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그러나 자칫 딜레마에 빠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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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기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그러나 자칫 딜레마에 빠질수도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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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짜리 반쪽 시장의 한계, 밀어붙이기도 정치적 타협도 난관

   
▲ 당초 국회의원을 꿈꿨다가 자치단체장에 오른 것은 오효진청원군수에 이어 한창희시장이 두 번째다. 정치적 노선(?)을 바꾼 만큼 이들의 운신은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사진은 당선결정 후 지지자들과 환호하는 한창희충주시장. / 육성준 기자
신임 한창희충주시장의 임기는 앞으로 2년이다. 2전 3기만에 얻은 영광치고는 기간이 너무 짧다. 때문에 한시장의 2년 후 지방선거 재도전은 지금으로선 불문가지다
원래 목표하던 국회의원의 꿈을 저버리지 않더라도 2년 임기후 2년을 쉬었다가 2008년 18대 총선을 넘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인물난에 봉착한 당의 간청(?)으로 출마해 시장에 당선됐지만 한시장의 향후 목표는 어쩔 수 없이 시장 재선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 두 번의 총선 실패후 방향을 틀어 2002년 지방선거에 도전, 자치단체장을 거머쥔 오효진 청원군수가 지난 4·15총선 때 주변의 계속된 여론에도 끝내 출마하지 못한 것이 좋은 전례가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창희시장의 충주호(號)는 과연 어떤 항로를 탈까. 이에 대한 평가는 역시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반 행정경험이 전무한 상황이라 당분간 시행착오가 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치인의 자치단체장화가 차라리 변혁을 위한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혼재하는 것이다. 특히 한시장의 등장으로 지난 10년간 지속된 이시종의 아성, 이른바 장기집권의 공고한 틀이 깨질 수 밖에 없어 벌써부터 공직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물론 한시장은 이시종 매니아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 절대 없음을 강조하지만 한시장 스스로가 언제든지 표변할 수 있는 냉혹한 정치세계를 두루 경험한데다, 이번 총선과 보궐선거에서도 본인 스스로 밝혔듯이 이들 ‘태생적 이시종추종자’를 심각하게 의식했던터라 그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판단은 한시장의 등장으로 충주시정에 대한 이시종의원의 수렴청정이 원천적으로 봉쇄됐기 때문에 공직사회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체가 궁금한 살생부 논란
이미 지역사회에선 특정인의 이름이 거론되며 ‘살생부’가 입에서 입으로 나돌아 추이를 궁금케 한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인사는 의미심장한 진단을 내렸다. “한시장으로선 일단 저쪽편(?)의 인사들을 포용하려는 자세를 취할 것이다. 물론 다른 자치단체를 보더라도 이렇게 해서 적을 아군으로 만들어 되레 적절히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어차피 간부급 공무원으로선 선거 때마다 선출직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그보다도 한시장은 본인에게 쏟아지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도 당장 거사를 벌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잖아도 이시종의원과의 관계설정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는데 이에 기름을 부어 초장부터 정치적 반목을 자초해 부담을 안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고민은 또 있다.

