은 우리의 색을 표준화하고 시스템화하여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일상 빨가다. 뿔그스레하다. 불그스럼하다. 라는 구어적 표현을 R1, R2...로 표기하기에 이르러 계량화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문학적이거나 시 어적 색의 이름은 많이 사용하거나 쓰지 않는다. 전체를 통일하는 교육적 지혜가 필요한 사회이지만 소통의 세상에서 지나치게 정직한 것은 결론으로 이르는 시간이 너무 짧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언어나 해학은 사라지기도 한다.

똑똑한 놈이 우리 손에 들어 왔다. 그 똑똑한 놈을 세 남자는 하나씩 가지고 있고 전과 밥을 다 먹을 때 까지도 한참을 소통하지 않고 그 똑똑한 놈과 소통하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접촉하지 않았고 늘 접속만하고 있었다. 다소 우둔한 자의 빈틈이 그래서 그립다.

내가 너무 많이 채우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들어 올수가 없다. 가시나무새의 첫 구절이다. 내안에 내가 너무 많아서 당신이 쉴 곳이 없네. 색을 지나치게 세분화하여 그 이름조차 알 수 없어 숫자로 명명하는 세상에서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빈자리를 어떻게 찾아가고 그 빈곳에서 함께 놀 수가 있을까?

파래면 어떻고 매생이면 또 어떻고 농담으로 한 이야기 녹조가 더 정확하다는 답을 주는 이 똑똑한 놈들을 손에 쥐고 있는 한 우리는 더 이상 똑똑해지지 않을 것이고 비우지 않는 바보가 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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