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들 교향악단 짝사랑 ‘누가 말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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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들 교향악단 짝사랑 ‘누가 말리나’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3.04.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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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덕 시장, 올해 시립청소년교향악단 창단 놓고 뒷말 무성
음악인들 “국비 받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굳이 필요했나”비판
단체장들은 유독 오케스트라를 좋아한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사실일까. 공교롭게도 정우택 전 지사 시절 도립교향악단이 창단됐다. 당시 예술계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추진해 뒷말이 무성했다. 현재 도립교향악단은 규모도 열악하고, 예산 지원도 충분치 않아 ‘찾아가는 공연’에 취중하고 있다.

청주시는 당시 남상우 시장 시절 “4개 예술단 운영하기도 힘에 부친다”며 도립예술단 창단 대신에 시립교향악단을 도가 맡아서 하라는 것이 공론화됐다. 그런데 민선 5기 한범덕 시장이 취임하면서 시립예술단 가운데서도 교향악단에 대한 지원이 눈에 띄게 증가해 안팎에서 말들이 나오고 있다.

▲ 지난 2월 창단한 시립청소년교향악단을 놓고 음악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립교향악단 지휘자 및 단원들이 마찬가지로 총감독 및 강사를 맡고 있다. 기존 단체들이 많이 있는데 굳이 청주시가 나서서 단체를 만들어야 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겸직 지휘자 지휘비 한달에 200만원

최근 청주시문화예술체육회관(이하 문체관)는 청주시립예술단 설치 운영에 대한 일부 조례 개정을 통해 시립교향악단의 정원만 늘렸다. 다른 단들은 모두 합창단(60→56명), 국악단(46→42명), 무용단(37→34명)으로 됐는데 시립교향악단만 72명에서 78명으로 늘었다.

기존의 사무단원들이 이번에 일괄적으로 빼면서 전체정원이 줄었지만 시립교향악단만 정원을 늘리게 된 것이다. 4명의 사무단원을 빼면 10명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문체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늘어난 10명의 정원은 비상임 단원이다”고 설명했다. 시립예술단 전체 예산도 민선 4기엔 50~60억대였지만 5기엔 인원이 늘다보니 70억원으로 뛰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문체관이 특수시책사업으로 시립청소년교향악단을 창단했다. 전체 예산은 8000만원이다. 청소년교향악단의 총 감독은 유광 현 시립교향악단 지휘자가 겸직하고 있다. 유광 지휘자는 토요일 오전 3시간 지휘를 하는 비용으로 한 달에 200여만원을 받고 있다. 2000만원 이상을 지휘비로 책정했다.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악인은 “솔직히 자괴감이 느껴진다. 지휘자 연봉이 5000만원 넘는데다가 겸직이 허용해 전임교수 생활도 하고 있다. 게다가 한 달에 200만원 넘게 지휘비를 받는다는 건 특정인에게 너무 몰아주는 것 같다. 전체예산 8000만원 가운데 지휘비만 1/4 비용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강사는 수석·차석 단원 7명이 맡고 있다. 강사비는 시간당 3만원이다. 문체관 관계자는 “청주대, 서원대학교 기악과의 맥이 끊겼다. 청주지역의 재능 있는 학생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체계가 없다보니 그간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예술가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체계적인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시립교향악단의 유광 지휘자는 청소년시립교향악단에서 총감독을 맡고 있으며 지도비로 한달에 200여만원을 받고 있다.

다른 공연 예산은 깎는데…

하지만 지역예술계 인사는 “시립예술단 전체 예산이 부족하다면서 잡힌 공연예산을 20%로 줄이라는 마당에 특정 단체에게만 지원이 쏠리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예술인은 “단체장들이 특정 장르에만 지원해 주는 것은 문제다. 교향악단만 맥이 끊긴 게 아니다. 무용, 연극 등 타 장르도 다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열악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이러한 단체가 생기기 전에 적어도 지역예술계에 의견을 구하는 절차는 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음악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의 유행으로 국비를 지원하는 오케스트라 사업이 늘고 있다. 청주시에서도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이 예산 8000만원을 받아 ‘꿈나무 오케스트라’사업이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고, 최근에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지원을 받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상자기사 참고) 이밖에도 충북예총 및 청주YWCA 등에서도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 단체도 많은데…

그러다 보니 굳이 청주시가 시비를 지원하는 교향악단을 창단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문체관 관계자는 “특수시책 사업이고,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사업이라 의견을 구하는 절차까지 밟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오케스트라 사업과 청주시가 추구하는 오케스트라는 성격이 다르다. 전문연주자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다른 지역도 오케스트라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교향악단 사업은 올해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시립’ 청소년 교향악단으로 거듭날 지는 미지수다. 올해 사업 평가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다. 청소년 교향악단은 현악, 금관, 목관, 타악 등 56명의 최종인원을 선발했다. 매주 1회의 정기연습과 음악캠프, 정기 및 수시연주회 등을 갖게 된다.


엘 시스테마, 청주에도 상륙하나
지역아동센터 대상 ‘올키즈스트라’
시 문화재단 ‘꿈나무 오케스트라’운영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음악프로그램이다. 가난과 폭력, 마약으로 찌든 빈민촌 아이들을 대상으로 1975년부터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라는 경제학자가 만든 음악프로그램이다. 음악을 통해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키고자 했던 이 프로그램은 베네수엘라를 음악 강국으로 만들었고, 빈민촌 아이들이 연주자로 성장해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엘 시스테마 이야기는 2008년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 사업은 한국에도 정착해 교과부에서는 2011년부터 시골학교 및 작은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 오케스트라 운영학교’사업을 벌이고 있다.

청주시도 이러한 성격의 오케스트라가 운영되고 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부터 8000만원 지원을 받아 70명의 단원을 모집하고 ‘꿈나무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단원 가운데 소외계층 및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전체 인원의 70%다. 강사는 13명으로 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맡고 있으며 강사비는 시간당 4만원이다. 일주일에 2번 연습을 하고 있다.

또한 상당구 지역 지역아동센터 아이들도 이번에 사회복지법인 ‘함께 걷는 아이들’이 벌이는 ‘올키즈스트라’사업에 선정돼 8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방서지역아동센터에 사무실을 차리고, 주 1회 연습을 함께 하고 있다. 방서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상당 지역 아동센터에서도 악기 프로그램을 하는 곳들이 많다. 합주가 불가능했는데 이번에 지원을 받게 돼 체계적인 교육을 받게 됐다. 사회복지법인에서 최소한 5년 정도 지원이 가능하고, 재능있는 아이들에게는 유학의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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