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원흥이 두꺼비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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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흥이 두꺼비를 생각하며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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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혁 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2010년 10월 ○○일
이른 새벽 등산객 2명이 구룡산 자락을 오르다가 갑자기 거대한 두꺼비 떼의 공격을 받았다. 집채만한 두꺼비들에 둘러싸여 집중 공격을 당한 등산객들은 간신히 몸을 피하여 인가로 내려와서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현재 경찰은 이 지역 일대를 통제하고 있으며 또 다른 두꺼비 떼의 공격에 대비하여 변이생물 전문가들과 함께 대책 회의를 열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변종 동물의 공격이 계속되어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 ○ ○ 일보 」

몇일 전 원흥이 방죽을 방문했을 때 위 기사와 같은 공상영화적 생각이 문득 머리를 맴돌았다. 사실 자연 파괴에 대한 공포는 현실 보다 영화에서 더 생생하게 그려진다. 인간의 자연 파괴에 대한 자연의 무시무시한 역공은 SF 영화의 중요한 소재중 하나이다.

최근에도 롤란트 에머리히 감독의 새 영화<투모로우>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크기로 사람들을 압도한다. 우박과 폭설, 토네이도와 한파가 무시무시한 공포로 인간의 보금자리를 덮친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착취가 전세계적이었듯이 자연의 인간에 대한 복수도 가히 전지구적이다.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이 참모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극복하던 할리우드의 일반적인 시나리오는 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을 한파에 얼어죽게 함으로써 감독은 현대 문명에 대한 경고를 과거보다 한 발짝 더 진전시킨다.

그러나 영화적 상상력이 부재한 현실에서 두꺼비를 비롯한 힘없는 생명체를 대리하는 싸움은 눈물겨울 수밖에 없다. 우리 나라의 환경운동이 삼보일배와 같은 종교적 상징에 호소하거나 단식투쟁과 같은 자기희생의 극한치를 보이는 것은 개발논리에 오랫동안 그리고 철저히 길들여진 대중의 정서적 무감각과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환경 운동, 나아가서 생태 운동을 정당화시킬 때 경제적 이익에 호소하는 전략을 동원한다. 예를 들어, 간척 사업을 하는 것보다 갯벌을 보존하는 것이 경제적인 가치가 높다고 선전하다. 이런 설득은 하나뿐인 지구를 보호하자는 공허한 위기의 설파보다 훨씬 더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유효한 전략이다.

이 점에서 보자면, 두꺼비를 살려달라는 생태적 호소 이상의 가시적 이익을 증명해 내기 어려운 원흥이 싸움은 처음부터 전망없는 싸움인지도 모른다. “두꺼비의 생명이 사람들의 이익보다 중하냐?”는 주장은 환경운동가들을 단숨에 시대착오적 몽상가들로 만들어 버리는 강력한 무기이다. 그리고, 이런 천박한 자본의 논리에 오랜 세월 길들여진 사람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척박한 조건을 타개하기 위해서 생태 운동이 오히려 좀 더 급진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태 운동은 그 본질상 다양한 시민 운동 중 가장 근본에 위치한 운동이다.

예를 들어, 노동 운동, 여성 운동, 민중 운동 등은 모두 인간의 인간에 대한 착취와 지배를 교정하는데 목적을 둔다. 그러나, 생태운동은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한 줌의 이익 때문에 인간의 인간에 대한 파괴적 지배가 정당화되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도발이 자행되는 현실을 생태운동은 고발한다. 자연을 상품화하고 인간마저 교환가치로 환원하는 현실을 고발하면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새롭게 모색하고자 하는데 생태 운동의 급진성이 있다.

시대착오적 몽상가들이 이 싸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 자연의 고통을 자기 몸에 새기는 단식 외에 별다른 저항의 방법이 없는 이들에게 승리의 전망이 있을까? 자본주의의 모국들보다 더 자본주의적으로 변모된 우리들의 주체할 수 없는 개발과 축적 욕구를 저지할 힘은 정말로 재난의스펙터클-<투모로우>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밖에 없을까?

2010년 11월 ○○일
일군의 두꺼비 떼가 성안길로 몰려들었다. 하늘에는 거대한 잠자리 떼들이 해를 가렸다. 상가들이 온통 철시한 도심에는 적막감만 감돈다. 이 도시가 얼마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되던 충북 지역 최대 도시라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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