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시민으로 돌아오실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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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시민으로 돌아오실 당신에게
  • 충북인뉴스
  • 승인 2013.02.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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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국 신부(옥천성당)

성경은 누구에겐가 미움 받고 쫓겨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구약성경 첫 사람의 이야기도 쫓겨나는 이야기요, 신약성경 첫 사람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쫓겨나는 이야기입니다. 성경을 몰라도 아담과 예수는 아시겠지요. 아담은 아쉬울 것 없는 낙원에서 추방되었고, 예수는 설움 많은 세상에서 쫓겨났습니다.

아담은 하느님께 대들고, 예수는 세상에 대들었다가 그 꼴이 되었습니다. 아담의 대듦으로 세상에 죽음이 왔고, 예수의 대듦으로 세상에 생명이 왔다고 색다르게 해석하곤 합니다만 어쨌든 사람은 남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살아지는 그런 숙맥은 아닙니다. 자유의 소산일 것입니다.

시인 이성복이 꼽은 인생 여섯 마디 ‘래여애반다라(來如哀反多羅)’에도 ‘대들다’는 대목이 들어 있습니다. 와서(來) 같아지려다가(如) 슬픔 맛보고(哀), 맞서 대들다가(反) 많은 일 겪기도 하지만(多) 마침내 비단처럼 펼쳐지고야 마는 것(羅)이 그게 인생!

예수님 말고 세상에 대들었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신약성경의 대표적 인물이 세례자 요한이라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길을 내라!”는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길을 곧게 내어라. 산과 언덕은 모두 낮게 만들어라. 깎아낸 그것으로 골짜기를 메워라. 그래야 하느님께서 오시고 우리가 마중 나가는 만날 수 있지 않으냐!” 이 소리가 위험천만했던 이유는 기왕의 도로들을 무시했기 때문인데다가 더 나아가 반드시 높은 데를 깎아 낮은 데를 채우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의 욕망을 공평하게 만족시킬 재주는 하느님에게도 없습니다. 누구에게 유리하면 반드시 다른 누구에게는 불리한 법입니다. 이천년 전 팔레스티나 대중의 신망을 누리던 한 예언자의 대대적인 주장은 정상에서 군림하던 자들에게 고약한 선동으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성경은 그 때 기득권포기를 요구받던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고 있습니다. “티베리우스, 본시오 빌라도, 헤로데, 필립포스가, 리사니아스가, 그리고 한나스와 카야파”였습니다. 이들은 황제, 총독, 영주. 종교권력자들로서 이미 로마가 건설해둔 탄탄대로에서 엄청난 재화를 긁어모으던 강력한 기득권자들입니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새 대통령이 탄생하였습니다. 지금 이 시간 취임식이 한창입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숙원을 이룬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분들에게도 같은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대선을 돌아보면 권력을 지키려는 쪽과 되찾으려는 쪽 모두 치열하게 다퉜지만 어느 쪽을 지지하고 선택하였든 시민들의 바람은 오직 한 가지 ‘새로운 길’이었습니다. 두 유력후보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엇비슷한 공약을 제시하였고 그래서 선거결과도 박빙의 차이로 갈렸습니다.

그러므로 새 대통령이 낡은 길을 버리고 새 길을 마련하려고 애쓸 겨우 나머지 절반의 사랑과 존경까지 한 몸에 입을 것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양쪽 모두에게 실망을 줄 것입니다. 부디 성공을 바랍니다. 국민 앞에 약속하신 바를 실천하자면 엄청난 대결에 직면하실 텐데 부드러우면서도 억센 여성 고유의 힘으로 맥없이 밀리지 않고 잘 헤쳐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새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거는 기대도 적지 않습니다. 폭력의 비정에 지치고 질려버린 민심이라 따뜻한 모성이 그립기도 할 것입니다.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 보면 아담과 예수의 선택을 거드는 여인들이 등장합니다. 아담에게는 아내 하와가 있었고, 예수에게는 어머니 마리아가 있었습니다.

하와는 아담에게 탐스러운 과일을 건네주었고, 마리아는 술독이 비어버린 잔치가 안타까워 예수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 두 여인의 조력에 대해서도 해석이 상반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새롭고 좋은 것으로 밥상을 차리고 싶었던 모성에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새 대통령에게서 어머니의 미소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담이 그랬고 예수가 그랬듯이 때가 되면 자리에서 쫓겨납니다. 자연의 섭리입니다. 이 점을 잘 새기면 세상의 미움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배짱과 민심천심을 가장 두려워하는 지혜를 갖출 수 있습니다. 그게 어디 통치자의 덕목이기만 하겠습니까. 우리 모두 탐욕과 교만에 대해서는 맘 놓고 대들되 정의와 평화 앞에서는 하염없이 부드러워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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