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시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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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시장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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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충청리뷰부장
요즘 청주시 공무원들 사이에 걷기운동 바람이 불었다. 시는 지난 4월 1일부터 ‘매주 화·목·토는 걸어서 출근하는 날’로 정하고 자가용보다는 도보로 출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래서 각 과에는 ‘걸어서 출근하기 자기점검표’까지 붙어 있다. 도보, 대중교통, 자가용을 이용했을 때를 구분해 색깔별로 다른 표시를 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이 중 토요일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도록 하고 있다.

한대수 시장도 이에 따라 가경동에서부터 시청까지 1시간 30분 동안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한다. ‘매주 토요일은 자전거 타는 날’ 선포식을 가진 청주시는 장평교-신대동 환경사업소까지 16.5km를 자전거도로로 만들고 자전거 이용 생활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걷기운동은 한시장이 직원들에게 “체력단련하는 셈치고 걸어다녀라”고 한 것이 발단이 돼 확산됐다는 후문이다.

걷는 것도 좋고 자전거 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욱이 걸어오면서 불법벽보나 쓰레기 처리 등을 눈여겨 보는 등 건강도 챙기고, 자동차 유류값도 아끼고, 청주시의 현황을 발로 샅샅이 확인할 수도 있어 ‘일석삼조’라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 시장이 매일 자가용만 타고 다니면 시민들이 무엇 때문에 불편하고, 무엇 때문에 가려운지 모를 것이다. 청주시내 어느 지점의 교통이 불편하고, 어느 도로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공무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도보나 자전거 출근은 긍정적 역할을 한다.

다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일회성이다. 시장이 걸어다니니 직능단체와 시 단위 기관단체장들도 너도 나도 나선다고 하는데 과연 이들이 얼마나 진실하게 실천할지 두고 볼 일이다. 여기에 도내 대학 총·학장들도 동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두고 봐야 한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 것 또한 일회성이 많다는 반증이다.

시민들은 그동안 자전거타고 출근하는 시의원, 구내식당에서 식판 들고 서있는 대학총장, 걸어다니며 여론 수집하는 국회의원 등의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들의 이런 행동은 언론에 화려하게 조명됐다. 하지만 시의원과 국회의원은 얼마 못 가 자가용을 탔고, 대학총장은 더 이상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았다. 취임 혹은 당선 직후 내놓는 의례적인 제스처에 불과했던 것이다.

청주시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의미에서 하는 것인 만큼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견문록’이라는 수첩까지 나눠주며 출근하는 길에 보고 들은 것을 적게 하는 것이나, 각 과에 ‘자기점검표’를 붙인 것은 어느 정도 강제성을 띈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순수한 의미로 시작했던 걷기운동은 참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청중 인근 길 무료주차장에 시 공무원들의 자가용이 몰려 불편하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고 보면 이들 역시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시민들은 아침 출근길에 꾸준히 도보로 출근하는 시장이나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열심히 챙기는 공무원들을 만나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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