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사 보기 전 모의고사까지 '국감,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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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 보기 전 모의고사까지 '국감, 힘들어'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3.10.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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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교육청·경찰청 한 달여간 국감 ‘올인’, 정작 감사시간은 '잠깐'
‘과공비례’ 의원모시기 의전 폐지돼야, 기관장 개인문제도 도마위에 올라
10월은 국정감사의 달이다. 한 해 농사를 수확하고 대외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지난달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충북도교육청과 충북대, 25일에는 안전행정위원회가 충북도와 충북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 나섰다. 각 기관들의 국정감사는 이 날 단 하루에 끝났지만, 이슈와 뒷담화는 무성했다. 이를 정리했다.

“질의서 좀 빨리 주세요” 피감기관 질의서 입수전쟁
A·B·C급 문제뽑고 전날 밤샘···행정력낭비 개선돼야

행정기관에게 있어 국정감사는 상당히 중요하다. 1년동안 해온 업무를 전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기관장이 직원들에게 평가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직원들은 국회의원들 질의에 자신의 기관장이 얼마나 답변을 잘하고, 또 감사를 계기로 기관의 문제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국정감사 준비는 1개월여 기간에 걸쳐 진행됐다. 올해 충북도 준비상황을 예로 들면, 1개월 전 각 과별로 예상질문과 답변자료를 만들고 3주전부터는 이를 A·B·C급으로 나누었다. A급은 가장 중요한 문제, B급은 중간, C급은 그 중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의미한다. 그러다 1주일 전, A급 중에서도 질문이 확실시되는 문제를 간추린 뒤 국장들이 이를 지사에게 보고했다.

▲ 10월 25일 열린 충북도 국정감사 현장. 금고 협력사업비 문제가 연이어 터져나오자 이 지사와 담당국장, 과장은 바쁘기만 하다.

이런 준비를 하면서 한쪽에서는 질의서 입수전쟁에 뛰어든다. 충북도는 감사 3일전 담당 팀장을 국회로 출장보냈다. 이 팀장은 해당 국회의원들로부터 질의서를 입수해 충북도로 보냈다. 직원들은 이를 받아 부지런히 답변자료를 만들었다. 하지만 질의서 입수가 쉽게 되는 건 아니다. 한 간부는 “감사 3~4일전에 10%의 질의서가 도착하고, 90%는 하루 전날 온다. 의원실에서도 하루 전날에서야 질문을 정리하는데, 더러는 피감기관 골탕먹이기 위해 질의서를 아예 안주거나 늦게 주는 의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안전행정위 소속 11명 의원들의 질의서가 충북도에 모두 도착한 것은 결국 감사당일인 25일 새벽5시였다. 그리고 충북도교육청은 감사전날인 23일 오후 10시부터 질의서를 받기 시작해 당일 24일 새벽 4시에 모두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밤을 새운 공무원들이 많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한 직원은 “의원 한 명이라도 질의서를 보내지 않으면 모두 남아서 기다려야 한다. 어떤 과로 어떤 질문이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의원이 새벽5시에 보내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이 의원은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보은·옥천·영동). 박 의원 보좌관은 “질의서 저장을 마쳤는데 모두 날아가는 바람에 우리도 혼비백산했다. 그래서 본의아니게 늦어졌다”고 해명했으나 직원들은 원망을 많이 했다.

감사받을 준비는 이렇게 많이 했는데 감사시간은 너무 짧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불과 3시간 동안 대구·경북·충북교육청을 한꺼번에 감사해 한 개 기관에 돌아오는 시간이 얼마되지 않았다. 도교육청이 처음부터 감사다운 감사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도경찰청은 당초 3시부터 감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도청감사가 늦게 끝나 오후 4시30분에서야 시작했다. 때문에 2시간밖에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국회의원들은 굵직한 문제에 매달리다보니 다른 현안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도교육청은 이 교육감의 정치행보 지적, 도경찰청은 최근의 비위사건 질타를 빼고는 이렇다할 감사가 이뤄지지 않아 매우 아쉽다.

