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의 전력질주가 헛되지 않는 사회
상태바
4등의 전력질주가 헛되지 않는 사회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2.06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회 변호사<법무법인 청주로>

하우스푸어(house poor)는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이란 뜻으로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집을 샀다가 대출이자와 빚에 짓눌려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칭한다. 전국적으로 30만 가구 이상이 되며 이들 중 집을 처분해도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에도 미달하는 소위 ‘깡통주택’이 상당수이고 이미 대출이자를 연체하여 경매시장에 나오는 집도 다수 있다고 한다.

하우수푸어의 양산은 집값 상승을 기대한 개인의 투기심리 외에도 일관성 없는 땜질식 정책들을 반복해온 정부정치권과 부동산 투기심리를 부추기며 고분양가 폭리를 취한 건설·부동산업계, 거품 부동산시장을 펌프질하며 빚을 권해온 금융권, 그리고 부동산 광고수익을 목적으로 투기 심리를 조장했던 다수의 언론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우스푸어 문제는 본질적으로는 개인의 채무문제이지만 그 규모가 수 십조원에 달하여 이로 인하여 중산층이 붕괴됨은 물론이고 내수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커 마냥 개인의 문제로만 방치할 수 없다는데 정부나 정치권의 고민이 있다.

그리하여 이번 대선 때에도 후보들마다 이들에 대한 구제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박근혜 정부는 공약이행을 위하여 ‘보유주택지분매각제’를 추진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은 차치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문제나 ‘렌트푸어’ 등과의 형평성 등 많은 논쟁이 야기되고 있다.

중·고교 시절 여름철 체육시간에 체육선생님이 60명의 학생들을 상대로 양쪽 축구골대를 목표지점으로 정하여 놓고 왕복달리기를 시켜 선착순으로 3명만을 쉬게 하고, 4등부터는 다시 반대쪽 목표지점을 향해 달리도록 하여 또다시 선착순으로 3명을 그늘에서 쉬도록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 4등을 한 학생은 전력질주하였으나 3등 이내에 들지 못하여 힘이 빠질 대로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뒤돌아 다시 반대편 목표지점을 향해 출발할 때에는 꼴찌로 출발할 수 밖에 없어서 다음 선착순 3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결국 처음에 4등을 했던 이 학생은 다음부터는 전력질주하여 순위 안에 들겠다는 생각보다는 대열 후미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중간에서 부정출발을 하여 순위안에 드는 편법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젠가는 정부에서 구제책을 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여 빚을 갚는 사람은 바보 취급받게 되고, 대기업 총수가 거액의 회사 돈을 횡령해도 국가경제나 고용창출을 이유로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대기업의 범법행위는 계속될 것이며, 원칙없는 특별사면이 남발된다면 힘있는 정치인들에게 형의 선고는 일시적인 불편함에 불과하게 되고, 직위를 이용한 투기행위나 자녀의 병역기피 의혹이 있어도 고위공직에 취임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는 의식이 형성되면 한 눈 팔지 않고 묵묵히 본연의 업무만을 수행해온 공무원들은 좌절하고 말 것이다.

비록 입상을 하지는 못하였지만 4등을 한 학생의 전력질주가 헛되지 않고 그 노력과 성취에 걸맞는 대접을 해주는 사회, 룰을 엄격히 적용하여 무임승차를 차단함으로써 4등을 했던 학생이 다음 번에도 다시 힘을 내어 전력질주할 수 있게 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강하고 공정한 사회가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