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의 안내자, 노란 화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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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의 안내자, 노란 화살표
  • 신용철 기자
  • 승인 2012.12.27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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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 양준석 행동하는복지연합 상근활동가

카미노(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를 처음 걷고자할 때, 어떻게 길을 찾아가나 궁금하고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실제 카미노는 너무도 친절한 ‘노란 화살표’가 언제, 어디서나 모든 순례자의 순례길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출발지인 프랑스 남부 생장의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부터 도시, 빌리지, 벌판, 숲길 등을 지나칠 때마다 노란 화살표는 나무, 돌, 울타리 기둥, 건널목 표지판, 보도블록 측면, 인도바닥, 쓰레기통 등 순례자가 지나가는 동선 어디엔가 늘 친절하게 노란 화살표가 순례자를 인도하고 있었다.

가끔 갈림길에서 어디를 가야하나 망설인다 싶으면 당황하지 않고 잠시 머물러 주위를 세심히 살펴보면 반드시 어딘가에 노란 화살표가 있었다. 잠시 건성으로 지나다 보면 놓치기 쉬운 경우도 왕왕 있었다. 좀 더 긴장하고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이유이다. 세월이 흘러 노란화살표가 흐려지기라도 하면, 앞서간 순례자가 주위의 나무나 돌을 이용해서 화살표 방향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카미노에서 만난 화살표는 단순히 기호의 의미를 넘어 800킬로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카미노 여정의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쉼 없이 천년동안 하고 있다. 순례길에 만난 한 순례자의 말이 생각난다.

“카미노에서는 노란 화살표가 나의 길 여정의 안내자가 되었지만 순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누가, 무엇이 나의 화살표가 될 것인지 좀 걱정된다.”

그 순간 나도 좀 걱정스러웠다. 그저 노란화살표가 안내판이라고만 생각했던 일상이 다른 존재로 우리 안에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끝도 없을 것 같은 메세타의 고원지대를 하루 종일 걷고 만난 오아시스 같은 온타나스에서 저녁을 먹을 때, 프랑스 순례자 닥터 제랄드는 자신의 과거의 아픈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로 자신에게 있어 노란 화살표는 ‘자신의 인생의 방향, 인생의 길이다’라고 했다. 젊은 한국 이방인들에게도 카미노의 노란 화살표는 늘 우리에게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며 그 의미를 되새겨 보라고 조언을 해준 기억이 난다.

도대체 노란 화살표가 무엇이기에...

카미노를 마치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입성한 후, 한국에 돌아오기 위해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를 거쳐 오는 여정 동안 필자는 끊임없이 ‘노란 화살표’를 찾았다. 카미노길에서 만난 도시, 벌판, 숲속, 빌리지 등 어디에도 늘 노란 화살표가 우리를 안내해 주었기에 내가 가는 모든 곳에 꼭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카미노길을 벗어 나니 노란화살표를 찾기 어려웠다.

나의 노란 화살표는 어디 있는가. 스페인을 떠나면서 내 가슴 한곳에 노란 화살표를 그렸다. 혹시 잊지 않을까 해서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로 노란 화살표가 있는 작은 돌기둥 기념품도 하나 챙겼다.

카미노에서 만난 노란 화살표는 늘 내 인생의 노란 화살표가 되어 건강한 나를 인도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다시 카미노를 만날 때까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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