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몸집은 큰데 메뉴는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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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몸집은 큰데 메뉴는 똑같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4.06.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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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개관한 쥬네쓰 시네마는 ‘청주의 제1호 멀티플렉스’
드림플러스 ‘프리머스 시네마 청주’ 개관, 스크린 10개 확보

청주에 또 하나의 멀티플렉스가 상륙했다.
드림플러스 8층에 위치한 ‘프리머스 시네마 청주’는 지난 2월 쇼핑몰 개관과 함께 최신시설과 도내 가장 많은 스크린수(10개)를 자랑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야심찬 계획과는 달리, 직영체제로 운영했던 영화관은 영화프로그램을 끌어오지 못해 운영 초반 고전을 면치못했고, 지난 5월 프리머스사에게 위탁운영을 맡긴 상태다.

프리머스사는 플레너스 그룹 제작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가 설립했으며, 강우석 사단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프리머스사는 전국적으로 2006년까지 99개 스크린에 2만5000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드림플러스 ‘프리머스 시네마 청주’ 담당자는 “멀티플렉스의 기본요건인 문화공간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게임을 즐길수 있는 조이빌, 푸드코트, 문화센터, 쇼핑몰 등 하드웨어를 완벽히 구현했다. 전국에서 이렇게 복합문화공간의 요건을 갖춘 곳은 손에 꼽힐 정도다. 지금은 하루 평균 1500명이 찾고 있지만, 영화관람객이 비례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드림플러스 8층에 위치한 ‘프리머스 시네마 청주’는 10개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또 하나의 멀티플렉스로 자리매김하기를 꿈꾸고 있다. / 육성준 기자
충북도민, 일년에 영화 1.6편 봤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2003년도 전국 상영관은 280개, 스크린수는 1132개이다. 그리고 98년 탄생한 멀티플렉스는 현재 295개로, 이는 총 스크린수의 52.6%를 차지하고 있다.

충북도는 쥬네쓰 시네마, 키노피아, 드림플러스 시네빌까지 총 3개의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일반상영관 6군데가 있다. 스크린수는 32개로 지난해 26개에 비해 늘었다.

또한 영진위는 지난해 도내 극장을 찾은 관객이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합해 234만 1963명으로 집계했다. 도내 인구가 150여만명임을 감안할때 도민 1인당 1.6차례 꼴로 영화를 관람한 셈이다. 극장수입은 127억 8454만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영화에 대한 인기가 높아 지난해 도내 극장 관람객 중 반수가 넘는 140만 9487명이 한국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발표됐다.

충북의 영화시장은 2002년에 176만 479명이 극장을 찾아 103억 4281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에 비해 관람객은 75%증가한 58만여명, 입장수입은 81%인 24억 4173만원이 증가한 수치다. 영진위에 따르면 충북도는 전국평균보다 충북의 영화관람객수와 입장수입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0년 충북에서 ‘제1호 멀티플렉스’를 열었던 쥬네쓰 씨네마의 민웅기 전무는 “충북의 영화시장의 영향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시사회를 청주까지 와서 열지 않았지만, 이제는 청주가 잠재력있는 시장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시사회나 이벤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답했다.

하지만 민전무는 “충북의 시장은 한정돼있다. 청주에 거대자본을 가진 멀티플렉스들이 들어서지 않는 이유도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들은 인구 100만이 되지 않으면 들어오지 않는 불문율을 갖고 있기도 하다”고 부연설명했다.

영화만 본다에서 영화도 본다로 이어져

멀티플렉스의 최대 강점은 영화인구들이 소비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점이다. 즉, ‘영화만 보는’ 인구들이 ‘영화도 보는’ 인구로 이어질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한다. 따라서 전국의 대형상권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을 마치 ‘빛깔좋은 부속품’처럼 끼어넣고 있다.

드림플러스의 경우 이른바 ‘0ne-stop’ 쇼핑이 가능하다. 쇼핑을 놀이처럼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곳은 다양한 놀이감과 볼거리가 구비된 ‘대형 놀이동산’일지 모른다. 최근 드림플러스는 이러한 시설의 강점을 이용해 영화와 푸드코트, 조이빌을 함께 이용할경우 할인을 해주는 ‘특별할인카드’를 발행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드림플러스 역시 영화관만이 나열돼있을뿐, 아직까지 다양한 서비스와, 마케팅등이 활발히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처음부터 영화관을 계획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요건이 충실히 갖춰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전국의 멀티플렉스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를 볼수 있고, 문화를 즐길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지만, 영화를 보고 상품을 구매하는 구조로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쥬네쓰 시네마 역시 처음에는 2개관만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1년 8개관으로 증축하고 오늘의 멀티플렉스의 형태를 갖췄다.

민전무는 “8개관으로 증축한 이유는 대세의 흐름도 있었지만, 사실상 소형스크린에는 배급사들이 영화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한 영화를 한달동안 상영한 적도 있다. 처음부터 멀티플렉스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멀티플렉스가 되려면 적어도 13개의 스크린을 확보해야 된다고 본다. 하지만, 쥬네쓰는 더이상의 증축보다는 현재의 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에 전력해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밝혔다. 쥬네쓰 시네마는 자체할인카드를 발행, 8편에 1편은 무료로 볼수 있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전국의 도시들은 지금 ‘멀티플렉스’전쟁을 치르고 있다. 영화산업이 커지고, 영화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영화관은 ‘매머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멀티플렉스 바람’은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 춤, 음악 등 모든 분야에서 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선진국에서는 과도한 할인경쟁으로 결국 실패한 사례를 비춰볼때, 지역의 멀티플렉스들도 한정된 시장안에서 질높은 서비스와 차별화된 마케팅 개발이 급선무처럼 보인다. 대형자본이 들어왔을때 동네슈퍼마켓이 문을 닫는 것이 ‘진리’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진정한 ‘멀티’를 바란다
주말관객성적으로 일주일 안에 문내리기도
“영화상영작수는 예전과 다를바 없다”

지역의 한 영화모임 대표는 “멀티플렉스라고 하지만 상영되는 영화의 숫자는 예전과 다를바가 없다. 인기를 끄는 영화가 3~4관을 차지하기 일쑤다. 결국 시민들은 영화를 편식해서 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일주일에 한번꼴로 영화관을 찾는다는 직장인 한미선(27·사창동)씨 또한 “금주에 개봉되는 영화가 만약 인기가 없으면 바로 문을 내리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청주의 멀티플렉스는 지금 ‘유행하는 영화’를 걸고 있다. 그리고 주말 시험대를 통해 일정관객이 들지 않으면 그 영화는 가차없이 ‘사형선고’가 내려진다. 따라서 예술영화와 인권을 다룬 영화들이 멀티플렉스를 잡기란 꿈과도 같은 일이며, 또한 시민들이 이러한 영화를 볼 기회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예로, 이번에 칸 영화제에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도 일주일만에 막을 내렸다.

한편 멀티플렉스 관계자들은 “하드웨어적인 면은 거의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 제공하는 것이다. 이로써 멀티플렉스의 승패가 좌우된다”며 지역에서 예술영화관이나 독립영화관을 한개 관이라도 열지 못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 배급사들이 영화를 대주지 않고, 또한 극장운영주가 ‘수익성’을 따지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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