 한시장이 그야말로 통큰 아량으로 모두를 끌어안는다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당장 그동안 소외당했던 측이 가만히 있겠나. 어차피 한시장은 정치적 판단과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모든 것을 껴안고 두루뭉실하게 대처했다간 본인의 정체성마저 의심받게 되고 이는 곧 2년 후 최대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임기 2년의 반쪽짜리 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처음부터 분명한 선을 그었다간 성과도 거두기 전에 분위기만 휘젓다가 자칫 본인한테 족쇄를 채울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임했다간 단명을 재촉할 지도 모른다. 이런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한시장이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걸면서도 한편으론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둘간의 관계설정에 대해 어느 한 쪽이 먼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두 사람이 반복해 봤자 결국 둘 다 망할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시종-한창희 구도에 차라리 잘 됐다고 평가하는 측도 있다. 어쨌든 정적관계이지만 서로 견제함으로써 되레 합리적 의정과 시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어차피 둘은 국회의원 배지를 놓고 또 충돌하게 될 운명인데, 지금부터 으르렁거렸다간 동반퇴출의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잘못하면 둘 다 죽는다”
한시장이 처한 이런 정치적 역학구도에서도 10년만에 시정책임자가 바뀐데 대한 주민 기대감은 크다. 특히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2년이라는 짧은 임기와 시정수행의 성공여부를 떠나 ‘변화’ 그 자체로 한시장을 평가하려는 여론도 감지된다. 이시종 전시장의 장기집권은 역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세대교체의 갈증을 안기게 됐고, 이번 한시장의 당선이 그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언론인은 “지금 충주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역동성”이라며 한시장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여론이 금방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이시종체제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제기한 충주환경운동연합은 한시장이 취임한 8일 성명을 내고 역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충주환경련은 “이번 선거는 지난 10년동안 독선적 시정운영과 지역퇴보, 환경파괴로 일관한 전 시장의 시정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이었다”고 전제한 후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변화와 개혁에 부응하고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함과 동시에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시민들에게 용기를 복돋아주는데 신임시장이 충분한 역할을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각종 환경정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한시장은 8일 취임사에서 향후 시정에 대한 일단의 방향을 제시했다. 파격적 행정과 공격적 행정마인드를 특별히 강조한 것이다. 이 말은 앞으로 2년간 그냥 거쳐가는 자치단체장이 되지는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특정 자치단체장이 정책 사업을 수행키 위해선 현행 4년의 임기도 부족하다는 판에 2년 안에 이런 욕구를 충족시킬지는 지금으로선 한시장도 모른다. 다만 2년 후 이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이미지’ 다시 말해 지속가능한(?) 신뢰를 시민들에게 심어 준다면 유권자들의 선택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한창희시장에 대한 평가중 눈길을 끌만한 것이 하나 있다. 정치적 순발력은 뛰어나지만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2년 후 재선은 이런 한계를 뛰어 넘어야 가능하다.

단절못한 김호복의 계속된 시지프스 신화
차기 선거 땐 강력한 후보로 부상 가능, 아마추어리즘 극복이 과제
충주시장 보궐선거가 끝난후 김호복씨에 대한 평가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정치입문 이후 세번의 좌절을 경험했지만 실제로 마지막까지 선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3위로 고배를 마셨어도 초반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무소속으로 1만3559표를 얻은 것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선거전이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김호복씨는 다른 후보에 비해 비교우위를 차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상대적으로 논리적이고 차분한 언변이 다른 후보를 압도한 것이다. 실제로 TV토론 이후 그는 많은 사람들부터 “진정한 시장감”라는 평가를 받았고, 때문에 이번에 떨어지고도 2년 후엔 가장 강력한 후보임을 각인시킨 것이다.

본인은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지만 어쨌든 세풍사건에 연루돼 불명예스럽게 공직(대전지방국세청장)을 마감하고 정치판으로 뛰어 들었으나 총선시민연대에 의해 낙천 낙선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계속된 악재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번 선전으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어느 정도 털어버리고 다시 정치적 뜻을 곧추세우게 됐다.이같은 호평에도 불구, 김호복씨에겐 여전히 한가지 딱지가 붙는다. 공직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정치적 추구에선 아마추어리즘을 벗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초 자민련을 택했다가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했지만 이시종씨에게 밀렸는가 하면 지난 17대 총선에서도 열린우리당에 입당, 일찌감치 분위기를 선점하고도 역시 뒷심부족으로 헛다리를 짚었다. 때문에 정당을 옮기는 것이나, 국회의원과 시장을 넘나드는 정치적 선택이 너무 편의적이고 아직 관료시절의 티를 벗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그는 정치입문 이후 쉽게 믿고 쉽게 판단하는, 그러다가 뒷통수를 얻어맞는 아마추어리즘을 반복했다. 김호복씨가 2년 후 정상에 서기 위해선 우선 이런 이미지부터 탈피하는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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