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갈등이 경찰 조사까지…위기의 충북산악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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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갈등이 경찰 조사까지…위기의 충북산악연맹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3.06.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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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빙벽대회 예산 부정 집행 의혹 관계자 줄줄이 조사
산악인들 “집행부의 독단적 운영, 예견됐던 사태” 입 모아

지난 1월 26, 27일 양일간 영동군 빙벽장에서 열린 ‘제6회 충북도지사배 영동 국제빙벽대회’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회가 끝난 지 수개월이 지난 현재, 당시 예산 집행에 대해 충북경찰청이 내사를 진행하고 있고, 일부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번 사건의 발단이 충북산악연맹 내 이사들 사이의 갈등에서 불거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충북산악연맹 운영에 대한 문제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도체육회 산하 경기단체인 충북산악연맹은 올해로 6회째를 맞은 국제빙벽대회를 주관했다. 이 대회는 충북도와 영동군에서 2억 5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진행하는 대회로 올해 처음 충북산악연맹이 단독 주관했다. 대회를 처음 만든 단체는 대전 지역 산악인들이 중심이 된 영동빙벽장운영위원회가 주관했지만 이후 충북도와 영동군의 요청으로 지난해에는 충북산악연맹과 영동빙벽운영위원회가 공동주관했고, 올해는 충북산악연맹이 단독으로 주관했다.

▲ 사진설명-2억 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 국제빙벽대회의 주관을 맡은 충북산악연맹이 예산 부정사용 의혹에 휩싸였다. 이를 두고 산악계 안팎에서는 수년간 지속돼 온 연맹 내 갈등이 이번 사건의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6, 27일 양일간 열린 제6회 영동 국제빙벽대회.
1000만원대 로프 이중 구입 확인
올해도 외국인 11명을 포함해 260명의 선수들이 출전해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관인 충북산악연맹 내부에서는 여러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운영위원장을 맡았던 김홍문 씨(전 충북산악연맹 스포츠 클라이밍 이사)는 대회가 종료된 직후 예산 집행과 관련해 연맹에 자체 감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을 충북경찰청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현재는 내사 중이다. 관련자들을 불러 사실 확인을 하는 단계다. 아직 전면적인 수사로 확대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가 제기한 문제는 예산의 상당부분이 불필요하게 쓰여 졌고, 비용이 부풀려졌다는 의혹이다. 빙벽장비와 행사장비 비용으로 집행된 예산은 6291만원으로 지난해 3775만원보다 2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빙벽장비와 행사장비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대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구입한 로프와 4000만원을 들인 다운점퍼가 논란의 중심이다. 김 씨는 “당초 산악연맹이 구입한 로프는 콜핑사 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CE인증(유럽지역 수출을 위한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다. 클라이머들이 대중적으로 즐겨 쓰는 제품은 UIAA인증(국제산악연맹 인증)으로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문제를 제기해 대회에서는 UIAA인증 제품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충북산악연맹이 준비한 로프는 비상용 로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위급한 상황, 일반적이지 않는 상황에 사용하는 로프라는 의미다. 하지만 제품 가격은 전문 클라이머들이 사용한다는 대중적인 브랜드 가운데 고가의 로프보다도 10%이상 비쌌다. 또한 다른 로프로 교체했는데도 충북산악연맹은 콜핑사 로프를 반품처리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동벽 충북산악연맹 회장은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지 못했다”며 잘못된 점을 시인했다. 결국 대회에서 사용하지도 않은 로프가 대회를 위해 구입됐고, 대회 예산으로 집행된 것이다.

로프 구입을 집행한 전무이사는 “CE인증이 UIAA인증보다 못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과 달리 인증기관이 다양해졌고, CE인증을 받은 제품을 선택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빙벽대회 설계에 참가한 전문가에게 물으니 문제가 없는 제품이고 내년에 사용해도 된다고 해서 반품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혈세로 구입한 점퍼, 관계자들 나눠가져
1개당 24만원에 구입한 다운 점퍼도 논란거리다. 충북산악연맹은 170벌을 구입했고, 4080만원을 지불했다. 전체 예산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김 씨는 “일반적으로 경기운영요원이나 심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구입한다. 이번 빙벽대회에 투입된 관계자들에게 모두 나눠줘도 100벌이면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HCN충북방송은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자 보도에서 구입한 다운점퍼 수십벌이 영동군 공무원에게 지급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정동벽 충북산악연맹 회장은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또 “타 지역 회장단이 오면 기념품으로 주고, 연맹 관계자들도 고생하니 한벌씩 줬다. 그게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2억 5000만원의 혈세가 투입된 행사를 주관 기관의 행사쯤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려스럽다.

또한 대부분의 관련장비 구입처가 전무이사인 편 모 씨가 운영하는 콜핑사의 제품이라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충북산악연맹은 8000만원이 넘는 예산을 다운점퍼와 기념티, 빙벽장비 구매에 사용했다는데 대부분 콜핑사 본사와 편 씨가 운영하는 매장을 통해 구입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대부분 콜핑 본사와 통해 구입했다고 하지만 충북산악연맹이 제시한 견적서에는 직인조차 찍혀있지 않았다. 또한 메인스폰서라 싸게 구입했다고 하지만 어느 매장에서나 받을 수 있는 가격”이라며 조작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전무이사는 “내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구입한 것은 극히 일부다. 나머지는 모두 본사에서 직접 납품했고, 경찰 조사과정에서도 이 같은 부분은 밝혀졌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그렇게 문제가 많았다면 대회기간이나 준비기간에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 경기위원장인 김 씨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맞불을 놓았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지역 산악계에서는 예정된 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정 회장 취임을 전후해 연맹 내에서도 파벌이 생겼다. 현 회장과 뜻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묵살됐고, 독단적인 운영을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열린 회장 취임식에는 전 회장의 이임식이 생략됐다. 또한 전 회장을 취임식에 초청하지도 않았다.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신의 편에 선 사람들만 믿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동벽 회장 취임 후 충북산악연맹 산하 산악구조대도 폐지의 쓴맛을 봐야 했다. 결국 산악구조대는 결국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와 손잡고 충북산악구조대적십자봉사회로 분리됐다. 한 관계자는 “충북산악연맹 산악구조대는 지난해 민관합동구조경연대회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베테랑들로 구성됐다. 충북산악연맹 전체로 봤을 때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촌평했다.

이전 회장을 역임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가 운영하는 등산학교에 대한 폐지 논의도 있었다. 이후 등산학교는 남 교수가 개인적으로 설립했다는 점에서 논의가 중단됐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충북산악연맹의 달라진 운영방식이 드러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편 충북산악연맹이 영동 국제빙벽대회를 단독으로 주관하게 된 배경에 대해 한 관계자는 “전 회장 임기 중에도 충북산악연맹이 맡아줬으면 하는 의사를 밝혀왔었다. 하지만 전 회장은 ‘우리가 만든 대회가 아닌데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동안 노력한 사람들이 따로 있는데 우리가 큰 조직이라고 해서 흡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고사했다. 결국 지난해 양측의 갈등이 있었고, 단독으로 주관하는 첫 대회에서 이같이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져 나왔으니 현 집행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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