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진천의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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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진천의 6월
  • 장동렬 기자
  • 승인 2004.06.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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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봇물 터졌다고 할만하다.
인구 6만의 작은 도시인 진천에서 전국여성태권도대회,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 등 태권도행사가 6월 한 달 내내 계속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애드벌룬과 아치가 내걸린 거리에는 태권도복을 입은 여성들과 아이들이 활보하고, 경기침체로 시들했던 밤의 풍경도 모처럼 반짝 특수로 활기가 흐른다.

그러나 언론이 전하는 태권도 관련기사는 안타까움이 짙게 배여 있다.
겹치기 행사, 혈세낭비, 공무원 동원에 따른 민원인 불편 등은 안타까움의 첫 번째 목록이다.

낑낑대며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기사 한방에 울상이 돼버렸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온 시골 정서에 반하기 때문인지 앞에서는 말하지 못하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진천은 언론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잔칫상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소주잔 기울이는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거침없는 독설이 들려온다.
기자들이 무슨 관리대상종목이라도 되는 듯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누구누구가 문제”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이어진다.

그러나 민초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혼란스럽다.
김경회 군수 측근들은 측근들끼리, 태권도협회와 회원들은 그들끼리, 공무원노조는 노조원끼리, 언론은 언론대로 ‘진천과 태권도’에 대한 인식과 원인분석, 해법 등에서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다.
이 시점에서 각 구성원 모두에게 한 발짝씩 물러서 초심으로 돌아가길 기대한다.
사실 무리수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진천군이 태권도에 목을 매는 것은 다름 아닌 태권도공원 유치라는 큰 꿈 때문이 아닌가.

이번 여성태권도대회가 그렇고, 말 많고 탈 많은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도 고상한 수식어를 떼어내면 그렇다.
그러기에 개별사안 하나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고, 누구누구 책임으로 돌리려는 쩨쩨한 싸움은 이쯤에서 그쳐야 한다.

불과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정부의 태권도 공원 부지 선정.
만약 진천이 고배를 마신다면 그것은 우리 지역의 불행이다.
모두들 뜻을 모아도 힘에 부친 판에 계속해서 지역에서 불거지는 태권도 논란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태권도문화축제를 둘러싼 충청대와의 갈등, 전국여성태권도대회 혈세낭비 논란, 전국체전 태권도 경기장 이전 파문 등 최근 현안들 모두 일부분 진천군의 부덕(不德)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부분적인 사소함이나 소홀함이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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