알고보면 행정기관은 국정감사 준비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행정력을 투입한다.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요구한 자료를 제출한 시점부터 따지면 감사준비는 1개월이 넘는다. 이것도 단체장 성격따라 간다. 꼼꼼하기로 둘 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이시종 지사는 국정감사 때문에 국장회의를 수시로 소집하고 챙겼다. 간부들이 ‘힘들어 죽겠다’고 할 정도였다. 행정력 낭비 시비가 일 정도로 행정기관이 국감준비에 올인하는 것도 문제이고, 의원실의 관행도 문제다. 물론 사전에 질의서를 피감기관에 줘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없다. 하지만 국정감사하는 취지가 단체장 시험보기가 아닌 이상 질의서를 사전에 배포하는 건 필요하다. 질의서를 감사 1주일전에만 보내줘도 전날과 당일 피감기관 직원들이 밤새는 일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감사 영접 및 의전계획서’까지 작성
청주IC로 마중가고, 음식 주문배달···올해는 선물파문도

국정감사 피감기관들의 ‘의원 모시기’는 없어져야 할 관행이다. 피감기관에서는 해마다 ‘국정감사 영접 및 의전계획’을 세운다. 올 계획에 따르면 국회 안전행정위로부터 함께 감사를 받는 충북도와 충북경찰청은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 날 충북도 행정부지사와 도경찰청 경무과장은 오전9시 청주IC로 나가 국회의원들이 탄 버스를 영접해 도청에 도착했다. 이어 지사·경제부지사 등 간부들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을 맞이했다.

오찬은 구내식당에서 했으나 메뉴는 경북집에서 배달해온 쏘가리백숙과 피라미조림이었다. 과거에는 경북집에서 쏘가리백숙 재료를 가져와 도청 구내식당에서 주인 할머니가 끓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국회의원을 따라온 입법조사관·의원 보좌관 등의 메뉴는 다르다. 이들은 구내식당에서 따로 한정식을 먹었다. 도교육청은 구내식당에서 직접 한정식을 준비해 대접했다.

▲ 충북도는 예년과 달리 의원들의 충북방문을 환영한다는 다소 요란한 게시물을 설치했다.

자료에 보면 환담자리에는 어떤 과일과 다과를 가져다 놓을 것인지까지 상세하게 나와있다. 휴식시간은 도착해서 감사가 시작되기 전과 경찰청으로 이동해서 바로 등 2번이다. 저녁 만찬은 도지사·도 경찰청장·양 기관 주요 간부들과 의원들이 오창에 있는 오리요리집에서 하기로 했으나 일명 ‘깻잎사건’이 터지면서 취소됐다. 대신 저녁식사는 의원들끼리만 하고 충북이 지역구인 박덕흠 의원(새·보은 옥천 영동)이 자진해서 샀다. ‘깻잎사건’은 이찬열 감사반장(새·경기 수원시 갑)이 즉석에서 붙인 이름으로 쌈채소에 얽힌 얘기다.

한편 이 계획서에는 국회의원과 전문위원들에게는 보은대추+장안농장 쌈채소, 수행원들에게는 쌈채소를 기념품으로 준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 계획은 실제 실행됐다 한바탕 난리를 겪고 모두 회수됐다. 충북도가 의원들에게 선물공세를 했다는 보도가 감사중 인터넷매체에 올라오자 이찬열 감사반장은 감사를 중단하고 진상조사에 나섰다. 그러자 이 지사는 “홍보하는 차원에서 쌈채소를 기념품으로 돌렸다.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충주에서 가져온 쌈채소 가격은 2만5000원 정도. 과거에도 이처럼 가벼운 선물은 오갔다. 어쨌든 이번 감사를 계기로 지역 특산품 선물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지상정으로 통용됐던 것들이 ‘뇌물’로 오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다는 간부들이 청주IC까지 마중을 나가고 다른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 대접하는 등의 지나친 의전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과거에는 피감기관에서 오찬시 양주 등을 대접해 오후 감사가 중단되고, 만찬시 지나친 향응이 문제돼 시끄러웠다. 지금은 다행히 이런 모습들이 사라졌으나 세세한 부분에서는 고쳐야 할 점들이 많다. 또 오찬이야 감사중이므로 대접할 수 있지만, 저녁 만찬까지 피감기관에서 신경쓰는 것도 불필요한 의전이라고 할 수 있다. 선물은 눈에 보여 바로 지적되지만 이런 ‘과공비례’ 의전은 행정기관내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

“이건 상식적으로 봐도 정치인 일정입니다”
개인 문제라고 봐주지 않아, 고성 오간 국감장

국정감사장에서는 피감기관장의 개인문제가 종종 이슈로 등장한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시종 지사는 관사와 부인의 관용차 이용, 행사참석시 도 공무원 대동 등을 지적받았다. 박덕흠 의원은 “관사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면 관사 사용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지 새로운 건물로 옮기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금으로 구입한 47평 아파트 관사를 처분하고 공약을 지킬 생각은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이 지사는 ”관사를 아예 안 쓴다는 건 아니다. 종전 관사는 부지 9512㎡에 여러 명의 관리인까지 있어 1년 운영비만 2억5000만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아파트로 가서 연 관리비가 500만원도 안든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김영주 의원(새·비례대표)은 “지사 사모가 행사 참석시 관용차를 이용하고, 공무원이 대동하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하자 이 지사는 “공식행사에 갈 때 관용차에 편승해 갈 뿐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랜저 승용차의 번호까지 대며 잘못한 것이 있으면 명확하게 말하라고 이 지사를 다그쳤고, 지사는 결국 시정을 약속했다. 공무원들의 단체장 부인 모시기는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차제에 문제가 된 이상 이를 폐지하자는 게 공무원들의 말이다.

