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행각 3개월째 김남원 전 서장“안 잡는 건가 못 잡는 건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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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행각 3개월째 김남원 전 서장“안 잡는 건가 못 잡는 건갚
  • 임철의 기자
  • 승인 2004.05.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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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같은 잠행 계속에 비판 점증
경찰, “체포 목전” 명예 걸고 추적 다짐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인 경찰의 꽃 총경. 하지만 총경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으로 볼 때 서기관급(4급)에 불과(?)하다. 물론 서기관이란 자리가 대단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직급 인플레가 심하다 보니 다소 과장하자면 요즘 널린 게 서기관이다. 도청의 과장급과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청의 국장급이 모두 서기관 자리다.

다만 총경이 일반 서기관과 엇비슷한 비중을 갖고 있는 그렇고 그런 ‘자리’는 전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뿐이다. 그만큼 총경 직책이 갖고 있는 비중과 의미는 사뭇 다르다. 지방경찰청의 과장보직을 비롯, 총경 자리 중에서도 꽃으로 불리는 경찰서장의 경우 한 지역의 치안 총책임자라는 막중한 권한을 부여받는다.

물론 여기엔 정보 및 수사권능까지 포함된다. 그만큼 총경 자리는 ‘대단’하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민주화가 많이 진척된 지금에도 총경 자리의 비중은 여전히 가볍지 않다.

이런 점에서 현직 총경, 그것도 일선의 치안을 맡고 있던 현직 경찰서장이 직접적으로 연루된, 게다가 위계질서가 엄격한 경찰조직의 특성을 역이용해 부하직원을 상대로 금품을 수수해 오다가 뒤늦게 독직사건이 밝혀지자 잠적해 버린 김남원 전 청주서부경찰서장 사건은 지역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충북지방경찰로서도 경천동지할 충격으로 다가섰다. 그 후로부터 무려 2달을 훨씬 넘은 요즘.

“경찰에게 맡겨야만 하나”

엄청난 경란(警亂)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인 김남원 전 서장의 철저한 도피행각이 계속되면서 온갖 소문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안 잡는 것이냐 못 잡는 것이냐’는 비아냥 섞인 추측에서부터 ‘결국 경찰이 제 식구 감싸듯 수사 초기에 온정적으로 대처하다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신랄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경찰을 쳐다보는 외부의 시선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결코 안 잡는 것이 아니다. 김 전 서장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점점 (그에 대한)포위망이 좁혀지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김 전 서장 사건=충청리뷰는 2월 28일자 319호 15면(로비)을 통해 김남원 전 청주서부경찰서장의 비위혐의를 머릿기사로 최초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대특종이 된 문제의 기사가 보도되자마자 김 서장은 사표를 제출했다. 해당기관과 김 전 서장의 이름을 모두 뺀 기사였지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또 이것은 충청리뷰의 기사가 비리실체를 향해 정확하게 초점을 맞췄음을 보여준 사태발전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경찰이 그 때 김 서장에 대해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수사에 나섰더라면 지금의 지리멸렬한 상황은 전개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체포영장 청구 이전에 유유히 잠적

충북경찰은 충청리뷰의 특종기사 보도-김 서장의 즉각적인 사표 제출 이후 그에 대한 금품수수여부에 대해 수사에 나섰지만 시기를 놓친 채 시간만 소모하다가 김 전 서장이 사표를 제출한 지 무려 한달 가까이 지난 시점인 3월 22일에야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조치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무능만 드러냈다.

김 전 서장은 체포영장 발부가 이뤄지기 훨씬 오래 전부터 잠적한 상태였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초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하고 3월 17일 김 전 서장을 소환할 예정이었지만 소환예정일인 19일까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충북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하면서도 김 서장에 대한 신병확보를 염두에 두고 2주전부터 행방을 쫓았지만 행적이 묘연한 상태”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적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김 전 서장이 오래 전에 잠적했음을 내비쳤다.

“초창기 엉성한 수사가 망쳐 놓았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선 “수사 초창기에 제 식구 봐주기 식으로 엉성하게 대응하다가 대어를 놓쳤다”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졌다. 아울러 “김 전 서장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더 이상 맡기는 것은 무리 아니냐. 더구나 한때 같은 밥을 먹던 처지에서, 특히 부하였던 수사진이 상관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 검찰이 직접 나서는 게 순리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경찰을 미덥게 보지 않는, 근본적인 불신의 시각이 표출된 것.

사실 이런 시각은 “피의자가 일반인이었다면 경찰이 그렇게 느슨하고 허술한 신병확보-수사태도를 보였겠는갚 반문해 볼 때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물론 경찰은 “ 피해자들이 김 전 서장의 직속 부하들로서 엄격한 경찰의 위계질서에 순치되다 보니 상관의 비위사실을 선뜻 증언하는 데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 것 같았다.

따라서 그들의 입을 통해서 그들이 김 서장에게 건넨 돈이 단순히 빌려준 것인지 아니면 사실상 불법적인 금품수수의 형태로 이뤄진 것인지 구체적인 비위혐의를 확정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서장까지 지낸 사람을 증거없이 체포할 수도 없었고...어쨌든 피해를 당한 경찰관들로부터 구증을 확보하는 일조차 한동안 쉽지 않았다”고 당시 겪은 수사애로를 설명했다.


도박의 유혹에 빠진 게 파멸의 시작?

△얼마나 받았나=충북경찰청 수사과는 어쨌거나 수사 결과 김 전 서장이 지난해 7월부터 충청리뷰 보도 직후 사표를 내기 직전까지 23명의 부하로부터 모두 6억 1000만원을 빌려 갚지 않은 혐의를 포착한 상태다. 물론 수사 도중 김 전 서장이 잠적한 만큼 이것이 비위의 모든 실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경찰 스스로 “김 전 서장을 체포해야 실체적 진실이 모두 드러날 전망”이라며 “게다가 김 전 서장이 무슨 일 때문에 그런 범죄의 늪에 스스로 빠졌는지도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김 전 서장이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 주변에서 수천만원의 돈을 인출한 사실 등으로 비춰볼 때 김 전 서장은 부하 등으로부터 빌린 돈의 대부분을 도박에 탕진했거나 도박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그럼 도박범죄를 근절해야 할 경찰서장이 망신의 첩경으로 불리는 도박의 검은 유혹에 빠져든 연유는 도대체 무얼까. 경찰 주변에선 다음과 같은 얘기들이 떠돈다.

김 전 서장이 제천경찰서장으로 재직할 때 누군가가 그에게 돈 봉투를 건네며 “한번 카지노에나 들러보라”며 접근했다고 한다. 김 전 서장으로선 결코 받아들여선 안될 검은 돈이자 유혹이었지만 그는 결국 카지노를 출입했고 이것이 단초가 돼 처음에 단순한 재미차원에서 시작한 오락이 점점 자신을 깊은 타락의 길로 접어들게 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런 해석이 맞다면 현직 경찰서장이 카지노 도박에 빠져 자신은 물론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 조직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덮어씌운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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