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실패’ 멘탈 붕괴에 빠진 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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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 실패’ 멘탈 붕괴에 빠진 지지자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1.0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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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각 서원대 교수

멘붕이란 말은 ‘멘탈(mental) 붕괴’를 줄인 말인데 영어와 우리말을 합치고 또 줄인 말이니 결코 고운 말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고 또 대체할 적당한 말도 없으니 그냥 써도 무방할 것 같다. 아마도 정신상태의 평정이 무너졌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 가운데 멘붕에 빠진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 중 일부는 개표과정에 부정 의혹이 있다면서 소송 등을 통하여 정식으로 문제 삼으려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아마 서로 겹치는 경우도 많겠지만-대안 방송을 설립하기 위한 운동에 나서고도 있다. 아직도 그냥 쓴 술잔만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개표과정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대안 방송 설립에 동참하는 것도, 그리고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다 민주시민의 정당한 권리이고 자유이니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더욱이 공동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기주의가 더 성행하는 시류에 비춰 볼 때 그런 사람들은 매우 소중한 사람들이다. 이 점은 재차 삼차 강조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개표 부정 의혹 제기나 대안 방송 설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멘붕에서 벗어나기 위한 손쉬운 방편으로 그런 일에 매달린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일부 사람들에게서 이미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정권교체가 그렇게 절실한 것이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왜 정권교체에 실패했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패인을 정확히 알아야만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게 되는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 승부 게임에서 졌다면 그 패인은 상대가 나보다 플레이를 더 잘 했다, 게임의 규칙이 공정치 못했다, 그리고 내가 상대보다 플레이를 잘 못 했다, 이 세 가지 범주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첫 번째와 세 번째 범주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오로지 두 번째 범주에만 집요하게 매달린다. 즉 개표 부정 탓에 졌다느니 방송이 저쪽 편에 유리하게 편파적으로 보도해서 졌다느니 하는 식으로 패인을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들의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문 후보 혹은 민주통합당 책임을 거론하는 사람들을 매도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

이런 태도는 멘붕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신적 승리감에는 보탬이 되고 또 내부 결속을 다지고 책임론을 회피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확산되고 또 만연한다면 그 결과는 차기 대선에서 또 다시 패배로 나타날 것이다.

반드시 바로잡거나 고쳐야 할 것들을 고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리하여 쓸데없이 적을 양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민주통합당과 그 지지자들만의 패배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넘어 사회진보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패배를 뜻하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우리 편’의 단점이나 약점이 무엇인가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래야만 정권교체를 기약할 수 있다. 그래야만 사이비 힐링(healing)이 아닌 진짜 힐링이 가능해 진다.

그래야만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또 죽음으로 내몰리지도 않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키워갈 수 있게 된다. 진정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원한다면 그 출발점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책임 있는 개인과 정치집단에게 반드시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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