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의 위기와 그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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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의 위기와 그 대책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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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택(본사 고문/충청대학장)

대학이 위기에 처해있다. 한때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개발인재를 양성하였던 대학이 이제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학이 국민소득 2만불 시대달성을 위하여 성장의 동력으로 평가되기보다는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금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의 60개국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5위이지만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59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경제수준과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였지만 대학의 교육여건은 보다 악화되었다고 말 할수 있다. 지난 10년간 고등학교 졸업생수는 1만여명 늘어난데 반하여 대학정원은 30배에 달하는 29만 여명이 증원되었다.

대학의 양적인 성장에 비하여 교육의 질적인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금년 5월 6일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교수(사)1인당 학생수가 초등학교는 29.1명, 중학교는 18.6명, 고등학교는 15.3명인데 반하여 대학은 고등학교의 3배가 넘는 47.6명으로 대학교육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또한 최근 지방대학은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대학재정이 고갈되고 교육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대학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진단할 수 있겠지만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로 대학위기의 일차적인 원인은 무분별하게 정원을 확대한 대학에 있지만 그것을 허용하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가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대학경쟁력이 국가경쟁력” 이라고 지속적으로 외쳐왔음에도 대학에 비전을 제시하는 뚜렷한 정책을 찾을 수 없고, 대학입시와 사교육비 경감대책에만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기능중심으로 직제를 개편하고 고등교육부문을 통합하여 인적자원관련 3개국에서 지원하는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였다. 차제에 정책부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들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둘째로 고등교육기관의 재원구조가 지나치게 민감부담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이 4년제 대학의 약 76%, 전문대학은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운영비는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재원구조는 민간 부담비율이 78%로 OECD 회원국(평균 23%)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정부의 교육예산을 살펴보면 초중등교육(고교포함)을 지우너하는 보통교육예산에 비하여 대학지원예산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GDP의 5% 정도가 교육예산으로 할당되고 있지만 대학에 지원되는 예산은 보통교육예산의 1/10수준인 0.49%에 불과한 실정이다.

보통교육예산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과 ‘지방교육양여금법’에 의해 자동적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는데 반하여, 대학은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서 예산당국은 매년 보통교육부문에서 발생하는 예산확대에 대한 대응을 고등교육부문의 예산을 삭감조정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왓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예산은 지난 50여년간 계속 줄어들어 GDP의 0.49%로 떨어지게 되었다.

정부는 대학예산을 OECD국가의 평균 수준인 GDP의 1%까지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왔으나 매년 국방 경제개발 복지 및 보통교육예산에 밀려 실현되지 못하고 있어서 대학재정은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의 진학률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고등학교 졸업자의 87% 이상이 매년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제 대학교육은 대중화 단계를 넘어서 확고하게 보편화 단계가 되었다. 정부가 대학교육에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소수의 특권계층의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초중등교육 지원과 같이 보편적인 것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하고 대학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

오늘날 우리의 대학이 처한 심각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대폭적인 정원감축과 경쟁력 없는 학과의 통폐합 및 대학간의 인수 합병 등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와 대학 구성원 모두는 고등교육 재정의 안정적 확보방안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명문의 사립대학은 국고지원금의 증액과 함께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여입학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지만, 국립대학이나 일반대학들은 기여입학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가로부터의 재정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밖에 없다.

세계 일류대학을 외치기 전에 대학교육의 내실화를 먼저 다져야 한다.
교육의 질이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능가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대학의 실질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의 대선공약인 ‘교육예산 GDP 6%' 와 ’대학예산 GDP 1%‘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17대 국회에서 내국세의 5% (현재 대학지원 전체예산이 내국세의 3%이므로 2%만 증액하면 가능함)로 하는 ’대학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반드시 통과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것이다.

끝으로, 오는 7월1일부터 세계명문 예일대학 법대 학장으로 부임하는 헤럴드 高 박사(故고광림박사 3남, 1998년 클린턴대통령 시절 美국무부 인권담당 차관보)의 인터뷰는 설득력을 업고 있다. 즉, “미국의 힘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아니라 탁월한 교육기관에서 나온다.” 라는 명언을 우리나라 정부 당국자들은 반드시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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