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 일당 독식, 이런 의회를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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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단 일당 독식, 이런 의회를 봤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4.07.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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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 원구성 최악의 상황 연출···새누리당, 의장단 10개 모두 독차지
새정치연합 부의장·상임위원장 2개 요구 무시당해, 도민들 실망 분노 표출
▲ 도의회는 개원식 날부터 정회하는 등 파행으로 치달았다. 사진은 의장선출 전 국민의례 하는 모습. 사진/육성준 기자

제10대 도의회가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개원전부터 의장단 배분문제로 신경전을 펼치더니 급기야 합의를 팽개치고 ‘마이웨이’를 외쳤다. 지난 8일 진통끝에 새누리당은 의장단 전체를 자당 소속 의원으로 뽑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현 의장이 주관하는 행사를 모두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충북도의회에는 의장, 부의장 2명, 상임위원장 6명, 예결위원장 1명 등 모두 10개의 자리가 있다. 원구성을 할 때마다 정당간 이를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 제10대 도의회는 새누리당 21명, 새정치민주연합 10명의 양 당 체제로 구성됐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전체 의원 31명의 1/3에 해당하는 만큼 부의장 1개와 상임위원장 2개 등 3개의 자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부의장 1명과 상임위원장 1개 등 2개 외에는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윤홍창 새누리당 의원(제천)은 7일 의장선출 전 “제9대 도의회 전례에 따라 새정치연합에 부의장 1개, 상임위원장 1개를 주는 게 합리적이다. 9대 의회는 다수당인 민주당을 제외하고 한나라당 4, 선진당 4, 민노당 1, 무소속인 교육의원이 4명 이었다. 민주당은 13명에게 부의장 1개, 상임위원장 1개를 줬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줄곧 이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항간에는 의장선거를 하면서 이미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정해 어느 한 개를 새정치에 내줄 수 없어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

김영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의원(청주)은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정당 소속이 없는 교육의원이 4명이나 있었다. 소수당을 모두 합쳐 계산하는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 우리는 엄연히 10명이나 된다. 이 숫자에 맞는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실제 새누리당의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소수당을 모두 합쳐 계산한 9대 상임위 배분을 꼭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혹시 소수당에서 다수당으로 올라선 새누리당이 힘을 보여주겠다는 패권의식에서 나온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리더십 심판대에 오른 이언구 도의장

▲ 이언구 신임 의장
양 당은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놓고 합의가 안돼 지난 7~8일 정회 소동을 빚었다. 개원식이 있던 7일에는 개원 행사가 1시간이나 늦어졌고, 의원들은 첫 날부터 파행을 겪는 모습을 도민들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의장선출과 개원식조차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가까스로 의장 선거는 이뤄져 이언구 의장(새누리당·충주)을 선출했다. 새정치연합 김영주 의원은 “이언구 의장 후보가 의장선출과 개원식 개최를 도와주면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반영시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해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물거품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일이었던 8일에도 정회소동이 재현됐다. 양측이 밀고 당기는 갈등 끝에 새누리당은 자당 의원들끼리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촌극을 빚었다. 박종규(청주) 김봉회(증평) 의원을 부의장, 박봉순(정책복지) 임회무(행정문화) 이양섭(산업경제) 박병진(건설소방) 윤홍창(교육) 의원을 상임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하지만 합의하에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소속 도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일방적인 원구성과 의회운영에 동의할 수 없다. 대화와 타협이 아니라 힘을 앞세워 도의회를 운영하겠다는 것 아닌가. 소수당이지만 원칙과 당당함을 잃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편 이언구 의장은 취임하자마자 이런 사태를 맞이해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이 의장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것이다. 제9대 도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당이었으나 모 한나라당 의원이 ‘일어탁수’ 식으로 의회 전체를 ‘개판’으로 만들어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 도민들의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도의회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10대 도의회는 제3의 정당 없이 새누리·새정치연합 양당체제로만 구성돼 또 다른 모습의 정쟁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도민들의 실망과 우려도 크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도의회는 출범에 즈음해 도민들에게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다. 그런데 개원도 하기 전부터 진상규명특위 구성 운운하고 패권싸움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 도의회가 민생문제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다면 도민들도 도의회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 새정치연합 소속 도의원들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이 주관하는 모든 행사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사진/육성준 기자

소수당이 다수당 된 새누리당
개원전부터 내정간섭 하더니...

새누리당충북도당은 도의회가 개원도 하기 전부터 내정간섭에 들어갔다. 도당은 지난 6월 27일 도의회 전반기 의장단 선거 새누리당 경선을 하면서 당선자 21명 전원에게 서약서를 받아 화제가 됐다. 내용은 의장 선출과정에서 당론 위배행위나 해당행위를 하면 도당 윤리위에 회부해 엄중문책 한다는 것과 민선5기 충북도정을 파헤칠 특위를 구성하라는 것 두 가지였다. 특위 구성은 모 의원이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의장선출은 반란없이 무난히 이뤄졌다. 지난 7일 개원식 날 의장 후보로 선출됐던  이언구 의원이 본선거에서 총 31표 중 29표를 받아 의장자리에 올랐다. 충주시의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과 비교하면 도의회는 차분하게 진행됐다. 도당에서 새누리당 도의원들에게 서약서까지 받은 것은 일부 충주시의원들처럼 배신행위가 예견됐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특위구성에 관한 것이다. 이언구 의장과 새누리당 의원들은 원구성 때문에 정신이 없어 이에 관한 대화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도당에서 이를 과제로 던졌기 때문에 결론은 내야 한다. 특위는 전체의원들이 참석한 가운에 열린 본회의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체의 2/3를 차지해 이번처럼 합의없이 날치기 통과를 결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도의회는 또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도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는 여론이다.

새정치연합 도의원들은 새누리당 도당이 특위 구성을 지시한 것에 대해 지방자치를 훼손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새누리당이 제시한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 추진 등 4건은 지난 9대 의회에서 도정질문,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문제점이 지적됐고 사법기관의 수사까지 받거나 감사원 감사를 받아 해소된 사안”이라며 “집권여당에서 도의원들에게 조사특위 구성을 강요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훼손시키고 지방의회를 정당에 예속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구성과 관련해 오히려 코너에 몰린 새누리당이 이런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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