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말과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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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는 말과 성희롱
  • 충북인뉴스
  • 승인 2014.07.1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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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정 충청북도 여성정책관
   
▲ 변혜정
충청북도 여성정책관
직원 여러 명과 올라가려는 엘리베이터를 가까스로 탔다. 엘리베이터에는 이미 한 분의 직원이 타고 있었다. 반가워 미소를 짓는 순간, 같이 탄 남성 직원이 “아이구, 엘리베이터 안이 환하네. 이렇게 예쁜 여성이 우리를 반기니 소화가 다 되고”라며 기분 좋게 찬사를 보냈다. 같이 탄 여러 명의 직원은 물론, 찬사를 들은 직원도 웃었다.

그러나 어떤 직원은 ‘이것 성희롱이 아닌지’ 하며 필자를 쳐다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희롱 여부를 궁금해 한다는 것은 (필자가 있어 그렇게 질문했다할지라도)일단 성희롱에 대한 도청 직원의 감수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렇게 질문과 토론을 통해 일상 문화가 변화하는 것이 아닐까?

성희롱 예방교육이 몇 년간 같은 내용으로 지속된다고 원망이 많다. 그리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한다고 불편해하기도 한다. 어떤 여성들은 성희롱 경험이 일상적이라서 그냥 넘기는 것이 속 편하단다. 때로는 술안주로 희화화되기도 하고 여성들이 즐긴다고 비난받기도 하지만 여성들에게 성희롱은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아니 체념화된 괴로운 경험이다.

성적 농담에서부터 성관계 제안까지 성희롱 행위들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성희롱 예방 교육의 필요성이 잘 인지되지 못하는 것은 위계적인 조직사회의 일상화된 성차별적 문화 때문이다. 특히 부하직원들을 칭찬하거나 격려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직장상사들은 여성부하에게는 능력보다는 외모에 대한 언급으로, 남성부하에게는 술 먹으며 격려를 한다. 또한 여성들도 외모에 대한 칭찬을 즐기기도 한다. 상사의 외모에 대한 언급이 관심이자 때로는 능력에 대한 칭찬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구성원인 여성들은 외모 칭찬보다도 능력에 대한 칭찬을 원한다. 외모로 칭찬받는 존재라는 것이 슬프다. 외모에 대한 칭찬은 사적 공간에서 받아야 하고, 또 받고 싶다. 또 부하직원들은 상사의 외모언급에 저항하거나 싫은 척을 하기 힘들다.

특히 조직사회에서 여성들이 버티기 위해서는 이전의 관행에 적응하여 원하지 않는 것도 해야 하며 이를 못하면 비난받는다. 이것이 남성중심적인 조직사회에서 여성이 버티기 힘든 이유이며 상사가 여성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여성에게 예쁘다는 언급이 언제나 칭찬이 될 수 있을까? 택시 등의 밀폐된 공간이나 혼자 가는 여행지, 또는 듣고 싶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참 예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공포나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외모 등의 사적관계에 대한 언급이 상황에 따라 듣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성차별적인 조직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알고 있는 것이 때로는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최근 도청에서는 공직유관기관까지 포함하여 도청 간부공무원 대상의 성희롱/성매매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조직 리더의 강권이 있었다고 굳이 이 지면에서 밝히는 것은 조직 리더의 성희롱 예방에 대한 감수성이 성희롱 근절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의를 끝까지 경청하신 모 국장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정책관 앞에서 말조심한다’고 했으니 이번 강의는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필자를 배려한 언급이기도 하지만 성희롱발생 원인을 잘 설명하지 못한 것이리라.

그러나 강의를 끝까지 다 들은 여성 간부공무원은 과거 자신의 성희롱 경험을 나누느라 자리를 뜨지 못했다. 마침내 필자에게 <선배공무원과의 대화>라는 기분 좋은 워크샵 제안을 했다. 자신들의 성희롱 저항 사례 등을 후배공무원들에게 전달하고 싶단다. 이것은 분명 성희롱 예방교육의 절반의 성공이다.

과연 충북여성은 성희롱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하고 있는가? ‘사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구호처럼 성희롱 경험은 결코 수치스러운 경험이 아니다. 선배들의 대처경험이 공유되어 충북 사회가 변화할 때 먼 훗날 ‘과거 성희롱 경험은 정말 이상해’라고 말하지 않을까? 나른한 오후 잠깐의 상상이었지만 순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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