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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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혁명이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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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는 참으로 못생겼다. 커다란 머리에 벌렁벌렁한 코, 게다가 까칠까칠한 수많은 돌기로 장식한 뭉퉁그런 몸통은 아무리 봐도 웃음만 나온다. 위기에 처할 경우 짧은 뒷다리를 움츠리며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란, 그야말로 가관이다. 조물주의 최대 실패작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난다. 이렇게 엉성하고 덜 떨어져 보이는 두꺼비이지만 우리의 전래 민담에선 되레 ‘꾀돌이’로 둔갑한다. 실제로 두꺼비는 약다. 아니 실속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두꺼비는 움직이는 먹이만 혀로 낚아 챈다. 빛깔이나 냄새 모양으로는 먹이를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점없는 눈에 멍하니 앉아 있는 듯 하지만 날아 다니는 곤충을 날렵하게 채는 모습은 가히 경이적이다. 이에 근거해 우리 주변에선 아닌척 하면서도 은근슬쩍 실속을 다 챙기는 인간은 여지없이 ‘두꺼비같은 놈’이라고 매도(?)된다.

청주 산남지구 원흥이방죽의 두꺼비가 지역사회를 달구고 있다. 급기야 두꺼비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단식농성이 진행중이고, 언론엔 연일 이 문제가 주요 기사로 다뤄진다. 토개공이 제시한 7000평 생태공원과 폭 20~30㎝에 길이 200m의 이동통로는 두꺼비를 너무 무시한 처사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두꺼비를 두 번 죽이는 꼴이다. 꾀돌이 두꺼비가 인간들의 얄팍한 수에 넘어갈리 만무하다. 토개공의 안대로라면 두꺼비는 그 즉시 원흥이를 떠나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다. 시골에서 살아 본 사람이면 다 아는 아주 평범한 진리다. 차량 소음이 들리고, 사람들의 발치에 있는 통로로 두꺼비가 이동할 것이라는 생각은 인간들만의 오만, 지나는 사람을 마구 잡아들여 무조건 자기의 철제 침대에 맞추려고 사지를 자르는 괴한 프로쿠르스테스적인 살벌한 발상이다.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2만평 두꺼비 서식공간이 맞는 얘기다. 두꺼비는 절대 새집에선 살지 못한다. 두꺼비가 살수 있는 헌집을 그대로 남겨 주려면 최소한 그만한 공간은 필연적이다.

정책입안자들이 착각하는게 하나 있다. 개발은 절대 환경을 지켜주지 못한다. 친환경적 개발도 궁극적으론 환경파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일때만 ‘보존’의 딱지가 붙는다. 현장에 한번 가 봐라. 수백 수천 수만의 새끼 두꺼비들의 군무(群舞), 여린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도랑을 거슬러 올라가고 옆의 벽을 새까맣게 타고 오르는 장관이란, 베토벤의 영웅교향곡이나 모세의 기적이 이보다 더 장엄, 감동적일 수는 없다. 청주 도심 인근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자체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땅을 팔아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토개공으로선 시민단체의 요구에 순순히 따를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조직의 생존논리로 무장됐다.

이제 역할은 시민들의 몫이다. 그리고 그 뜻의 관철은 혁명적 접근없이는 불가능하다. 혁명은 결코 논리가 아니다. 행동이다. 기층민중, 시민들이 원흥이의 그 드넓은 들판의 논두렁과 밭두렁을 촛불로 가득 메울 때 두꺼비혁명은 비로소 완수될 것이다. 우리는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첨단생명공학보다는 원흥이 두꺼비의 원시적 생명력에서 더 큰 감흥을 느끼며 살고 싶다. 도지사와 청주시장, 이젠 나서라! 켜켜이 쌓이는 아파트 숲과 원흥이방죽의 두꺼비중 무엇이 더 도민과 시민들에게 삶의 질을 제공할 것인지, 이젠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 한번 가 봐라. 볼품없이 널부러진 자그마한 방죽의 외형만 볼게 아니라 그 실체, 당신들이 잊을뻔한 위대한 자연의 ‘생명력’을 호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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