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세계적 보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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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의 세계적 보편화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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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열(주성대학 학술지원팀장)

1999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미국의 주요 시사저널에는 지난 1000년 동안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을 조사한 결과 1위가 금속활자의 발명이었다고 발표했다.

당시만 해도 금속활자는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 우리나라의 금속활자는 빠져 있었다. 그러나 2001년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기사에서는 고려시대의 금속활자가 인류의 지식정보 전파에 기여한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어 2001년 7월에는 직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구텐베르크 성서와 같이 등재됐고 그 위상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올 4월에는 유네스코가 제169차 집행위원회에서 세계기록유산 분야의 최초 시상제도를 채택하면서 그 상의 이름을 현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이름을 빌어 ‘직지상’으로 제정했다.

미래 사회에 있어 국가의 힘은 문화적 인프라 구축이 세계적 기준을 나타낼 수 있는 핵심적 기준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인프라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독일에서는 금속활자 인쇄술을 처음 발명한 구텐베르크도 브랜드(관광상품)화 되어 있다.

“구텐베르크 박물관” “구텐베르크 거리” 등 그의 업적을 기리는 수많은 기념물과 인쇄문화를 소재로 한 각종 행사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그들은 인쇄문화를 고양(高揚)하는 중심지로 세계인들이 모여들게 한다. 수익을 올리면서 세계인으로 하여금 그 문화의 향기에 취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로 찍어냈다는 직지 원본조차 프랑스의 국립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다.

1986년에 와서야 직지를 처음 찍어냈다는 청주의 흥덕사지를 사적 315호로 지정하고, 1992년도에 청주고인쇄박물관을 세웠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 국민들에게 직지의 가치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금속활자를 발명한 이후 지난 천년간 서구사회 못지않은 뛰어난 지식정보를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활용치 못한 채,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만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흥덕사의 복원과 직지를 활용한 각종행사와 기념물을 통해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청주시의 직지축제 등은 단시일 내에 기획이 되어서인지 차별화 되지 못하고 지나친 성과위주의 정책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학술 연구는 오히려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문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한 축제와 같은 이벤트행사나 관광상품을 통한 부가가치는 기대할 수 없는 만큼 한 쪽으로 지나치게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발전 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직지의 내용 속에 지니고 있는 한국적 선(禪)의 세계화도 무한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Toynbee, Arnold Joseph, 1889-1975)는 “20세기의 최대 사건은 불교가 동양에서 서양으로 건너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과거 정신적 지주였던 불교와 이를 활자화하여 널리 알리고자 하였던 직지의 보편적 가치의 발현인 것이다. 오늘날 급변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인류가 찾은 희망의 열쇠 그 직지의 꽃에 숨겨진 신비의 세계가 다시 열리도록 바로 우리가 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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