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국회의원, 단체장 6명의 '나대로' 축사 인상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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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국회의원, 단체장 6명의 '나대로' 축사 인상깊어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4.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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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충북민예총 10주년 기념식, 300여명 참석 성황

충북민족예술인총연합(회장 김승환 이하 충북민예총)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10일 저녁 6시 청주 명암타워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은 충북문화운동 20년, 충북민예총 10년의 ‘먼길’을 돌아보는 기록영상물 상영, 20년사 헌정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지역 정관계 및 예술계 인사들의 축하인사가 있었고 2부에서 공연행사에서 회원들의 뒷풀이로 진행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이원종 지사와 청주시장, 제천시장, 청원군수 등 4명의 자치단체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도내 충북민예총 활동에 적극 참여해온 열린우리당 강혜숙 의원(전 청주대 무용과 교수)과 노영민 의원이 300여명의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역의 ‘진보적’ 예술인단체로 ‘비주류’의 ‘험한 길’을 걸어온 충북민예총 행사장에 자치단체장 4명이 자리를 함께 한 모습은 지난 10년간의 위상변화를 실감케 했다. 특히 이들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등 정치인 6명의 축하인사를 통해 차별적인 ‘캐릭터’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 탁월한 ‘애드립(즉흥발언)’ 능력을 과시해온 이원종 지사는 미리 준비한 축사 원고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참석인사들의 면면을 감안해 행여 ‘덕담의 수위’(?)를 넘지않기 위한 심중함으로 비쳐졌다. 매끄러운 목소리와 호흡은 비디오 오디오에 강한 이지사의 ‘치밀한’ 이미지 관리기법을 엿보게 했다.

사회자로부터 ‘영원한 해병’으로 소개받아 객석의 폭소를 자아낸 한대수 청주시장은 특유의 ‘어눌한’ 미소로 단상에 섰다.
한 시장은 ‘화려하지 않은’ 느릿한 어법으로 예술지원 정책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꾸밈없는’ 담백한 개인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난 치장하지 않은 축사였다는 평이었다.

‘문인(文人)군수’로 소개받은 오효진 청원군수는 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2부 공연행사까지 함께하는등 친밀감을 과시했다.
원고없이 축사에 나선 오군수는 진보적 예술단체에 대한 경계심을 ‘슬쩍’ 내비치며 엄혹한 권위주의 정권에 맞섰던 예술 혼에 ‘깊은’ 경의를 표했다.
소설가이자 사진작가인 오군수는 궁정화가 렘브란트와 민중화가 고흐를 비교하며 예술인의 삶에 대한 자신의 소신도 밝혀 객석의 박수갈채가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이날 가장 ‘먼길’을 달려온 엄태영 제천시장은 자신을 ‘박달재 시장’으로 소개하며 민예총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제천민예총 이철수 회장과 개인적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엄시장은 원고없이 자연스럽게 축사를 이어갔다. 중저음의 또렷한 발음은 40대 시장의 의욕과 패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화법이었다.

80년대 민주화 현장의 ‘춤꾼’이자 대학 강단의 교수였던 강혜숙 의원은 공식행사의 ‘무거운 의전’이 아직 몸에 익숙치 못한 듯 했다.
함께 활동했던 지역 예술인들의 환호에 긴장된 듯 준비한 원고를 읽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강의원은 기념식 축사의 상당부분을 예술정책에 대한 소신으로 채워 ‘아카데미즘’ 의원의 면모를 읽을 수 있었다.

민주화운동 유공자인 노영민 의원은 대학 운동권 시절 ‘총칼로 무장된 군사정권 앞에 과연 예술이 무기가 될 수 있을까’ 회의했던 적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화와 예술의 힘에 경외감을 느낀다며 의정활동을 통해 문화진흥 정책수립에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맺음말의 억양이 독특한 노의원의 화법은 ‘모범생’ 이미지 확보를 위한 총선 후보자 토론회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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