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뭐 길래?
상태바
태권도가 뭐 길래?
  • 장동렬 기자
  • 승인 2004.06.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천, 바람 잘 날 없다
이번엔 전국여성태권도대회 예산지원 논란

태권도 성지를 꿈꾸는 진천이 태권도 때문에 시끄럽다.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를 앞두고 터진 충청대와의 중복 행사 논란으로 촉발된 냉소적인 시각이 걷히기도 전에 이번에는 전국여성태권도대회 예산지원 문제가 또다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다 전국체전 태권도경기 진천 개최 불가를 외치는 대한태권도협회의 강성기류도 계속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무원 내부에서 조차 잇단 행사로 공무원을 동원하면서 업무공백이 우려된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한마디로 겹치기 내우외환인 셈이다.

   
▲ 지난 4~8일까지 진천읍 일원에서 열린 여성부장관기 전국여성태권도대회와 관련, 진천군이 군 태권도협회에 지원한 7000만원의 예산 가운데 4000만원이 대회 유치비 명목으로 여성태권도연맹에 전달된 것으로 드러나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역 언론 십자포화

지난 4, 5일자 지역 일간지 지방판은 4~8일까지 진천읍 화랑관 일원에서 열리는 전국여성태권도대회 비판기사가 줄을 이었다.

충청일보는 ‘전국행사 졸속우려’라는 제목으로 한달에 6~7건의 행사가 예정돼 있어 예산 부족 등 부정적 요인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같은 날 중부매일신문은 ‘각종 행사 공무원 동원 불협화음’이란 기사를 통해 전국여성태권도대회 행사장에 공무원 100명을 배치, 공무원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한빛, 충북일보도 공무원 노조의 반발을 전하며 행사 동원에 따른 업무공백으로 민원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기사는 다음날에도 계속됐다.
한빛, 충북일보는 7일자로 제3회 여성부장관기 전국여성 태권도대회와 관련, 진천군이 지원한 7000만원을 문제 삼았다.

비판의 핵심은 군이 편성하여 진천군 태권도협회에 지원한 7000만원 가원데 4000만원을 한국여성태권도연맹에 유치성격으로 지급하는 바람에 정작 3000만원의 쥐꼬리 예산으로 행사를 치르느라 졸속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들은 7000만원의 예산 중 한국여성태권도연맹에 지원한 4000만원은 심판 수당과 메달, 기념품, VIP 체류비 등이고, 남은 3000만원은 심판과 연맹임원 숙식비, 행사 만찬비, 현수막 제작비 등 이라는 사실을 적시했다.

따라서 지역의 일부 식당과 숙박업소 등 특정부분에 대한 일시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만 가져올 뿐 예산낭비라는 것이 이들 언론의 시각이다.
한 신문은 이 같은 졸속 예산을 승인해준 의회에도 문제가 있다는 논지를 폈다.


지역경제에 도움 반론

하지만 태권도협회와 진천군의 시각은 언론과는 다르다.
자체적으로 투자 이상의 기대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태권도협회 예산 3000만원은 전액 지역에 뿌려졌고, 연맹에 지원한 4000만원 가운데 심판 수당과 메달, 팸플릿, 제작 비용 등을 제외하고는 역외유출이 없다고 주장한다.

연맹에서 제공한 기념품의 경우 진천쌀로 준비됐고, VIP 체류비 역시 진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흑자행사라는 주장의 근거이다.

더군다나 700여명 선수단이 5일 동안 지역에서 먹고 마시고 자며 뿌린 것을 경제비용으로 환산하면 행사비 2~3배의 지역 경제 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혈세낭비’ 지적은 종합분석 보다는 한쪽에 치우친 편향된 기사라는 것이 이들의 시각이다.

반면 공무원 동원에 따른 업무 공백과, 졸속행사 등의 지적에는 과장됐다는 말 외에는 별다른 반론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진천군과 태권도협회가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언론 때문에 되는 일 없다

잇따른 비판기사와 관련, 아주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공무원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언론사(주재기자)에 대한 예우가 소홀해서 생긴 감정적인 사건(?)으로 해석하는 것이 그것이다.

한 인사는 “언론의 이번 보도는 잔칫상에 재 뿌리기나 다름없다”고 단정한 뒤 “전국행사가 치러지는 동안 4개 지역 일간지에서 획일적으로 비판 기사를 쏟아낸 것은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며 “그것이 무엇인지 말은 못하지만 삼척동자도 다 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대회도 끝났고,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도 눈앞에 있으니 이 정도로 덮자”며 말을 거뒀다.

다른 한 관계자는 “진천은 언론 때문에 되는 게 없다”며 “대부분 지역에서 전국행사를 유치하려 발버둥을 치는 마당에 7000만원이란 최소한의 비용으로 행사를 치렀는데 박수가 아니라 뭇매를 맞아 정말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군 단위 지역에서 주관한 전국대회 기간 중에 언론의 비판 세례를 받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의 관행에 비춰보면 행사가 끝난 뒤 총평이나 해설 등 기사를 통해 행사의 문제점을 훑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단의 입장은 당당하다.
한 기자는 “기자단에서 군이나 태권도협회에 어떤 것도 요구한 것이 없다”며 “7000만원의 예산 가운데 4000만원이 유치비 명목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취재에 들어갔고 유사한 대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중복행사를 치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에서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