하지만 관사는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다. 이 문제는 지난 2010년 제9대 도의회가 개회하자마자 김양희 도의원(새·비례대표)이 이슈화 한 적 있다. 그렇지만 유지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종전 관사를 충북문화관으로 바꾸고 아파트를 지사 관사로 사용하는 것은 잘했다는 여론들이 당시 더 많았다. 지사는 퇴근후나 휴일에도 사람을 만나고 업무를 보는 일이 많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게 중론. 그래서 질문의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고 있다.

▲ 10월 24일 충북도교육청 국정감사 현장. 의원들은 이기용 교육감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집중 질타했다.

그런가하면 이기용 도교육감은 최근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집중 질타를 받았다. 김태년 의원(민·경기 성남시)은 최근 본지 기사를 인용하며 “이 교육감은 올해들어 교육과 연관이 없는 행사에 57회나 참석했다. 이는 상식적으로 봐도 정치인 일정이다. 교육장 교장들까지 비교육행사에 참석한다는데 이건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안민석 의원(민·경기 오산시)은 대구교육감과 경북교육감에게 출마할 것이냐고 물은 뒤 안한다고 하자 이 교육감에게 출마할 것이냐고 따졌다. 이 교육감이 답변을 바로 하지 않자 안 의원은 “왜 답변을 안하느냐. 출마하지 않겠다고 깔끔하게 답변할 용의는 없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이 교육감은 “교육이외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공식적인 답변만 했다. 배재정 의원(민·비례대표)도 “이 교육감이 참석한 행사에 도내 교육장·학교장이 대거 참석하고 있는데 줄세우기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히 요구받기 때문에 선거 때도 정당을 표시하지 않는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쓰지 마라’는 속담이 있듯이 정치적 중립 선언과 행동을 촉구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홍성삼 도경찰청장에게는 지휘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쏘아댔다. 최근들어 경찰간부의 성폭행 문제와 비위 등이 잇달아 터진 것에 대한 질타였다. 그러나 이 날 저녁 총경승진을 앞둔 경찰간부가 동성인 20대 의경을 성추행한 사건이 또 터져 홍 청장은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

▲ 충북도경찰청은 예상대로 간부들의 비위사건이 초점이 됐다.

청주·청원 통합예산 미반영 이슈화 '고마워'
국회의원들 먼저 분개하자 '불감청 고소원'...이 지사 “도와달라”

이번 충북도 국감 중 일부 의원들이 청주·청원 통합예산이 내년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한 것을 분개해 눈길을 끌었다. 문희상 의원(민·경기 의정부시 갑)은 “다른 지역은 다 실패했는데 청주·청원은 지난해 통합에 성공했다. 통합을 전후해 당시 정부의 적극적인 권유와 지원약속이 있었고, 실제 통합하는 데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그러나 정부 지원약속이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행정정보시스템 통합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이 지사에게 대책을 물었다. 그러자 이 지사는 “정부예산안에 통합예산 반영이 안돼 실망이 크다. 국회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백재현 의원(민·경기 광명시 갑)도 “정부 권유에 의해 통합을 한 마산·창원·진주는 다시 분리하자며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청주·청원은 주민 스스로 통합을 결정했다. 그런 만큼 꼭 성공해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지역도 통합할 것이다. 충북도는 통합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일을 하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충북은 본청·의회 청사경비 10억원, 2개 구청 설치비 59억원, 행정정보시스템 통합비 115억원 등 184억원을 안전행정부에 요청했으나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자 각 부처 예산을 통합해 심의하는 기획재정부에 가서 다시 요청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충북도·청주시·청원군의 당초 대처가 미흡했다며 세 단체장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있다. 이 날 도의 입장은 ‘불감청이언정 고소언’이라는 식으로 통합예산이 이슈화 된 것을 고마워하고 있다. 이제 칼자루는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는 만큼 의원들에게 읍소해서라도 예산을 따와야 하는 게 지상과제. 분위기상으로는 국회의원들이 도와줘 잘 될 것 같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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