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직 사기진작, 시·군단체장이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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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직 사기진작, 시·군단체장이 해결하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3.04.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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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7000명 증원 약속지켜도 전국에 1~2명 늘어 ‘빛좋은 개살구’
“사회복지직, 읍·면·동에만 박지 말고 복지관련 부서로 진출 필요”
▲ 도내 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들은 지난 8일 충북도에서 간담회를 갖고 처우개선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사회복지직 공무원 3명이 연이어 자살하자 정부와 지자체가 바빠졌다. 정부는 시·도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자 충북도는 지난 3일 도내 시·군 사회복지 과장들을 불러 정부 방침을 전달한데 이어 8일에는 이시종 지사가 시·군 사회복지 공무원들로 구성된 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들과 식사하며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시·군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충북도 전입 확대, 자치연수원 교육과정 힐링 프로그램으로 전환, 사회복지직 신규 공무원과 선배 공무원 유대 강화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사회복지직 업무과중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민원인들로부터 폭언·폭행·성희롱 등을 당하는 것도 이미 알려진 일이다. 2000년대들어 정치인들은 수많은 복지정책들을 내놓았고, 선거 때만 되면 복지사업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현재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국토부 등 16개 부처에서 추진중인 복지사업이 292개라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중 70%를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고, 이것이 결국 읍·면·동 주민센터로 간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업무량은 폭주했는데 인원은 약간 늘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안전행정부는 최근 시·도에 사회복지직 확충방안과 인사 인센티브 부여방안 등을 지시했고, 보건복지부는 시·군에 나와 복지실태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인원 확충은 말만 요란하고, 실태조사는 과거에도 몇 차례 했으나 달라진 게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 중에는 이번에도 요란만 떨고 그만두는 게 아닌가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모 공무원은 “정부가 2011~2014년에 사회복지직 7000명을 확충한다고 했으나 이 중 4400명만 신규 복지직이고, 나머지는 다른 직렬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인사는 시·군 단체장이 하는 것이라 정부가 지시해도 안 들으면 소용없다. 신규 채용도 총액인건비제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되더라도 전국 읍·면·동이 3474개라서 1~2명 배치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 인사상 우대를 해준다고 해도 사회복지직들이 갈 수 있는 자리가 한정돼 있어 결국 우리끼리 경쟁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지난 91년 별정직으로 공직에 입문해 2001년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행정직 다음으로 인원은 많으나 역사가 짧아 최고위직이 5급이다. 충북도내 전체에서 5급 이상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80%가 여성이고, 대부분 읍·면·동 주민센터에 몰려있다. 그러다보니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다. 공직사회에는 직렬간 갈등이 존재한다. 그 중 다수를 점하고 있는 행정직의 횡포가 심한 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에 사회복지직 우대 이야기가 나오자 특히 행정직들이 “누구는 안 힘드냐”면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일종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는 상부상조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정부보다 시·군 단체장이라는 게 공무원들 말이다. 총액인건비제 탓만 할 게 아니라 조직내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면 사회복지직들에게 사기를 진작시켜 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전국이 난리인데 도내 기초단체장들은 정부방침에 할 수 없이 끌려가는 식의 소극적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 강혜영
강혜영 청주시 사회복지직 공무원
“야근·주말근무 일상화···순환근무 제도화 돼야”

지난 2006년 공직에 입문한 강혜영(47·사회복지직 8급) 씨는 복지의 최전선인 동 주민센터에서 줄곧 근무해 왔다. 때문에 사회복지직의 어려움을 온 몸으로 느끼고 산다. 현재는 청주시 수곡1동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 곳은 총 7000여 세대 중 도움이 필요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이 800여 세대이고 노인인구도 많다. 그런데 업무는 2명이 맡고 있어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먹듯’ 하고 있다. 또 민원인들로부터 폭언·폭행·성희롱 등을 당했으며 종종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강 씨는 “한부모·차상위계층·의료급여·자활·긴급지원·중점사례 관리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무상보육 때문에 보육업무가 대폭 늘었고, 초중고 교육비지원 업무가 올해부터 동사무소로 이관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1~3월은 무상보육과 교육비 지원대상자 서류를 접수받아 입력해야 돼서 거의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와 근무했다. 이 때는 매년 업무가 폭주한다”면서 정책입안자들이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고민하나 이를 전달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별로 배려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강 씨는 “주민센터에서 민원업무를 오래 맡으면 지치게 마련이다. 민원인들의 갖가지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엄마·누나·딸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센터 근무를 몇 년 하면 민원부서 아닌 곳으로 배치해주는 순환근무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청주시의 경우 행정직 공무원들은 주민센터에서 2~3년 근무하면 구청으로 들어갈 수 있으나 사회복지직들은 갈 수 있는 자리가 한정돼 있어 구청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 김기석
김기석 청주시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
“사회복지직을 왜 읍·면·동에만 배치하나”

김기석(49·사회복지직 6급)씨는 청주시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연구모임인 청주시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이다. 현재 흥덕구청 주민복지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회장은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업무과중과 민원인들의 거친 행동에 정체성 혼란 현상까지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7000명 인력 증원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신규 사회복지직이 배치되면 복지업무를 하던 행정직은 다른 부서로 이동해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인원증가도 필요하나 우선 동 기능을 전환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동 주민센터에는 행정민원담당과 주민지원담당이 있는데 행정민원담당이 주무계이다. 그러나 행정민원부서는 서류발급이 대부분이다. 서류발급은 무인발급기와 인터넷으로 대체하고 복지업무를 하는 주민지원담당을 주무계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계장도 가능한 사회복지직으로 채워라.”

이어 그는 사회복지 업무와 관련성이 높은 구청 주민복지과와 본청 주민복지과·여성가족과에 사회복지직들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직들을 읍·면·동 주민센터에만 둘 게 아니라 정책을 결정하는 부서로 진출시켜야 한다는 것. 이 연구회는 시의회와 간담회서 저소득층 밀집 동에 사회복지직 동장 배치, 주민복지과 분과시 사회복지직 6급 4명 배치 등을 요구했다. 청주시에는 사회복지직이 122명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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